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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번째 편지 - 여러분은 어떤 역사의식을 자기고 사시나요.

          여러분은 어떤 역사의식을 가지고 사시나요.

  1848년 청년 한 사람이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습니다. 그에게는 이민이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동부 보스톤에 정착하여 열심히 일했습니다. 위스키 통을 팔아 재산을 늘려 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외아들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었고 아일랜드 이민 사회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의 이런 성격 덕분에 그는 주 하원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일랜드계라는 사실 때문에 보스톤의 명문가를 이루고 있던 영국계로부터 천시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를 극복하는 길은 자식을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영국계의 자녀들과 같은 학교를 나와 교류한다면 그런 천대는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의 아들은 그의 소망대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해주었습니다. 드디어 그토록 소망하던 하버드 대학교에 합격하였습니다. 명문가 아이들과 사귀어 그들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파산한 은행을 인수한 명문가 자제들이 그에게 은행장 직을 제의하였고 이것은 그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사업을 크게 일으키고 윌슨 대통령의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계로 들어가 영국대사를 거쳐 대통령 후보 물망에 까지 올랐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통령의 꿈을 아들이 이루어주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꿈이 이루어져 그의 큰 아들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가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입니다. 그의 증조부가 아일랜드에서 미국 

으로 이민 온 1848년으로부터 정확하게 113년만에 그의 증손자가 대통령이 되어 미국의 명문가를 이루었습니다. 

  며칠 전 뉴스에서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정치 명맥이 끊어지게 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60여 년 동안 대통령 1명,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장관 1명을 배출한 케네디가가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 패트릭 케네디가 정계를 은퇴함으로써 명맥이 끊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뉴스를 듣고 우리나라의 가문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풍양 조씨 등 권문세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 가문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든 관계없이 실존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문들이 일제시대를 거치며 대부분 소멸되었고 지금도 대를 이어가지만 아무도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가 긴 유럽의 나라들에게는 몇백 년 된 가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후손들은 항상 그 가문의 역사를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600년 된 귀족집안 출신이고 철학자 러셀경 역시 영국의 600년 된 귀족집안 출신입니다. 그들의 작품 속에는 그 역사가 배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제시대를 통해 역사가 단절된 탓에 가문이라는 의식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저 당대에 잘 먹고 잘 사는 데만 급급하지요. 그러다 보니 자녀 교육도 그 자녀가 역사를 가진 가문의 일원으로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고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보다는 그 자녀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지에만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 같습니다. 저만의 기우이면 좋겠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주위를 보면 자녀교육을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 왔으니까요.

  또 집안에 찬란한 조상들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케네디의 증조부처럼 자신의 후손 중에 이 나라를 이끌어 갈 훌륭한 자손이 나오기를 바라며 자신이 명문가의 시조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혹시 누가 압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안에 이 글을 읽는 분 중 누군가의 자손이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되거나 노벨상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지요. 안목을 길게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검찰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검찰을 스쳐간 선배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부산고검장이면서도 과거 선배 고검장의 업적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어느 고검장님이 어떤 훌륭한 업적을 남겼고 어느 분은 어떤 실수를 하였는지 하는 부산고검의 역사에 대해 무관심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하는 일이 부산고검의 역사의 일부라는 생각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 하지 못한 일을 후배 검사장이 해줄 것이라는 식의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만 열심히 일하고 임기를 마치면 그만이라는 하루살이적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기관이나 학교에 가보면 회의실에 몇몇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그 기관이나 학교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대학교의 경우에는 총장 중에서 존경받는 몇몇 분의 초상화를, 법무부의 경우에는 역대 장관 중 후배들이 추앙하는 장관 몇몇 분만 초상화를 만들어 걸어두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검찰청 회의실에 역대 검사장의 증명사진이 일률적으로 걸려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의식으로 사시나요. 여러분이 간부이건 아니면 하위직이건 여러분의 10년전 30년전 선배들이 무엇을 생각하였고 무엇을 남겼는지, 여러분의 10년후 30년후 후배들이 검찰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고민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문이나 한 조직이나 한 국가나 그 구성원들에게는 이러한 긴 안목의 역사의식이 필요합니다.

  올해의 마지막 달이 저물고 있습니다. 2010년도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여러분에게 2010년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12.1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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