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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번째 월요편지 - 여러분에게 2022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2023년이 되었습니다. 이맘때면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다짐을 합니다. 저의 경우 지난해 월요편지를 회고하는 월요편지를 쓰는 것이 루틴입니다. 그 루틴이 여러분에게도 의미 있길 기원합니다.

2022년 초 한 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라는 시가 있습니다. 내년에 많은 일을 할 계획인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미래에 멋진 저택을 짓고 싶은 나는 오늘 무엇을 지었던가? 누구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6월 18일 어머님 죽음이 저를 엄습했습니다. 어머님 죽음과 관련된 월요편지가 여러 건 있습니다.

“어머님에게 어쩌면 작년의 벚꽃 구경이 마지막 구경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휑합니다. 제주에서 보는 이 흐드러진 벚꽃도 우리 각자에게 언젠가 끝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어머님은 그 벚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면서 하루하루가 저희 가족에겐 축복이었습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시고 흔들어야 겨우 눈을 뜨시지만 어머님을 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훗날 어머님 살아 계신 그때가 너무 행복했었다고 회상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어머님께 최선을 다해 어머님을 간호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이고 행복입니다.”

어머님의 죽음 여정 1년 동안 저희가 깨달은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소변 누지 못하고, 눈뜨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밥 먹지 못해도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사랑>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것, 죽음의 순간까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머님의 죽음을 향한 여정에서 어머님과 가족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사랑해” 입니다.”

저희 가족에게 어머님 죽음이 2022년의 가장 큰 일이었지만 대한민국에는 대통령 선거가 2022년의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3월 9일 대선이 끝나고 꼭 열흘이 지나 봄눈이 내린 이유는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남모르게 쌓아 둔 원망과 미움을 봄눈처럼 녹여버리라고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공직자에게 기대를 걸며 한마디 했습니다.

“어느 부장판사는 재판 날마다 목욕을 하고 한 시간 기도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일을 하기에 앞서 자세를 바로 한 것입니다. 공직자들은 매일매일 이런 자세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글도 썼습니다.

“지도자와 국민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비행기를 다시 상승시켜야 합니다. 서로 비난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큰 시각에서 바라보고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고 어떻게 해야 정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일입니다.”

가족과 관련된 월요편지가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만나서 행복해지는 사랑’과 ‘헤어져서 행복해지는 사랑’이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의 사랑은 ‘만나서 행복해지는 사랑’입니다. 반면, 아이들과의 사랑은 ‘헤어져서 행복한 사랑’입니다."

작년에 아내는 환갑이 되었고, 딸아이는 결혼 안 한 채 독립했습니다. 사랑과 갈등이 병존하는 가족관계에 대한 제 전략은 이것입니다.

“고민 끝에 가족들 삶에 <관심>은 갖되 <관여>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관여>를 원하면 언제든지 달려가 <관여>합니다.”

환갑날 아내에게 쓴 월요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여보 다시 한번 환갑을 축하해요. 앞으로 살면서 여러 번 이런 좋은 자리가 있을 거예요. 그때는 다툰 이야기, 후회한 이야기보다 사랑한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만 하게 되길 기원해요.”

딸아이가 독립을 준비할 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월요편지를 썼습니다.

“딸아이 윤아가 독립을 준비하는 동안, 윤아의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할 것입니다. 독립은 <헤어져서 행복해지는 사랑>을 위한 것입니다. 헤어져서 서로 불행해진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독립은 성공적이었고 헤어져서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월요편지를 쓰는 시간은 제가 인생을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인생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월요편지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7년간 공부한 고전의 의미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들보다 빨리 노를 젓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항구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저어왔습니다. 그러나 고전은 우리들에게 고개를 들고, 노를 내려놓고, 밤하늘의 별을 보라고 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자신을 성찰하라는 요구입니다.”

고전 공부 시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공부했습니다.

“‘조르바’가 ‘나’에게 조언을 합니다. ‘대장에게 뭐가 부족한 것이 있소? 돈도 있겠다, 머리도 좋겠다, 몸도 튼튼하고, 사람도 좋고, 대장에게는 부족한 게 없수다. 딱 한 개만 빼고! 그건 미친 짓을 벌이는 광기요.’”

조르바처럼 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그의 광기가 더 부럽습니다.

제주의 스누피가든을 가서도 인생을 배웠습니다.

"Someday, we will all die Snoopy" (언젠가 우리 모두는 죽어) "True! but on all the other days, we will not." (맞아, 그러나 나머지 날에는 살아 있잖아.)”

어머님 죽음 이후 죽음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스누피 말처럼 나머지 날에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스페인에서 만난 교민으로부터 은퇴를 고민하라는 조언도 받았습니다.

“저는 71살에 은퇴하였습니다. 왜 이리 늦게 은퇴하였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은퇴하고 인생을 즐기십시오. 은퇴하기 전에는 쫓기면서 살았는데, 은퇴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달라지더군요.”

가을을 맞아 시 <국화를 옆에서>를 다시 읽어보니 처연한 생각이 듭니다.

“왜 그리 젊은 날에는 가슴 조이며 살았는지 허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살아갈 앞날에는 또 무서리가 수없이 내려 가슴을 서늘하게 할 것이고, 그때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인생에 대해 허무한 생각만 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 천병희 선생님의 글에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기도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커집니다. 몰려다니면 자기 생활이 없어집니다. 눈을 감는 순간,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한 번뿐인 인생을 의미 있는 일에 쓰지 않고 허송세월한 것 아닐까요?”

이처럼 2022년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생각은 월요편지가 되어 여러분들께 전달되었고 여러분 가슴에 흔적을 남겼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성장했고 더 익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2022년은 어떤 해였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1.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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