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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번째 월요편지 - THE CHANGING WORLD ORDER



지난여름 스페인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스페인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브라이언 캐틀러스가 쓴 <스페인 역사>입니다. 이 책은 스페인 땅에 아랍 세력이 머문 시기(8-17세기)를 기록한 책이었습니다.

왕국 이름, 왕 이름, 지명 등 그 어느 하나 생소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점점 빨려 들어가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절반쯤 읽었을 때 어떤 통찰이 제 머리를 스쳤습니다. 수많은 왕국 중 지배적 위치에 있었던 왕국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왕국이나 초기에 걸출한 지도자가 있습니다. 건국 후 10-20년에는 도시와 왕궁, 성전을 건축하고, 30-50년에는 법과 제도를 만듭니다. 아울러 외국을 정복해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합니다. 50-70년에는 왕들이 시, 음악, 미술 등 문화 활동을 후원해 왕국이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왕들은 무(武)를 등한시하고 문(文)에 치중하다가 결국 향락과 퇴폐에 빠져 내부 반란이나 외부 침공에 의해 멸망하였습니다. 그 왕국들이 유지된 기간은 100년에서 200년 사이였습니다.

이 공통점을 뽑아 체계화 시키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같은 관점에서 지난 500년의 세계사를 정리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국 1위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레이 달리오가 쓴 <변화하는 세계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역사도 생물체처럼 라이프 사이클이 있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제국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150년에서 250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가 스페인 역사 책을 읽으며 얻은 통찰과 레이 달리오가 자신의 팀과 함께 각종 데이터를 조사하여 얻은 결론은 비슷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세상의 흥망성쇠에 대해 경험적으로 느끼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빅사이클을 부상(THE RISE), 정점(THE TOP), 쇠퇴(THE DECLINE) 세 단계로 구분합니다.

"부상의 시기에는 1) 비교적 부채 수준이 낮고, 2) 국민들의 부, 가치관, 정치적 견해의 격차가 비교적 작으며, 3)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하여 부를 창출하고, 4) 교육 수준이 높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5) 강력하고 유능한 리더십이 존재한다."

"정점의 시기에는 1) 과다한 수준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2) 국민 간에 부, 가치관,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크고, 교육과 기반 시절의 수준이 하락하며, 4) 각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된다."

"쇠퇴의 시기는 상당한 갈등과 큰 변화, 새로운 대내외 질서의 수립으로 이어지는 투쟁과 구조조정의 시기이다."

쇠퇴의 끝은 정권 교체입니다. 왕조시대에는 반란이나 외침으로 왕조가 붕괴됩니다. 근대국가에서는 혁명이 체제를 전복합니다. 공부해 보니 개인, 집안, 회사, 국가 등 모든 조직의 흥망성쇠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2022년의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을까요?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세한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은 정점의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는 상승국면에 있는 나라로 평가하면서 미국, 중국, EU, 독일, 일본 다음으로 대한민국을 제국 순위 6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이 책을 읽어 보니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부상, 정점, 쇠퇴의 3단계를 각 2개씩 더 세분화하여 전체를 6개 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는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고 새로운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단계"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초기 신흥 국가(Early-stage emerging countries)"라고 명명하면서 "국민과 국가가 모두 실제로 빈곤하고 스스로도 빈곤하다고 느낀다"라고 설명합니다.

제가 성장한 대한민국의 60년대 70년대는 이런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2단계는 "자원 배분 체계와 정부의 관료 제도가 수립되고 치밀해지는 단계"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후기 신흥 국가(Late-stage emerging countries)"라고 명명하면서 "국민과 국가는 부유한데도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합니다.

레이 달리오는 이런 시기에는 "토목기사형 지도자 (Civil engineers)"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마오쩌둥은 위대한 지도자이지만 형편없는 토목기사라고 평가한 후 그 역할을 덩샤오핑이 해 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3단계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최전성기 국가(Peak health countries)"라고 명명하면서 "국민과 국가가 모두 부유하며 스스로도 부유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합니다.

60대인 저희 세대는 "국민과 국가가 모두 실제로 빈곤하고 스스로도 빈곤하다고 느낀" 세대입니다. 그래서 개인보다 국가를 앞세웠고, 소비보다 절약을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20대 MZ 세대는 "국민과 국가가 모두 부유하며 스스로도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세대입니다. 당연히 국가보다 개인이 중요하고 소비에 열광합니다.

저희 세대와 MZ 세대는 전혀 다른 세상 국민입니다. 그래서 소통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레이 달리오는 1950-1965년 미국이 3단계였고 중국이 그 단계로 진입하는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감동을 주는 선지자 (Inspirational visionary)"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 예로 싱가포르의 리콴유, 미국의 존 F. 케네디, 중국의 덩샤오핑을 듭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느 대통령이 이에 해당할까요?

4단계는 "거품 번영의 시기"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초기 쇠퇴 국가(Early declining countries)"라고 명명하면서 이 시기에 "1) 빚을 내서 재화, 서비스, 투자자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2) 현금흐름이 악화되어 제대로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3) 거품이 형성되고 빈부 격차 및 기회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4) 계층 간의 분노가 표출된다."라고 설명합니다.

레이 달리오는 대한민국을 3단계 최정점을 향해 상승하고 있는 나라로 분석하였지만 저는 3단계를 잠시 경험하고 벌써 4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후반부터 계층 간의 분노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 계층 간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에 대해 공사석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유튜브와 SNS는 이를 증폭시킵니다.

5단계는 "재정 악화와 갈등 심화 시기"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확실히 쇠퇴하는 국가(Clearly declining countries)"라고 명명하면서 "1) 국가와 국민의 재정 상태가 불안하고, 2) 구성원들 간의 소득, 부, 가치관의 차이가 크고, 3) 경제적 충격을 주는 안 좋은 사건 등 최악의 조합이 형성되어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내란으로도 이어진다." 설명합니다.

그는 이 시기에 나타나는 국가적 현상으로 1) 향락적 소비, 2) 관료주의, 3)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4) 계급투쟁, 5) 진실이 사라진 언론, 6) 희미해진 준법정신과 원초적 투쟁 등을 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벌써 대한민국에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단계는 내전이나 혁명 시기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답답한 심정입니다. 우리나라가 레이 달리오가 이야기하는 3단계인지, 4단계인지, 아니면 어떤 면에서는 일부 5단계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 평가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지도자와 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대한민국 비행기를 다시 상승시켜야 합니다.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서로 비난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큰 시각에서 바라보고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고 어떻게 해야 정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공부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11.1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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