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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번째 편지 - 수사의 과학화, 산업화



지난 금요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 중인 국제치안산업대전(10.19-22)을 방문하여 저희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참가하는 부스를 관람하였습니다. 작년까지는 치안산업박람회이었는데 금년에는 보안산업박람회를 동시 개최하여 국제치안산업대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각 박람회의 분야를 살펴보면 어떤 행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치안산업박람회는 <경찰기동장비와 드론>, <경찰 ICT>, <경찰개인장비>, <범죄수사와 감식 장비>, <교통장비와 시스템> 등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보안산업박람회는 <출입통제/보안>, <사이버 범죄 예방/대응>, <사회안전/통합관제> 등 분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검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치안 분야가 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국제치안산업대전 홈페이지에 설명되어 있는 행사 소개를 보면 이 대회를 임하는 경찰의 비전을 볼 수 있습니다.

"진화하고 다양해지는 각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의 첨단치안시스템, 과학수사기법, 관련기술의 발전 필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KOREA POLICE WORLD EXPO에서는 ‘K-COP’의 위상을 세계 각국에 알리고 국제 치안협력망 강화를 목적으로 첨단 치안 산업은 물론, 경찰의 장비와 솔루션 등을 한자리에 모아 비즈니스 교류의 장을 만들고 전문 컨퍼런스와 구매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자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수사’가 예술인가, 아니면 과학인가>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월요편지를 쓴 적도 있습니다.

"예술과 과학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예술은 같은 input을 넣어도 사람에 따라 output이 제각각입니다. 상상력과 창의성 때문이지요. 그러나 과학은 같은 input을 넣으면 실험하는 사람이 달라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쳐 같은 output이 나옵니다.

그러면 수사가 예술인가요, 아니면 과학인가요. 저는 오래도록 아니, 지금까지도 수사를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사가 예술이 되면 법적 안정성이 사라지고 중구난방이 되어버리지요.

물론 수사하는 사람이 다를 경우, 과학실험처럼 100%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동일한 결과가 예측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의 관념에 부합합니다." (2011.1.31 월요편지)

2016년 5월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과학수사학술세미나에서 "수사를 개인기에 의존하는 예술의 영역이 아닌, 누가 수사를 해도 같은 결과가 예상되는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리걸테크를 중심으로 수사의 과학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016년 5월 23일 한국경제신문에 <국내 포털에선 검색 안 되는 '리걸테크'>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쓴 적도 있습니다.

"최근 한 학술대회를 마치고 발표자들과 뒤풀이하는 자리에서 ‘리걸테크(legaltech)’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네이버에서 리걸테크가 검색이 안 되는데요.'

구글에선 리걸테크 검색 결과가 38만 건에 달했다. 미국에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용어인 것이다.

법조계에 35년째 몸담고 있는 필자로선 리걸테크를 바라보면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리걸테크란 용어부터 먼저 널리 확산되는 게 급선무다. 이 에세이 이후 네이버에서 ‘리걸테크’가 검색되길 기대해 본다."

그 이후 다행히 한국에서도 리걸테크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회사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저의 수사에 대한 과학화 관심은 20년도 넘은 것입니다.

2002년 서울지검 교통 담당 형사5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교통사고 수사의 과학화>를 주장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기사가 2002년 5월 10일 자 법률신문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서울지검 형사5부(조근호·趙根晧 부장검사)는 8일 서울지검장, 재경지청 교통전담 검사,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개선기획실장 및 관내 15개 경찰서 교통과장 등 48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통사고수사사과학화 관련 관계관 회의'와 '교통수사과학화 기획단' 발족식을 갖고 '수사의 과학화'를 다짐했다.

'교통사고수사 과학화 기획단'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수사의 과학화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선정하고, 민·관·언론계의 교통사고 전문가로 구성된 '교통사고 수사 과학화 추진 자문단'을 구성, 기획단 과제의 실효성과 적정성을 평가하고 최종적인 과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저의 수사에 대한 과학화 열정은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과학화는 표준화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희 회사(HM컴퍼니)에서 업무상 활용하는 수사기법인 디지털포렌식에 대해 표준화의 일환으로 국제 인정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이상 직원들이 고생한 결과 지난 9월 16일 KOLAS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수사의 과학화라는 제 관심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실린 관련 기사입니다.

"HM컴퍼니 디지털 포렌식 서비스 본부는 지난 16일 산업통산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디지털포렌식 분야 2개의 규격(모바일 수집/분석, 디스크 수집/분석)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HM컴퍼니는 2011년부터 연평균 1,000건 이상의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금융, 유통, IT 등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 내부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HM컴퍼니 조근호 대표는 '디지털포렌식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받은 기관은 경찰청, 대검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민간기업 중엔 최초 사례'라며 '이번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통해 HM컴퍼니의 디지털포렌식 시험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저는 수사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 올려야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수사의 과학화를 넘어 수사의 산업화를 꿈꾸고 있고 실제로 이를 주제로 국제치안산업대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수사의 모든 영역이 과학화가 되고 산업화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나날이 그 분야가 넓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 분야가 넓어짐에 따라 국민들이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 믿습니다. 검경의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이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국민 누구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통사고를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때 누구나 자신이 아는 경찰이나 검찰 관계자에게 연락하기보다는 검찰과 경찰의 공정 수사를 기대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의료분야는 이미 그 정도 수준의 국민적 신뢰도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사 분야도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수사의 과학과, 수사의 산업화가 그 속도를 높일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10.2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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