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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번째 편지 - 검찰의 수사기능은 권한인가 의무인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단박(검찰 수사권 단계적 박탈)으로 지난 한주 내내 정치권이 시끌벅적했습니다.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합의안이 나왔지만 검찰은 이 안은 궁극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고 그 표현으로 검찰총장을 비롯하여 고검장 전원이 사표를 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검사로 30년을 산 사람으로서 지금의 사태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에게 부여된 수사기능을 국민의 의사에 합치하게 행사하지 못한 결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검찰의 수사기능을 단계적이지만 궁극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의 수사기능이 검찰의 권한인지 아니면 검찰의 의무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5월 30일 첫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그 형사소송법 195조(검사의 수사)는 “검사는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규정을 보면 “수사할 수 있다”가 아니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기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196조(사법경찰관리)도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어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같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에게 수사하여야 할 의무를 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계나 실무계에서는 형사소송법 195조를 해석할 때 검찰의 수사의무에 대한 근거 조문으로 해석하지 않고 검찰의 수사권한에 대한 근거 조문으로 해석해 왔고 지금까지 그 해석에 대해 누구도 아무런 의심이 없었습니다.

저도 30년간 이 조문이 검찰의 수사권한 근거 조문이라고 해석하고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될 위기에 이르러 다시 이 조문을 읽어보니 이 조문은 <검찰의 수사권한>을 규정한 조문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무>를 규정한 조문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검찰과 사법경찰관리는 범죄 앞에서 수사를 거부하거나 포기할 수 없고 오로지 수사하여야 할 의무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약 수사기능이 권한이라면 당연히 거부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의무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하여야 합니다. 가사 검찰총장이 검찰에 주어진 수사기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더라도 이는 법률에서 부과한 의무 위반으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다시 1954년 형사소송법을 읽어 보겠습니다. 201조(구속) 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관할지방법원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장청구기능이 검사와 사법경찰 모두에게 주어져 있었습니다.

이 조문은 1961년 9월 1일 개정됩니다. 영장청구기능이 검사에게만 주어지고 사법경찰은 검사를 통하여 청구하도록 개정됩니다. 이로써 수사기능 중 가장 중요한 영장청구기능이 검사에게만 전속됩니다.

당시는 1960년 5월 16일 군사정변 이후였습니다. 영장청구기능을 검사에게만 부여한 이유는 수사효율과 인권보호의 두 가지 측면이 다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이후 형사소송 절차와 관련하여 획기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1962년 12월 26일 전부 개정되고 1963년 12월 17일 시행된 개정헌법이 헌법 조문에 검찰관의 영장신청기능을 규정하고 나선 것입니다.

10조 3항은 “체포, 구금, 수색, 압수에는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체포, 구금, 수색, 압수는 수사기능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이를 행하는 주체는 당연히 형사소송법 195조(검사), 196조(사법경찰관리)에 따라 검사나 사법경찰관리입니다.

따라서 헌법 10조 3항은 이렇게 읽힐 것입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리는 수사 중 체포, 구금, 수색, 압수의 경우에는 검찰관(검사의 다른 표현)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조문 역시 형사소송법 195조와 같이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과 헌법 모두 수사기능을 표현함에 있어 의무로 규정하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이는 형사소송법과 헌법의 관련 조문을 만든 입법권자들이 수사를 국민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인식하고, 그 수사를 이행할 의무를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설명하면 검사의 수사 의무는 1954년 형사소송법에서 법률로 부여되어 있고, 검찰은 자의적으로 이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를 포기하거나 폐기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국회에서 법률로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할 수 있었습니다.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기능 역시 국회에서 법률로 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63년 시행된 헌법에서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기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반면 검찰의 수사기능 중 특히 영장신청기능에 대해서만 규정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가 영장신청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대면하여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당연히 전제되므로 수사기능이 없는 영장신청기능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헌법 조문은 당연히 수사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헌법 조문에 따라 검사의 영장신청기능이 헌법적 기능으로 규정되었고, 그 이면에는 검사의 수사기능이 있으므로 합리적 해석에 따르면 검사의 수사기능도 헌법적 기능으로 승격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반면,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기능은 여전히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기능일 뿐입니다.

1954년 이후 지금까지 검사의 수사기능 완전 폐지가 국회에서 직접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어 검사의 수사기능이 <권한>인지 <의무>인지 살펴볼 계기가 없었고, 그 근거가 <법률>인지 <헌법>인지도 살펴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상황에 봉착한 이상 형사소송법과 헌법 조문을 잘 살펴 검사의 수사 기능이 권한인지, 의무인지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근거가 법률인지 헌법인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이 사태와 관련하여 여러 견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헌법학 태두인 경희대 허영 석좌교수는 2022년 4월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검수완박 내용은 분명히 헌법 파괴적이다. 우리 헌법은 제89조 16호, 제12조 3항(1963년 헌법 10조와 내용 동일), 제16조 등을 통해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검찰을 수사와 소추의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수사권이 포함됐느냐 하는 것은 표피적 논쟁이다. 헌법은 통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 국민 친화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중략) 검사의 영장청구권에는 수사권이 당연히 전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또 국민 친화적인 해석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1961년 형사소송법, 1963년 헌법을 통일되게 해석하면 검사는 헌법과 법률로부터 수사기능을 의무로서 부여받은 것입니다. 특히 1963년 헌법이 검사에게 왜 이 기능을 부여하였을까요? 1963년 헌법 개정이유에 나온 대로 “부패와 부정에서 우리 겨레와 나라를 구제하고 새로운 민주복지국가를 재건하라는” 헌법적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1963년부터 59년간 수사기능을 통해 대한민국을 부패와 부정에서 구제하는 헌법적 명령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도 많았지만 과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의무를 포기할 수도 폐지당할 수도 없습니다. 헌법적 명령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여야 합의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기능의 단계적 완전 폐지는 1963년 헌법의 명령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를 잘하였는지 아닌지, 또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였는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검찰의 수사의무는 폐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지금도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의무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완전히 폐지할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의무에 대해 헌법적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의무 완전 폐지는 헌법개정을 통해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이 견해에 대해 반론이 가능합니다. 1963년 개정헌법 10조 3항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조항으로 그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의 영장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일 뿐 이 헌법 조항을 검사의 수사권 근거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검찰 수사기능의 완전 폐지 문제를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결론지을 일이 아니라 헌법해석 권능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송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4.2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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