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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2_3 조선일보] 매주 월요일, 가슴속 불덩어리 꺼냈죠

조근호 변호사, 9년 동안 띄운 '월요편지' 주제별로 엮은 책 내

"인생의 목표가 뭡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답을 못 하자 조근호(58·사진)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5초 안에 답하는 사람이 없어요. 올해 회사 목표, 부서 목표는 쉽게 말하면서 자기 인생 목표는 막막하죠.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최근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김영사)를 펴낸 조 변호사는 '월요편지'로 유명하다. 2008년 대전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 250여 명에게 보내기 시작한 월요편지는 9년이 흘러 독자가 5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화두도 조직 경영에서 인생 성찰로 바뀌었다. 이번 책은 2011년 검찰에서 나온 뒤 쓴 월요편지 280여 편을 주제별로 묶어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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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기자
"부산고검장까지 지냈지만 사실 대단치 않은 사람이에요. 실수하고 흔들리고 외로워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털어놓습니다. 독자는 '나이 저 정도 먹고 고검장까지 했다는 사람도 저런 고민을 하고 저런 약점이 있구나' 생각하며 인생을 돌아볼 계기가 되겠죠. 그렇지만 사실 자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이 됐다는 일종의 증거를 남기기 위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글은 가감 없다. 20년 넘게 함께 산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몰라 관계가 어색해지고, 딸 인생에 훈수를 두다가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팩트가 탄탄하고 적재적소에 동서양 고전, 과학 논문을 인용해 흡인력을 만든다. 남녀의 평균 걷기 속도 차이에서 부부관계를 성찰하는 식이다.

바탕은 책. 매일 아침 전날 읽은 책 분량을 기록한다. 지난달 그가 읽은 책은 총 1483쪽. 작년 한 해 동안 1만3000쪽을 읽었다는 메모가 스마트폰에 남아 있다. 많이 읽어야 사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근호 변호사의 스마트폰 전자책 서가에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부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다양했다.

지난 9년간 그는 매주 월요편지를 써왔다. 워드프로세서로 A4 용지 3~4장 분량. 월요일 오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쓴다. "가슴속 불덩어리를 꺼내기 위해 글을 써요. 불덩어리가 밖으로 나오면 독자에게는 따뜻한 손난로, 위안이 되더라고요. 열정적으로 살면 불덩어리가 생깁니다. 그게 있는 한 계속 씁니다."

[양지호 기자 ex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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