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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3 조선일보] '행복 편지'로 월요병 날려주는 변호사

만 10년 맞은 '조근호의 월요편지'
대전지검장 부임 직후 시작해 매주 5000여명에게 이메일 보내
"일상 나누며 행복 전하고 싶어"


"인생을 여행길이라고 생각하여도 좋고 아니면 저처럼 운명과의 복싱 경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이 무엇일까' 늘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2016년 10월 10일)

"사람은 선할까요? 악할까요?(…) 분명한 건 도덕적인 신의 존재가 사람들을 좋은 행동 쪽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올해 3월 12일)

조근호(59) 법무법인 행복마루 대표변호사가 매주 월요일 이메일로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그는 2008년 3월 대전지검장 부임 직후부터 '조근호의 월요편지'라는 제목으로 후배 검사와 검찰 직원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그러다가 친구와 지인·의뢰인 등으로 확대돼 지금은 매주 5000여명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다. 만 10년째 계속된 편지는 이번 주 507번째를 맞았다.

조근호 변호사는 “아침편지를 통해 삶과 행복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고 했다.
조근호 변호사는 “아침편지를 통해 삶과 행복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는 "매주 월요일 아침 6시쯤 책상에 앉아 그 순간 떠오르는 주제를 갖고 2~3시간 동안 200자 원고지 10~20장 분량의 편지를 쓴다"고 했다.

그의 편지를 관통하는 주제는 '행복'이다. "기분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해피 찬스(happy chance)'를 외쳐보세요. 부족이나 결핍은 행복을 가져오는 전제조건입니다. 이를 기회로 삼아 내가 노력해 좋은 상황으로 바꾸면 행복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는 "존중, 비전, 칭찬, 배움, 경청 등이 행복을 만드는 요소"라고 했다. 대전지검장 시절에는 검찰 조직도를 뒤집어 맨 위에 국민, 그 아래에 평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를 배치하고 맨 아래에 검사장을 표시하는 '물구나무 배치표'를 만들었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면 행복해진 직원들이 고객인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그때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한때 그는 '검찰의 행복 경영 전도사'로 불렸었다. 그는 월요편지가 호응을 얻은 이유로 "사소한 일상과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스스로를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2011년 퇴임 후 로펌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법률사무소를 차리다 보니 '수퍼갑(甲)' 고검장에서 '을(乙)'로 추락을 실감했어요. 이 과정에서 실수하고 흔들리고 고민한 것을 그대로 편지에 담았어요. 자기 극복 과정을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지요."

그는 최근 '봉사'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했다. "얼마 전 '편지에 꿈·비전·열정 같은 내용은 많은데, 왜 봉사나 기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보육원 봉사를 하며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아이들은 우리 부부를 '큰아빠, 큰엄마'로 부르고, 나는 그들을 '조카'로 부르며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이 아이들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 변호사는 "월요편지를 통해 50대 후반을 살아가는 남자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드려 '저 사람도 고민이 있고 약점이 있구나' 생각하며 삶을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10년간 매주 쓴 편지의 맨 마지막 문장은 항상 똑같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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