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92번째 편지 - 우리는 세상을 자기 위주로만 살지요.

 

우리는 세상을 자기 위주로만 살지요.

  “저는 2003년2월9일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미국에서 매우 유명한 가문 출신이십니다. 그러나 저는 우연한 계기에 제 동생과 같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 형제는 같이 살다가 2003년5월11일 저 혼자 어느 집으로 입양되었습니다. 그 집에는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형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저를 매우 잘 대해 주셨고 제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여도 야단치지 않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습니다. 특히 누나와 형이 저를 매우 귀여워 해주었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미국 출신이라고 저에게 미국식 이름도 붙여주셨습니다. 저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어떻게 하여야 귀여움을 받는지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하여서는 안 되는 일이 있었고 저는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부모님들은 제가 매우 영리하다며 자랑스러워 하셨고 저를 데리고 외출할 때면 모두들 제 눈망울이 맑고 아름답다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저도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행복하기만 하던 저에게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2007년 여름 누나와 형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너무도 귀여워 해주던 누나, 형과 일시적이나마 헤어진다는 것은 저에게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이었습니다. 더욱 힘든 것은 누나와 형이 외국에 가 있는 기간 동안 제가 잠시 집을 떠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저는 제 동생과 제 또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 있게 되어 이별의 슬픔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었기에 아파트 생활만 하던 저에게는 신천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좋은 자연 환경도 누나와 형과의 이별을 대신해 줄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를 악물고 몇 달을 버텨냈습니다. 방학이 되면 누나와 형이 귀국을 하였고 그러면 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누나와 형이 귀국할 날짜가 다가오면 저는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레어 잘 먹지도 못하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형이 귀국하여 저는 선생님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달 만에 만나는 형은 누구보다도 저를 반가이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는 형과 부둥켜안고 뒹굴었습니다. 형 역시 한시도 저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우리는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누나도 며칠 후 귀국하였고 저는 가족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한두 달 후 누나와 형이 방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며 왔지만 그래도 매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누나와 형이 방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날 때면 저는 다시 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데리러 선생님이 오시면 저는 따라가지 않으려고 몸을 숨기곤 하였고 어떤 때는 파르르 떨기도 하였습니다. 저를 보내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내며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2011년 5월12일 누나가 대학교를 졸업하였고 6월15일 완전히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저의 이중생활도 끝이 날 것입니다. 저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5월 하순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소변보기가 몹시 어려웠고 아랫배가 매우 아팠습니다. 막연히 날씨가 더워져 그러려니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6월7일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들어와 저는 몸 져 누었습니다. 아마도 누나와 형을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6월7일이 제 생애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눈을 감으며 누나, 형과 같이 하였던 날들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길지 않은 제 생애에 저를 친 동생처럼 여겨준 두 사람과의 만남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며칠만 더 버텼으면 누나와 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고 속상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있어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누나, 그리고 부모님 안녕히 계세요. 버키 올림”

 
 

 

 

  제가 8년을 키우던 강아지 버키는 이렇게 빨리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저는 버키를 키우는 동안 버키를 그저 말 못하는 한낱 동물로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버키를 잃고 보니 버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을 자신 위주로 살아갑니다. 배우자나 자식, 그리고 부모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이지요. 그러나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버키를 대하듯 필요하면 상대를 가까이 하고 필요 없으면 상대는 어떤 상처를 입던 관계없이 멀리하며 너무 냉정하고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6.13.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