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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당신은 인생의 붉은 신호등을 어떻게 기다리나요 (2008년 10월 6일)

지난주 톱 탤런트 최진실 씨가 자살하였습니다.

그녀의 자살을 몰고온 원인도 안재환이라는 탤런트 자살이었습니다. 삶이 어렵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울 대도 있지요. 아마 우리가 사건을 통해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이런 처지에 있는 분들일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였던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사람이 간혹 등장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삶의 무게를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저 사건관계인이나 피의자일 분이지요. 그들을 대할 때 그들의 눈에서 읽히는 삶의 무게와 고뇌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면 우리의 수사가 좀 더 인간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위로가 될까요? 어떻게 대해야 그들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낼까요? 인생을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요?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하였답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그 반지에 적힌 시 구절을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하였습니다.

 

반지에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시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 갈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파란색 신호등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대로는 붉은색 신호등을 만나 정차하게 되지요. 그 순간 우리는 붉은색 신호들이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허둥대고는 합니다. 그러나 좀 기다리면 붉은색 신호등은 이내 파란색 신호등으로 바뀌지요. 아마도 자살이라는 극한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인생의 도로에서 만난 붉은색 신호등을 자기 인생의 마지막 신호등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나스루딘은 꽃밭을 새로 단장하기 위해 땅을 갈아엎고 여러 종류의 꽃씨를 뿌렸습니다. 얼마 지나니 않아 꽃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정원은 어느새 꽃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심지도 않은 민들레까지 한몫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번식력이 대단한 민들레는 하루가 다르게 정원을 메웠습니다. 민들레가 다른 꽃들을 망칠까봐 나스루딘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스루딘은 민들레를 제거하기 위하여 정원사들의 조언에 따라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러나 민들레는 그를 비웃듯 더욱 기세등등하게 정원을 점령하였습니다. 마침내 그는 이름난 정원사의 도움을 청하러 도시로 갔습니다. 그 정원사는 척척박사여서 민들레를 제거할 숭 있는 모든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일러준 것은 아쉽게도 나스루딘이 이미 시도해본 것들이었습니다. 맥이 빠진 나스루딘에게 정원사는 말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방법은 이제 한 가지뿐입니다.”

그 말에 나스루딘의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당신이 민들레를 사랑하는 길뿐이라오.”

수년 전 서울대학교병원장을 지낸 한만청 교수님이 자신의 암 투병기를 책으로 출간하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그 제목은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라> 였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도로에서 만난 붉은색 신호등을 답답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지혜, 정원을 망쳐버리는 민들레를 뽑아내지 않고 오히려 사랑하는 지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암과 싸우지 않고 친구가 되는 지혜, 모두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일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인생에서 만나는 고난도 이렇게 극복하여야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건관계인들의 인생 고난 또한 같이 고민해주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검찰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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