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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번째 편지 - 한 준위의 희생은 위기의 리더십 그 자체입니다

               한 준위의 희생은 위기의 리더십 그 자체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 많은 사례가 있지만 다음 두 사례는 감동적인 것으로 많이 회자됩니다.

  사례 한 가지

  2001년 9월11일 8시45분 뉴욕 맨하튼 페닌슐라 호텔에서 조찬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뉴욕시장 줄리아니는 비행기 한 대가 무역 센타 북쪽 건물을 들이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911테러가 발생한 것입니다. 테러직후 줄리아니 시장은 현장을 누비며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뉴욕은 내일도 이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테러 속에서 허둥대고 당황하는 시민들을 향해 그는 희망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는 침착하게 행동하였습니다. 무명복서였던 그의 아버지는 처절한 교훈 하나를 아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얻어맞을수록 침착하라.’ 줄리아니는 극한적 위기상황에서 침착성을 잃지 않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사태를 수습해 나갔습니다. 이어 아버지의 두 번째 교훈이 그에게 큰 지침이 되었습니다. 줄리아니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결혼식 참석은 선택이지만 장례식 참석은 필수’라고 가르쳤습니다. 줄리아니는 방송에 출연하여 시민들에게 주변의 장례식에 참석하자고 호소하였고 뉴욕시의 공식 웹사이트에 장례식 일정을 올렸습니다. 이런 조치는 뉴욕시민을 하나로 만들어 그 혼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리더는 위기 속에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하여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래의 뉴욕을 생각하게 하여 시민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또한 리더는 위기 속에 깃발을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때 자신감 있는 어조로 방향을 제시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사례 두 가지

  알렉산더가 수만 명의 병사와 함께 사막에서 위기에 처했습니다. 알렉산더와 병사들은 갈증으로 몹시 괴로워했습니다. 그때 한 병사가 적진에 뛰어들어 물 한 병을 훔쳐다 알렉산더에게 가져왔습니다. ‘폐하, 이 물로 목을 축이시고 우리를 구해 주소서.’ 병사는 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다른 병사들은 알렉산더의 다음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죽은 부하의 몸에 물을 뿌리면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 물은 이 병사의 피와 같다.’ 그리고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우리 모두 서로가 가진 물을 한 방울씩 나누어 먹고 용감히 싸우자.’ 병사들은 알렉산더의 말에 감동하여 목숨을 걸고 싸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부하들에게 감동을 보여야 합니다. 진실과 사랑으로 본을 보일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가는 것입니다.

  저는 위 두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위 두 사례를 뛰어 넘어 자신을 희생한 모범적 리더십 사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천안함 수색과정에서 희생된 한주호 준위입니다. 

  한 준위는 53세의 UDT 최고참 대원입니다. 후배들을 지휘하기만 하여도 충분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선두에 서서 수색작업을 펼쳤고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차디찬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바다에 침몰한 전함 속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해군 후배들을 찾으려다 그만 자신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는 행동으로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위기의 리더십입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지 11일이 되었습니다. 사후 수습과정에 한 준위가 희생된 데다가 수색작업에 참여하였던 98금양호가 침몰되어 선원 9명이 실종되는 사고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사고에 사고가 겹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 상황도 극복되고 정리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주호 준위가 보여준 리더십은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학창시절에 월남전에서 수류탄 폭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몸으로 수류탄을 덮쳐 희생한 강재구 소령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는 당시 군인정신의 표상이었고 뛰어난 리더십의 전형이었습니다. 이제 그 자 

리를 한주호 준위가 이어받을 것입니다. 그가 있어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 한편 든든하고 한국인임이 자랑스럽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마 오늘은 웃으며 시작하자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2010.4.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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