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나 아이폰을 아시나요.
“In the final hours before the House vote on health reform, your voice has extraordinary power. Call your representative.(의료보험개혁법안에 대한 미국 의회 표결이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큰 힘이 됩니다. 지역구 의원에게 전화하세요.)”
“청송에 있는 교도소를 둘러보기 위해 가는 길입니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성폭력살인범 등 흉악범을 격리하기에 알맞은 시설인데, 앞으로도 더욱 더 흉악범은 고립되어 있는 교정시설에 수용할 예정입니다.”
“부산으로 달리는 KTX 안입니다. 집은 서울 직장은 부산. 그러나 매번 다른 지역으로 갈 땐 설레입니다. 이게 지방근무의 매력이지요. 새로움에 대한 기대, 낯설음에 대한 가슴떨림, 이를 즐기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눈치 채셨습니까? 바로 140자짜리 단문 블로그 트위터(Twitter)입니다. 처음 것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법안을 지지해달라고 쓴 오늘 새벽 1시경 트위터이고, 두 번째 것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님이 3.16. 쓰신 트
위터이고, 마지막 것은 어제 부산으로 내려오는 KTX 안에서 작성한 저의 트위터입니다.
지금 트위터가 뭐야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도 정확하게 24일 전에는 트위터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의 간부들이 핸드폰을 모두 아이폰으로 바꾸고 트위터를 사용한다는 보도를 보고 궁금해서 트위터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트위터를 전혀 모르고 살아가도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트위터를 배우고 나니 또 다른 세상하나가 열렸습니다.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인터넷만 보고는 오바마 대통령과 이귀남 장관님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트위터는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트위터에 가입하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140자 이내로 쓰면 누구나 와서 볼 수 있고 여러분도 누구든지 트위터에 가입한 사람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트위터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얼마 안 있어 방문자 수에서 구글을 넘어 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폰을 이용하여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기사를 봅
니다. 그리고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 있나 살핍니다. 오늘의 스케쥴과 할 일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폰을 들여 다 봅니다. 아이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일과가 되었지요. 출근길이 좀 막힙니다. 실시간으로 부근의 교통량을 확인합니다. 길가에 멋진 풍경이 있어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길게 찍어 필요한 부분만 잘라 편집하고 이를 이메일로 아내에게 보내줍니다. 퇴근 후 저녁을 어디에서 먹을지 아이폰의 플레이 맵 프로그램으로 추천을 받습니다. 그 음식점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도 붙어 있군요.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심심하여 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애창곡 18번이 뭐야.’ 벅스 프로그램에서 바로 그 곡을 찾아 들려줍니다.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친구들 간에 김연아가 몇 점을 받았는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바로 알려 주었습니다. ‘228.56’ 친구가 와인을 주문하였습니다. 와인 레이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그 와인의 평점과 가격을 확인해 알려주었습니다. 음식점 내에 멋진 팝송이 흐릅니다. 친구들 모두 알기는 아는 음악인데 정확하게 제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운드 하운드라는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인식하여 제목을 확인해 줍니다. 친구들의 놀라는 수준이 경악의 단계까지 올라갔습니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슬립싸이클이라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아이폰을 머리 맡에 거꾸로 놓고 잡니다. 그러면 아이폰이 몸의 뒤척임을 인식하여 깊은 잠에 들었는지 깨어나려 하는지 감지하여 뇌가 깨어난 시각에 자명종을 은은하게 울려주고 수면 그래프도 그려줍니다. 주말에 서울로 가는 KTX 안에서 시간이 있어 서울 집 컴퓨터에 저장된 타큐멘타리 ‘아마존의 눈물’이 보고 싶어 졌습니다. 아이폰의 에어비디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아이폰에서 직접 봅니다. 한참 보고 있는데 화면에 연합뉴스에서 보내 준 ‘서울 황사 주의보’라는 속보 자막이 뜹니다. 내리기까지 10여분 남았습니다. 유투브에서 김연아의 벤쿠버 동계 올림픽 경기장면을 찾아 한 번 더 감상합니다. 그날의 감동이 다시 밀려들고 순간 행복감에 젖어 듭니다.”
제 일상입니다. 아이폰을 접한 것도 불과 한 달이 채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내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폰과 연애하냐구요. 늘 아이폰을 가지고 무엇을 하니까요.
여러분 세상에는 늘 새로운 물건이나 지식이 나옵니다. 이를 대한 태도는 항상 두 가지입니다. 열심히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능숙하게 사용하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아무 관심 없이 옛 것을 고수하며 잘 살아가는 타입 말입니다. 젊을 때는 대개 전자이다가 나이가 들면 귀찮기도 하고 배우는 것이 겁도 나 후자로 머물게 되지요.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아도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대전에서 변호사를 하는 제 대학 동창 중에는 핸드폰이 없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래도 용케 변호사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나오고 그것이 유행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무엇인가 유용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향유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선택입니다. 저는 향유하는 쪽을 선택하였을 뿐입니다. 저는 그것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타입이니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3.22.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