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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편지-우리 검찰인 모두가 겸손해질 시기입니다.

어제 신임 검찰총장님께서 내정되셨습니다. 3기수를 뛰어 넘는 인사라 검찰에 엄청난 변화가 오리라 예상됩니다. 이런 시기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어려운 시기가 되면 우리 검찰은 늘 고립무원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우리 일의 속성이 우리의 처지를 그렇게 만든다는 숙명론적 견해가 있고 제법 설득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무엇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어느 연못에 아름다운 황금색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살고 있었답니다. 다른 물고기들이 그를 부러워하며 곁에 가려고 하였지만 너무 도도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였습니다. 황금물고기는 혹 자신의 비늘이 다칠까봐 다른 물고기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다녔고 마을 축제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는 늘 혼자였습니다. 황금물고기는 친구가 없는 것이 늘 슬펐습니다. 그 무렵 다른 연못에서 이사 온 물고기가 그의 아름다움에 반해 말을 걸었습니다. 둘은 곧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사 온 물고기가 황금 물고기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친구야. 너의 아름다운 비늘을 하나만 내게 주렴.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 그러자 황금물고기는 선뜻 자신의 황금 비늘을 하나 내주었습니다. 이를 본 다른 물고기들도 너도 나도 비늘을 달라고 졸랐습니다. 마침내 비늘을 다 주고 난 황금물고기는 보통 물고기처럼 되었지만 친구가 생겨 외롭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연못을 지나던 사람은 연못 전체가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았습니다. 물고기들이 하나씩 지니고 있는 황금색 비늘이 저마다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우화를 읽으며 황금색 비늘이 다칠까봐 다른 물고기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황금물고기의 이미지에 검찰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것은 저만이 가지고 있는 자괴감 때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검찰이 하는 일이 워낙 특수하고 중요해 우리 검찰이 타기관의 질시를 받고 때로는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질책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의 우리 입장을 고수하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황금비늘을 나눠준 황금 물고기처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우리가 하려는 일이 더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닌지 사고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황금물고기가 황금색 비늘이 다칠까봐 다른 물고기와 어울리지도 못하더라도 도도해하고 교만해 하는 자세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 이조시대 벼슬을 한 맹사성이란 분을 들어 보셨나요. 이분은 열아홉에 장원 급제하여 스무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되었답니다. 소년급제하다 보니 늘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고승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할 좌우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스님이 답하였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녹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난 맹사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다가 문에 세계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리가 있고 해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인의 자세는 바로 이 머리를 숙이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가 외부와 부딪히는 많은 일은 머리를 숙이지 않아 문에 부딪힌 맹사성처럼 머리를 숙였더라면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요.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6.2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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