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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째 편지 - 여러분 포항 스틸러스 웨이를 아시나요

            여러분 포항 스틸러스 웨이를 아시나요.

  이번 편지가 금년도 마지막 편지입니다. 그러나 호들갑스럽게 ‘여러분 금년 한해 잘 지내셨습니까.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는 식의 편지를 띄우지는 않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월요편지는 계속되고 우리의 삶도 변함없이 계속될 테니까요. 

  저는 지난주 송년 모임에서 우연히 축구 국가대표 허정무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으로 모아졌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왜 한국 축구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비해 재미가 없냐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허 감독님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피드의 차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여러분 혹시 포항 스틸러스 웨이를 아시나요. 제가 축구를 잘 알지 못하지만 허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 전에 들은 포항 스틸러스 웨이 이야기가 생각나 소개드릴까 합니다.  

  작년 K리그 6위를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 팀은 축구관계자 130명을 상대로 K리그에서 바라는 바를 설문조사 하였습니다. 그 결과 42%가

 

신속한 경기운영을 26%가 깨끗한 매너를 꼽았습니다.

  신속한 경기운영을 가늠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축구에 플레잉 타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이 굴러다니지 않고 어떤 이유에선가 멈춰있는 시간(데드 타임)을 제외한 실제 플레이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플레잉 타임이 길면 경기가 박진감이 있겠지요. 07-08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380개 경기를 분석한 결과 평균 플레잉 타임은 64분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2008 K리그 253개 경기를 분석한 결과 평균 플레잉 타임은 57분 32초이었습니다. 약 7분이 차이 나는 것이지요. 포항 스틸러스는 플레잉 타임을 늘리는 것을 신속한 경기운영의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면 깨끗한 매너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엇보다도 반칙 회수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의 통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좀 전에 소개한 통계에서 07-08 프리미어 리그 경기당 평균 반칙은 26개인 반면 2008 K리그 경기당 평균 반칙은 36개로 10개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반칙이 많으면 데드 타임이 늘 수밖에 없지요.  

  이 분석을 놓고 포항 스틸러스 팀은 관중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플레잉 타임을 늘이고 매너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치화하였습니다. 

  선수 평가에 있어 플레잉 타임에 60%, 매너 플레이에 40%를 배점하였습니다. 그리고 플레잉 타임은 현재 평균 57분에서 5분을 늘이면 60점 만점을 주고 그 이하이면 감점하였으며, 40점이 배정된 매너항목에서는 넘어진 선수 일으켜주기, 파울 후 사과하기, 판정에 복종하기가 가점 요인이고 고의적인 반칙, 경기지연행위, 판정에 대한 항의는 감점요인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평가한 결과는 당연히 감독의 연임과 선수들의 수당 및 연봉 인상에 반영하기로 하였지요. 

  포항 스틸러스는 이를 포항 스틸러스 웨이 선언문의 형식으로 대내외에 발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1. 플레잉 타임을 5분 이상 더 많이 뛰겠습니다. 2. 깨끗한 경기매너를 꼭 지키겠습니다. 3.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며 판정을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4. 포항 스틸러스 선수로서 자부심을 가지겠습니다.”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 결과 포항 스틸러스는 2009 K리그 2위, K리그 컵대회 우승,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등 놀라운 성적을 올렸고 무엇보다도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1967명으로 증가해 전년 에 비해 100%에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어느 축구팬의 이야기입니다. “플레잉 타임 5분 차이 

 라고 하지만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는 시각에선 엄청난 차이더군요. 경기 내내 끊임없이 공이 굴러다니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재미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포항 스틸러스 웨이를 만든 사람은 축구관계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포항 스틸러스 팀을 바꾸기 위해 포스코의 경영혁신팀은 혁신전문가 한 사람을 포항 스틸러스 팀에 투입하였답니다. 그는 포항 스틸러스의 문제를 경영혁신기법으로 분석하였지요.  

  먼저 문제를 파악하였습니다. 문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 알게 됩니다. 혁신용어로 VOC(Voice of Customer)라고 합니다. 신속한 경기운영과 깨끗한 매너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혁신용어에 CTQ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Critical To Quality 즉 핵심품질요인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포항 팀은 CTQ를 플레잉 타임 늘이기와 반칙 안하기 등으로 정하고 수치화 한 것입니다. 기업경영혁신 기법이 축구에도 적용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왜 축구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고 있을까요. 혹시 눈치 채셨습니까. 이제 2009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맡은 업무와 개인 삶에서 새해 계획을 세우고 계실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한 것이지요. 여러분 업무의, 가정의, 개인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문제를 아시려면 고객의 목소리(VOC)를 들어 보십시오. 스스로 예단하지 마십시오. 실제 고객의 목소리와 여러분의 추측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품질핵심요인(CTQ)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수치화 하는 것 잊지 마세요. 그냥 매너있게 플레이 하자고 하였으면 포항 스틸러스의 오늘이 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얼마 남지 않는 2009년 여러분 문제의 VOC를 듣고 이를 해결할 CTQ를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내년 성과가 벌써 기대됩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12.28.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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