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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번째 편지 - 양복 정장과 자율복장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는 복장 기준이 어떤가요. 저희 회사도 오랫동안 정장을 고집하다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그 무렵부터 자율복장으로 기준을 변경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편해 모두가 좋아하였습니다.

저도 정장을 입을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자율복장을 하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자율복장은 정말 제한이 없어 모두가 편히 옷을 입습니다. 그런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직원들의 복장에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용훈 전무가 점심 먹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대표님, 얼마 전 어느 신입 직원이 자신은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직원들이 나비넥타이에 정장을 하고 찍은 사진에 매료되어 입사하였는데 근무는 자유 복장이라 다소 어리둥절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 회사에도 정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네."

"제가 다니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에 끈 있는 구두를 신도록 하였습니다. 젊은 컨설턴트이지만 전문가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정장을 하게 한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회사가 많을 것입니다."

"예전에 그런 주제로 월요편지를 썼던 적이 있어요."

저는 그 월요편지를 생각해 냈습니다.

<법무 공무원들은 무채색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양복과 구두가 특히 그렇습니다. 평검사 시절 법무부에 보직신고하러 갈 때면 검정 양복을 챙겨 입고 끈 달린 검정 구두를 골라 신었습니다. 그 결과 무채색의 세상에서 살 게 되어 다양성과 활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2011년 4월 11일 월요편지)

검은색 슈트를 입는 문화가 다양성과 활력을 잃게 된다고 걱정을 하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원하던 자율복장을 하였는데 오히려 그 검은색 슈트를 매력 요소로 보고 입사한 직원이 있다니 참 우리는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식당 옆 좌석에 10여 명의 남자들이 검은색 정장에 어두운색 넥타이를 하고 들어와 앉았습니다. 머리 스타일도 대부분 비슷비슷하였습니다. 저처럼 머리를 민 사람은 물론 없었고요.

우리가 옷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서 그런지 정장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였습니다. 전문가 느낌이 확 나고 신뢰가 갔습니다.

"대표님, 보험회사 직원들 같아 보이는데요."

어느 업종의 회사 직원들인지는 모르지만 자리에 앉아 수저와 젓가락을 세팅하며 음식을 먹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도 절도가 있었습니다.

"대표님, 우리도 정장으로 돌아갈까요. 저는 요즘 별일이 없어도 전체 회의가 있는 목요일은 정장에 넥타이를 합니다."

"글쎄, 쉽지는 않을 거예요. 나부터 자율복장이 너무 편하고 좋은데요. 그러나 정장을 입는 것이 무엇인지는 가끔 경험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우리 아들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에게 교복은 없었어요. 평상시에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수업에 참석해요. 심지어는 운동복을 입고 오는 학생도 있었대요.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에는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파티를 한대요. 아이들에게 격식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려는 것 같았어요.

같은 차원에서 우리 회사도 이 전무가 하듯 일주일에 한 번 회의가 있는 목요일을 정해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도록 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것도 직원들 다수의 동의가 필요할 거예요. 사람은 통제 환경에서 자율 환경으로 옮겨가고 나면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요."

"대표님, 저는 우리 회사가 자율 복장으로 바뀌고 나서 양복 이외에는 입을 옷이 없어 몇 번 옷 사러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같이 점심을 먹던 박명찬 본부장이 끼어들었습니다.

양복 정장과 자율복장.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한 가지를 계속하면 싫증이 나서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끈이 달린 구두를 신으면 마음가짐도 단정하게 달라짐을 느낍니다.

이는 사무실 자리 문제에서도 똑같이 발생합니다.

전에는 직원들에게 모두 정해진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세가 고정석을 없애고 자율석으로 바꾸는 것이라 5년 전 이사를 하면서 직원들 좌석을 자율석으로 바꾸었습니다. 시대 흐름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모두 암묵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정해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율석을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많은 회사가 미국 회사를 본떠 자율 좌석제를 도입하고 자랑했지만 지금의 결과는 어떨까요.

언젠가 이어령 선생님께서 우리 민족은 유목민인 서양과 달리 정착하는 농경민족이라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해 자율 좌석제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혜안이셨습니다.

우리 모두 자율을 선호하는 것 같지만 우리 내면에는 통제와 규제 그리고 획일화에서 오는 질서의 아름다움에 대해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순덩어리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만족시킬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11.2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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