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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번째 편지 - 잃어버렸던 독서에 대한 열정



저는 매년 40권 내지 50권의 책을 읽어 왔습니다. 그 습관이 금년 들어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금년 초 독서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더니 독서보다는 <경험>과 <사색>에 치중하게 되었습니다.

금년이 열 달 지났지만 제가 읽은 책은 10권도 되지 못합니다. 제 평생 가장 책을 적게 읽은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독서의 계절이지만 독서를 향한 열정은 끓어오르지 않고 그저 밍밍할 따름입니다.

얼마 전 루첼라이 정원 공부시간에 강신장 대표로부터 오프닝 강의로 안경회사 젠틀 몬스터 창업주의 독서 일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2011년 영어캠프 회사를 경영하던 김한국 대표는 신사업으로 안경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안경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습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앞두고 책 100권을 독파하리라 결심하였습니다.

책 옆에 칼을 두고 읽을 정도로 굳은 의지로 책 100권을 독파하였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철학이 '세상을 놀라게 하라'였습니다. 그 결과 젠틀 몬스터는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되었습니다."

이어 등단한 메인 강사 김상근 교수님은 "저는 책을 1,000권도 넘게 읽었는데 왜 거부가 되지 못하였을까요" 하며 웃었습니다.

이 일화를 듣고 다시 독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책 100권이 1조 원짜리 회사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영향은 주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에 대해 그간 썼던 월요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저도 책을 많이 읽을 때가 있었습니다.

"장마 속에서도 20일간 읽은 두 권의 책 페이지 수는 1,336페이지입니다. 매일 70페이지씩 읽은 것입니다."(2013년 8월 5일 자 월요편지)

"9월 한 달 동안 5권을 읽었습니다. 1,598페이지입니다. 하루에 53페이지씩 읽은 셈입니다." (2016년 10월 4일 자 월요편지)

이렇게 몰입하던 독서에서 왜 멀어졌을까요. 독서할 이유를 놓친 것입니다. 월요편지에서 몰입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지식의 보고인 박문호 박사와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 : 독서는 왜 하는 것입니까?

박 : 인간은 '학습하지 않는 것이 허용되어 있지 않은 존재'입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미숙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모든 것은 학습을 통해 배웁니다.

조 : 이런저런 책을 읽어 보았지만 지식은 손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뭐 하나 머리에 정리되고 체계화된 지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 : 독서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방향성입니다. 물리학 책을 한두 권 보다가 갑자기 철학 책을 보면 안 본 것보다는 낫지만 두 학문 모두 놓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독서계획입니다. 양자역학을 한 번에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양자역학을 몇 개의 덩어리로 나눈 다음 한 덩어리를 100일 정도 공부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조 : 나이가 드니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아 허무해집니다. 그래서 독서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데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박 : 많은 책을 읽는다고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 지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부할 때 [결정적 지식]을 만나느냐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화학의 경우 고등학교 때 배웠던 주기율표가 바로 [결정적 지식] 중 하나입니다." (2019년 5월 7일 자 월요편지)

이 월요편지를 진작 다시 읽어보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2년 전에도 똑같이 하였던 것입니다. 그때도 독서가 멈춰 있었습니다. 해답을 듣고도 2년 만에 똑같은 일이 생긴 것입니다.

박문호 박사님이 이야기한 첫 번째는 독서의 방향성입니다. 김한국 대표는 <창업>이라는 방향성이 있었기에 그에 관한 책 100권을 읽은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어떤 방향성이 있었을까요.

"저는 그리스 로마 고전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늘 “Who am I? What is life? How to live?”라는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배우려고 합니다.

호머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읽고 요즘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읽고 있습니다. 이어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작품에 도전하렵니다." (2017년 3월 13일 자 월요편지)

저의 독서 방향성은 제 삶의 목표인 "인격의 완성"이었습니다. 늘 인생에 대해 궁금하였고 그 해답을 독서를 통해 찾아왔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독서하여야 할까요. 그 방법론도 월요편지에 있습니다.

"첫째 다독(多讀)입니다. 책의 종류와 관계없이 많이 읽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읽어라” 독서의 신으로 존경받는 일본의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입니다.

둘째 계독(系讀)입니다. 어떤 주제를 정해서 그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특정 주제의 책을 수백 권을 읽으면 그 분야에 관한 전문가가 됩니다. 이것이 계독이 주는 선물입니다."

저도 그간 1,000권 이상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다독입니다. 그러나 계독은 못 해 보았습니다. 젠틀 몬스터의 김한국 대표는 계독을 한 것입니다. 계독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저도 금년 남은 두 달 동안 특정 주제를 정해 <계독>해 보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주제에 대한 <결정적 지식>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정조는 독서를 '천하에서 가장 통쾌한 일 중 하나'라 했고, 유학자 윤증은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더위를 식힐 음식도, 피서 도구도 없으니/ 조용히 앉아서 책 읽는 게 제일이구나'라고 독서를 칭송하였습니다.

다행히 월요편지를 쓰는 동안 독서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1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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