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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번째 편지 - 정리 정돈에 대한 서로다른 성격 유형 J와 P



제 평생은 무질서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정리 정돈이 체질화되어 있는 저로서는 무질서한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 충돌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정리 정돈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습니다. 물건이 어질러 있어도, 방이 너저분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결혼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충돌이 잦았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해서 꾹꾹 참다가 한도를 넘어서면 폭발하곤 했습니다. 주기는 점점 늘어났지만 그 충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깔끔하게 해 놓고 사는 저로서는 방을 지저분하게 해 놓고 있는 직원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방 정리를 하도 지적하자, 어느 변호사는 천재들의 책상은 너저분하다는 어느 기사를 저에게 공유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 문제는 저의 평생 숙제가 되어 이를 주제로 한 월요편지를 몇 번 쓰기도 하였습니다.

2009년 4월 27일 <여러분은 정리 정돈을 잘하시나요>라는 월요편지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분기에 한 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 정돈해보세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은 사람이 보통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만개쯤 된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리 정돈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고 생활의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리 정돈을 그저 서류나 물건을 정리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인생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인식하시면 어떨까요."

2017년 5월 22일 월요편지 <미니멀니즘>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가슴에 품어보고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이 가르침 하나가 미국을 곤마리 열풍으로 들끓게 만들었습니다. 곤마리 정리법 열풍을 취재한 어느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다이애나라는 이름의 참가자는 정리하기 전 자신의 삶은 한마디로 통제 불능이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행복의 반대는 슬픔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죠. 그건 혼란과 무질서예요.'"

이런 월요편지를 쓴 제 마음은 정리 정돈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정리 정돈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미니멀니즘을 실행하여야 혼돈과 무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미국 해군대장 <월리엄 맥레이븐>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부터 개세요."라고 정리 정돈의 중요성을 책으로 펴 냈습니다. 정리 정돈이 성공과 관련이 있다는 저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성격론을 공부하면서 정리 정돈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무영 박사가 종합 정리한 디퍼런스(Difference)라는 개념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퍼런스란 사람의 타고난 고유한 내면적 특성을 의미하는 학술용어입니다.

디퍼런스는 히포크라테스의 기질론에 입각한 외부적 구성요소, 칼 융의 심리유형론에 기초를 둔 내부적 구성요소, 서무영 박사의 동인론에 기초를 둔 핵심적 구성요소 등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초급과정을 절반 정도 공부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칼 융의 내부적 구성요소에 기반을 둔 MBTI를 공부하다가 뜻밖에 정리 정돈 문제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MBTI를 더러 접한 적이 있었지만 혈액형 분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공부해 보니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MBTI 중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 또는 외부 세계에 관계하는 생활양식'에 따라 구분되는 P와 J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P는 Percieving 인식형을 뜻하고 J는 Judging 판단형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론적인 설명은 차치하고 저는 J형이고 아내와 아이들은 P형입니다. 이 두 유형의 차이를 교수님이 설명할 때 저는 무릎을 수없이 내리쳤습니다. 정리 정돈의 차이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부부 중 한쪽은 P형이고 한쪽은 J형이면 거의 매일 싸웁니다."

교수님의 핵심 강의 내용이었습니다.

"P형은 물건이 어질러 있어도 불편함을 못느낍니다. 반면, J형은 모든 것이 정리 정돈되어 있을 때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J형은 정리 정돈을 잘해 어릴 때부터 칭찬을 받고 자랍니다. 그 결과 잘못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의 생활방식이 교과서적인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J형은 P형을 열등하다고 비난합니다.

J형에게 정리 정돈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지만, P형에게 정리 정돈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J형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대인들은 개성이 강한 P형을 높이 평가합니다. 서로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 보다 우수하거나 열등하지 않습니다.

성격적 특성은 서로 다릅니다. 이것은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타고 난 것입니다. J형도 P형도 타고난 특성입니다.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Understanding) 하여야 합니다. 그 결과 상대방의 라이프스타일에 동의(Agree)할 수는 없어도 받아들일(Accept) 수 있습니다. 그래야 갈등 요소를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결혼 후 35년간 이런 사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정리 정돈을 잘 하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을 비난하고 저의 스타일을 강요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디퍼런스 초급과정을 절반만 배우고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좀 경솔한 것 같지만, 정리 정돈에 대한 서로 상반된 타입의 설명이 너무 가슴에 와닿아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이번 월요편지를 썼습니다.

디퍼런스를 다 공부하고 나면 다시 한번 공부에 대한 소감을 월요편지에 쓰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J와 P 중 어떤 타입 같으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8.2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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