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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번째 편지 - 슈퍼 마리오 64

"아빠, 우리 가족 오늘 볼링 한 게임해요." "좋지." 네 가족이 볼링을 시작하였습니다. 아내가 압도적으로 잘합니다. 저와 아들은 연신 볼을 거터(양쪽 도랑)에 빠트립니다. 아내는 스트라이크(첫 번 공으로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것)를 연속으로 세 번 하는 터키까지 성공해 냅니다.

스트라이크를 하거나 스페어(첫 번째 공으로는 10개 핀을 모두 쓰러뜨리지 못했지만 두 번째 공으로 남은 공을 쓰러뜨리는 것)를 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집니다. 그 순간 가족이 하나가 됩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볼링을 하고 있는 장소는 볼링장이 아니라 우리 집 거실입니다. TV 화면을 향해 볼링공을 굴려 화면 속 핀을 넘어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비를 이용해서 볼링공을 굴리는 자세를 취하면 가상의 볼링공이 핀을 향해 굴러갑니다.

저희 가족은 닌텐도(일본의 게임 개발사)에서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로 볼링 게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게임기는 우리나라에 2017년 12월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이 게임기를 사서 가족들과 같이 즐기고 있습니다.
 



이 게임기는 제가 직접 구입하였습니다. 게임기 구입에 가족들이 환호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두 닌텐도와 관련된 추억을 소환하였습니다. 당연히 슈퍼 마리오(닌텐도의 유명한 게임 캐릭터)도 같이 소환되었지요.

1996년 여름 <닌텐도 64>라는 게임기가 발매되었습니다. 64는 이 게임기에 들어간 CPU가 64비트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64비트는 2D이던 가정용 게임기가 입체인 3D가 가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저는 영덕지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기 발매 소식을 듣고 서울에 가서 용산전자상가에서 일본어판 <닌텐도 64>(당시 한국어판은 없었습니다)와 대표적 게임 <슈퍼 마리오 64>를 구입하였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것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닌텐도 64>는 3,293만 대, <슈퍼 마리오 64>는 1,191만 개가 팔렸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리오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한 게임 캐릭터입니다. 마리오는 콧수염에 멜빵바지를 입은 이탈리안 배관공입니다. 어떻게 배관공을 캐릭터로 할 생각을 하였는지 모르지만 공전의 히트를 쳤고, 지금도 계속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64>는 주인공 <마리오>가 악당인 괴수 <쿠파>에게 납치된 여주인공 <피치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별 120개를 모으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저는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과 같이 별을 모으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밤도 여러 번 샜습니다.

한 번은 별을 몇십 개 모은 상태에서 딸아이가 게임기 조작을 잘 못해 모두 날려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그때 제가 엄청 화를 냈다고 지금도 이야기합니다. 별 120개를 전부 모았을 때는 모두 감격했습니다.

사실 일개 게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게임은 지난 34년간의 우리 가족사에서 유일하게 가족 모두를 즐겁게 한 게임입니다. 그 게임을 할 때면 모든 가족이 TV 앞에 앉아 함께 게임을 하였습니다.

"아빠 왼쪽으로 가요." "도랑 조심해요." "아, 저 탑 위에 별이 있네요." "내가 해 볼게요." 이런 대화가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 우연히 닌텐도에서 슈퍼마리오 발매 35주년(1985년 첫 출시되었다고 합니다.)을 맞아 <슈퍼 마리오 3D 컬렉션>을 발매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64>는 <게임큐브>, <wii>, <닌텐도 스위치>로 발전해 왔습니다.

<슈퍼 마리오 3D 컬렉션>은 그동안 대히트를 쳤던 게임 3가지 <슈퍼 마리오 64>, <슈퍼 마리오 선샤인>,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그래픽을 최근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서 함께 출시하는 것입니다.



저 같은 슈퍼 마리오 올드팬을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 공략 전략은 통하였습니다. 저를 20년 만에 게임기 매장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하였으니까요. 저는 두 달 전 국제전자센터의 게임기 매장에 가서 <닌텐도 스위치>와 <슈퍼 마리오 3D 컬렉션>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게임 캐릭터 피규어 매장에서 슈퍼마리오 피규어 3개를 샀습니다. <마리오, 루이지, 요시>가 바로 그들입니다. 오랜 친구를 수십 년 만에 만난 기분으로 세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그날 이후 가족들은 주말에 모여 <슈퍼 마리오 64>를 합니다. 별을 얻지 못해도 그만입니다. 게임 시작 때 들리는 사운드트랙과 <마리오>하는 외침 하나만으로도 우리 가족을 그 행복했던 시절로 바로 데려다줍니다.



가족들은 서로 바빠 주말에도 한꺼번에 모임이 힘듭니다. 간신히 저녁이라도 할라치면 식사하고는 다들 제 할 일을 하러 가버립니다. 같이 앉아 있을 때도 눈은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느낌이 들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한 가지 일에 함께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힘든 일을 <슈퍼 마리오 64>가 해낸 것입니다. 가족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2주 전 일요일 <슈퍼 마리오 64>를 하러 가족들이 모였는데 아들이 닌텐도 스위치의 볼링 게임을 소개하였습니다. 가족들은 단번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실제 볼링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스트라이크나 스페어를 할 때 기분은 실제 볼링장에서의 느낌과 똑같습니다.



추억을 소환하려고 구입한 닌텐도 스위치가 가족을 하나로 묶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1996년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저는 37살, 아내는 34살, 딸아이는 9살, 아들은 1살이었습니다. 젊어지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12.7.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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