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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번째 편지 - 2019년 51통의 월요편지를 다시 읽어 보니

 

오늘이 600번째 월요편지이자 2019년 마지막 월요편지입니다. 매주 쓰는 월요편지라 언젠가는 600회가 되고 언젠가는 그해의 끄트머리에 쓰게 되지만 그래도 사람은 의미의 동물인지라 두 가지가 겹친 오늘은 2019년 월요편지를 다시 읽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2019년에 쓴 총 51회의 월요편지를 일별해보니 "How to live?에 대한 주제가 총 22회, 43%로 절대적이었습니다.

월요편지는 2019년의 시작을 황금률에 대한 고찰로 시작하였습니다.

"2019년에는 아내의 말대로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바를 가족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저의 황금률로 지켜나가 보겠습니다."(549회)

그리고 이어 환갑을 '두 번째 서른한 살'이라고 규정하고 '두 번째 서른한 살'을 '첫 번째 서른한 살'보다 더 잘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무엇이 나의 취향에 맞는지도 알게 되었으며 아내와 아이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예전처럼 시간 낭비는 덜하며 살게 되리라. 속도는 예전보다 느려도 방향을 정확하게 아니 더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550회)

인생에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서양 철학자들의 장수와 성공에 관한 보고서]를 정리하고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 경험할 수도 없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한 철학자들이 평탄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거창한 이야기에 마음 끌린 사람들이 오래 살고 성공하였다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면이 있습니다."(551회)

그래서 2019년 월요편지도 43%를, 인생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담론에는 재기에 관한 스토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2019년 멋진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다 혹 넘어지면 서로에게 이야기해 줍시다. 'One more chance.' 그러면 우리 모두 벌떡 일어나 기적 같은 샷을 날리며 역전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 아주 오래전 제가 힘들 때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인생은 역전하는 재미로 사는 거요.'"(552회)

인생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타인 감정 독법]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언어를 감정과 똑같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프면 아프다, 화나면 화난다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그 행동에 담긴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 내는 훈련을 해보는 것입니다."(558회)

월요편지를 쓰면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였지만 여전히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데 서툽니다. 특히 가족의 감정을 읽어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 공부는 끝이 없나 봅니다.

"2012년 여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저의 공부는 이렇게 방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한다고 다 이해하는 것도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무엇을 다시 공부하여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습니다."(567회)

저는 인생 공부를 하다가 [배울 學]은 있되 [익힐 習]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는 [학]도 없고 [습]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학]의 카테고리에 있는 독서를 하지만 인생살이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습니다. 해답은 [습]에 있습니다. 인류가 찾은 황금률 하나만 매일 연습하여도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571회)

2019년 중반, 연초에 이야기한 황금률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생 공부는 궁극적으로는 죽음 공부로 이어집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 보내 주신 책 [뉴욕타임즈 부고 모음집]을 읽고 이렇게 월요편지를 썼습니다.

"누군가의 obituary(부고)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obituary를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의 obituary에 나타난 그의 삶의 길 road를 살피다 보면 저절로 자신의 지나온 길 road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그 road의 종착역이 [성공]인 줄 알고 살지만 나이가 들면 그 종착역은 [성공]이 아니라 [인격]임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585회)

10월 1일 환갑날, 60년을 살고 배운 것을 월요편지에 적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드라마틱한 영화나 소설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난 60년의 세월 곳곳에 사랑도 있었고 행복도 있었으며 환희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미움도 불행도 슬픔도 함께했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덜 후회하는 삶을 살자.'"(587회)

인류의 현자들은 우리에게 인생에 관해 어떤 가르침을 줄까요. 이것이 궁금해 책 [축의 시대]를 읽고 이런 교훈을 얻었습니다.

"축의 시대의 현자들도 그 해법을 구했고, 그 해법이 인류에게 종교와 철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해법은 인격의 완성, 자비, 사랑, 인 등 표현은 다르지만 결론은 한가지입니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라.'"(588회)

다시 황금률로 돌아왔습니다. 2019년 월요편지는 황금률 근처에서 뱅뱅 돌고 있었습니다. 결국 내가 아닌 남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지난가을 미국에 갔을 때 가이드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관광객을 모시고 그랜드 캐니언으로 일출을 보러 가면 특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동양 사람들은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는데 서양 사람들은 그 해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광경이 있는 서쪽의 캐니언을 바라봅니다."

저는 너무도 오래 '나'라는 태양만 바라보았습니다. 그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이 언제 아름다울지에만 관심있었지요. 그러나 정작 아름다운 것은 그 태양이 빛을 비춰 만드는 세상이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관계하여 희로애락을 주는 그들, 바로 "남들의 세상" 말입니다.

황금률은 시선을 해가 뜨는 [동쪽]이 아니라 세상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2020년 일출을 어느 쪽 시선으로 보실 건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12.3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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