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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번째 편지 - 크리스마스트리 만들던 날

 

집이나 사무실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셨나요? 길가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지 않는 겨울을 맞이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저는 2016년부터 사무실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장식 사업을 시작한 딸아이에게 부탁하여 멋진 눈 마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2년 만에 딸아이는 너무 힘들다며 크리스마스 장식 사업을 접었지만 사무실에는 그 유산이 남아있습니다.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창고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저는 금년에도 작년에 사용하였던 장식물을 꺼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할 것인가 였습니다. 딸아이에게 부탁하였더니 자기 혼자 우리 회사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려면 일고여덟 시간이 드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네가 아는 크리스마스 장식 업체에 알아봐 줘. 설치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딸아이가 알아 온 비용은 60만 원이었습니다. 그저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다시 설치하기만 하는데 60만 원이라니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렇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까짓 것, 내가 만들어도 만들 수 있을 텐데." 다시 방법을 생각해 내기로 하였습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모여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였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한 직원에게 이야기하였더니 조심스럽게 "직원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빼앗긴다고 싫어하지 않을까요"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트리 만드는 일을 [숙제]가 아니라 [축제]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한두 명에게 시키면 왜 업무 외의 일을 시키나 하는 반감이 들 테지만 원하는 직원만 같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일이 아니라 그냥 저질러 보기로 하였습니다. 세상일은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요. 까짓것 모두 싫어하면 그때 업체에 맡겨도 늦지 않으니까 손해 볼 일이 없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사무실 직원 중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데 참여할 사람만 점심시간에 같이 만들자고 하고 11시 30분경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작업 가이드는 딸아이가 맡아 주었습니다.

창고에서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꺼내 놓고 딸아이로부터 작업 설명을 들었습니다. 몇 개로 나누어진 인조 나무, 꼬마전구가 달린 수십 미터짜리 전깃줄,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물, 이들을 이용하여 작년에 만들었던 2미터의 크리스마스트리 만드는 일이 점심시간에 할 일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아 보였습니다. 인조 나무들은 잎을 하나하나 펴야 했고, 수십 미터에 달하는 꼬마전구 달린 전깃줄은 요령껏 나무 사이사이로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나무를 둘러싸야 했습니다. 게다가 수백 개의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나무에 매달아야 했습니다.

젊은 직원들은 물론 나이 든 간부들도 제각기 하나씩 자기 일을 맡아 어설픈 솜씨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제법 손놀림이 빨라지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장 이사도 양 부장도 50센티미터짜리 꼬마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완성했습니다. 제법 그럴싸하였습니다.

가장 힘든 작업은 꼬마전구가 달린 전깃줄을 나무에 두르는 작업이었습니다. 나무의 키가 2미터나 되어 키 큰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이재현 선임과 이수민 연구원이 나섰습니다. 하얀 목장갑을 끼고 전깃줄을 붙잡은 모습이 여러 번 해 본 듯한 솜씨입니다.

처음에는 어디서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라 딸아이에게 연신 묻더니 조금 시간이 흐르자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생겨 속도가 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힘드시지만, 전깃줄을 다 두르고 불을 켜면 감격하실 것입니다." 딸아이는 그들에게 팍팍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다들 조금씩 지치기 시작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점심 식사입니다. 회의실에서 배달된 도시락을 다 함께 먹습니다. 무슨 콘도에 워크숍을 온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하더니 화제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펭수 이야기로 옮겨 갔습니다.

저는 펭수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지 펭수에 대한 유튜브를 보지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펭수 광팬이었습니다. 펭수 이야기로 한 30분간 재미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꼬마전구 달린 전깃줄을 트리에 두르는 작업이 끝났습니다.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모두 '와' 하는 탄성이 터졌습니다. 감격할 거라는 딸아이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나머지 직원들이 나서 트리에 장식물을 달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작업하니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탄생하였습니다. 모두가 스스로 만족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다음 날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할 때 어제 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 직원도 있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겠다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전깃줄 작업을 한두 사람은 "전깃줄 두르는 작업이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다 같이 함께하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만약 혼자 하라고 하였으면 못했겠죠."라고 소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사무실 업무가 크리스마스트리 만드는 일과 같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똑같은 일이 힘든 노동이 될 수도 있고 재미난 놀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상황과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 비밀을 찾는 일이 리더의 할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목적이 빠진 지시]는 지시받은 사람을 짜증 나게 하고 힘들게 한다. [세세한 방법이 정해진 지시]는 서로를 피곤하게 만들고, 목적을 성취하는 것을 방해한다. 리더는 첫째 목적을 정해주고 둘째 방법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취해야 한다. 지시한 방법이 최고의 방법이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결정에는 헌신하지 않는 법이다."

여러분의 일은 숙제인가요. 축제인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12.9.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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