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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번째 편지 - 월요편지 500회를 다시 읽어 보다 [1부]

 

드디어 월요편지가 500회를 맞았습니다. 2008년 3월 24일 대전지검장으로 직원들에게 첫 번째 월요편지를 쓴 이래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세월 동안 매주 똑같은 일을 하였습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10년이 되었지, 앞으로 10년 동안 월요편지를 쓰라고 하면 그 요구를 잘 해낼지 자신이 없습니다. 

스스로 월요편지 500회를 축하하고 싶습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매주 특정 주제를 가지고 고민하였고 말이 되든 안 되든 그것을 여러 사람 앞에 내놓았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하고 건방진 일입니다. 제가 누구이길래 제 사적인 의견을 매주 여러분에게 이메일로 보내 여러분을 성가시게 했을까요? 그러나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해 주셨고 그 격려가 오늘까지 월요편지를 쓰게 하였습니다.

오늘은 500회 동안 제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때마다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한번 훑어보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합니다. 맨 처음 월요편지는 2008년 3월 24일 대전지검장으로 취임한 지 13일 만에 썼습니다. 제목은 [대전 1.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1년을 어떻게 지낼까 고민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의미 있게 지내고 싶습니다. 제가 맨 먼저 생각한 것은 '여러분의 꿈'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 읽어도 첫 번 주제로 꿈으로 삼은 것은 잘한 일 같습니다.

다음 월요편지는 [대전 2. 행복은 무엇인가요.]입니다. 제가 10년간 월요편지를 통해 공부하고 있는 것은 바로 행복입니다. "마틴 셀리그먼 박사는 행복의 3대 조건으로 '즐거움, 몰입, 삶의 의미'를 꼽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매일 자기 전에 그날 가장 좋았던 일 3가지와 그 이유를 함께 적으면 6개월 후 더 행복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전지검장 시절 총 42통의 편지(2008년 3월 24일부터 2009년 1월 12일까지)를 썼습니다. 눈에 띄는 제목들을 일별해 봅니다. [대전 4.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대전 5. 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세요.], [대전 7. 당신의 가장 소중한 고객, 바로 가족입니다.], [대전 11. 당신의 목표를 종이에 적으세요.], [대전 14. 당신은 진짜 친구가 얼마나 있습니까.], [대전 17. 일주일에 얼마나 운동하시나요.], [대전 25. 현실에 얼마나 감사하고 지내시나요.], [대전 31. 다시 한번 경청의 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대전 38.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일.]. 제목만 읽었는데도 어떤 느낌이 옵니다. 아! 이런 고민을 하였구나.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았는가? 그 해답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과거를 기록한다는 것은 이래서 의미가 있나 봅니다. 지난날 사고의 궤적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이 42통의 편지와 답장을 가지고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계속 월요편지를 읽어 보겠습니다. 2009년 1월 28일 서울 북부지검장으로 첫 번째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목은 [북부 1. 여러분 행복하십니까.]입니다. 저의 첫 번째 관심은 여전히 행복이었네요. 행복을 검찰청에서 공부하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행복경영'을 위해서입니다. 행복경영은 제가 저의 고객인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드리면 행복해진 여러분이 여러분의 고객을 행복하게 해드리게 된다는 경영이론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행복에 대해 공부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북부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총 25통의 편지(2009년 1월 28일부터 2009년 7월 13일까지)를 썼는데 8번을 행복을 주제로 편지를 썼습니다. 지금 보니 좀 과할 정도였네요.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월요편지는 기획하여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행복에 대해 3번 썼으니 그만 써야지 하는 식의 기획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6시 책상에 앉아 그 순간 떠오르는 주제로 월요편지를 씁니다. 8번의 월요편지 제목을 읽어 보렵니다. [북부 1.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북부 2. 행복에 대한 통념 깨기.], [북부 3. 행복도 측정이 될까요.], [북부 5. 행복은 베푸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북부 6.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북부 7, 일상 업무에서 몰입을 체험할 수 있나요.], [북부 21. 적절한 쾌락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줍니다.], [북부 25. 마지막 편지, 여러분 행복하세요.]. 북부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로 인사하고 이임하면서 '여러분 행복하세요.'로 인사했네요. 지금 보니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마치 검사장이 행복에 한이 들린 사람처럼 행복 이야기만 하다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부산고검장이 되었습니다. 부산고검은 근무 기간이 길어 꽤 많은 편지를 썼습니다. 총 73통의 편지(2009년 8월 24일부터 2011년 1월 31일까지)를 썼습니다. 부산고검 시절부터 월요편지 홈페이지를 만들고 월요편지 연번도 새롭게 1번부터 붙였습니다. 그전의 대전 42통, 북부 25통 합계 67통은 별도 번호를 매겼습니다. 새롭게 연번이 붙었습니다. 저는 그 시절 73통의 월요편지 제목을 훑어보다가 한 편지에 눈이 고정되었습니다. 그날의 추억이 또렷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61. 저는 아름다운 소녀 한 분을 만났습니다.]입니다.

"첫인상이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그녀는 검사는 처음 만난다고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 모두가 글을 잘 써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하였지만 그녀의 사람을 향한, 절대자를 향한 사모하는 마음이 그녀에게 그런 능력을 허락한 듯하였습니다. 음식이 들어오자 그녀는 식사하기 전에 시 한 편을 낭송하면 어떠냐고 하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시를 보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쓴 시더라며 다른 사람들도 외우는 시라 자신도 외워보았는데 외우다가 막히면 어떻게 하냐고 농담까지 하였습니다." 바로 이해인 수녀님입니다.

월요편지가 사진보다 좋은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사진은 그날의 감흥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지만 월요편지는 이처럼 그 순간의 감흥을 고스란히 채집하여 다시 제 눈앞에 펼쳐 보입니다.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제목이 있습니다. [8. 작은 배역은 없습니다. 작은 배우가 있을 뿐입니다.], [11. 바보는 항상 결심만 한답니다.], [16. 부족함이 축복입니다.], [18.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릅니다.], [29. 오늘도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있지 않나요.]

숨이 가쁘신가요? 호흡 한번 하고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30. 여러분 5년, 10년 후를 생각하며 사시나요.], [36. 자식은 액세서리가 아니라 친구이여야 합니다.], [42. 당신의 행복채굴능력을 묻습니다.], [55. 늙으신 부모님의 하루하루를 생각해 보셨나요.], [72. 침묵을 연습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특히 자식 이야기와 부모님 이야기에서는 반성이 되네요. 여전히 실천을 잘 못 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는 28년 검찰에서의 마지막 보직 법무연수원장이 되었습니다. 6개월 시한부 원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27통의 월요편지(2011년 2월 7일부터 2011년 8월 1일까지)를 썼습니다. 6개월밖에 없었기에 작심을 하고 검찰에서의 마지막 행복경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편지 제목도 [74. 법무연수원에서도 행복경영이 시작됩니다.]입니다. 이 6개월 동안 법무연수원의 건물과 교육체제를 리모델링 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그에 관한 월요편지가 퍽 많았습니다.

[75. 교육에 올인하는 기업을 보고 생각나는 것들.] [76. 행복교육 첫 번째 보고서.], [79. 디지털 기계나 교육이나 터치가 중요합니다.], [80. 수료식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요?], [81. 법무연수원장 취임사를 다시 읽어 봅니다.], [89. 구글을 방문하여 느끼고 배운 것들.], [91.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입니다.], [93. 건축물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대화의 산물입니다.], [94. 내가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국퍼를 하는 이유.], [96. 내가 법무연수원에서 만난 여덟가지 즐거움.] 등이 바로 행복 교육의 기록들입니다. 오늘 다시 읽어 보니 그 시절 제가 고뇌하였던 것들이 하나둘 생각나네요. 월요편지를 쓰지 않았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제 인생의 조각들입니다.

2011년 8월 1일 검찰에서의 마지막 월요편지를 99번째로 쓰고 검찰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월요편지 제목은 [99. 꿈에 중독되어 산 검찰 28년.]입니다. "검찰 28년을 꿈에 미쳐 살았습니다. 저는 평생 꿈꾸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준 검찰 조직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검찰을 위해 더 이상 꿈을 꿀 수는 없습니다. 꿈을 꿀 수는 있겠지만 그 꿈은 무정란처럼 결실을 맺지는 못할 것입니다. 대신 그 꿈꾸는 능력을 제2의 인생을 위해 쓰게 될 것입니다. 제가 어떤 꿈을 꿀 지 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멋진 꿈을 꿀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꿈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제2의 인생의 꿈 중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월요편지를 계속 쓰겠다는 것입니다."

그 약속대로 계속 월요편지를 썼습니다. 검찰 퇴임 후 북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연수원장 시절 쓴 월요편지 중 다시 읽을 만 한 것들을 모아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월요편지를 시작하면서는 500회 월요편지에서 지난 10년을 모두 회고해 보려 하였지만 10년 500회의 시간은 한 번의 월요편지에 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나 봅니다. 오늘의 월요편지는 2008년 3월 24일(1회)부터 2011년 8월 1일(통산하면 166회)까지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가슴 뭉클했습니다. 그간 월요편지를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특히 저와 같이 근무하신 분들, 월요편지에 실명으로 등장하신 분들의 감회는 새로우셨을 것입니다. 검찰을 떠나 쓴 나머지 월요편지는 다음 주 읽어드리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1.2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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