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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번째 편지-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나의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나의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산지 6개월이 넘었습니다. 변호사를 해보니 직업적 특징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는 사전영업이 불가능한 직업입니다. 저는 형사변호사라는 직업은 천수답이라고 농담을 합니다. 하늘에서 비가 와야 농사를 짓듯 누군가 문제가 생겨야 변호사를 찾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비즈니스에는 고객이 있고 그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합니다. 하다못해 작은 동네 구멍가게도 그런 일을 합니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고객관계관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변호사 업무에서는 고객 명부를 만들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한번 저희 사무실을 이용한 분들을 고객으로 관리할 수는 있지만 잠재고객을 파악하여 그분들을 상대로 마케팅 하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저의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분들이 잠재고객일 수 있지만 어떻게 그분들에게 홍보를 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뜬금없이 제 전화번호부에 있는 수천 명을 상대로 “저희 사무실은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어려운 일을 당하시면 저를 찾아주십시오.”라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면 받으시는 분의 기분이 어떠할까요? “조변호사는 내가 불행한 일을 당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 하고는 저를 오히려 더 멀리하지 않으실까요?

   이런 저런 고민 끝에 CRM 전문가를 만나보았습니다. 그분은 저의 설명을 들으시더니 이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CRM을 한다고 단기에 매출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변호사 일은 건설공사를 따는 것과 같은 수주산업입니다. 이런 분야에서 CRM의 핵심은 장기적인 인간관계의 구축입니다. 긴 호흡으로 조변호사님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 문제는 조변호사님의 인생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떻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것인지가 바로 이 CRM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머리를 한 대 두드려 맞은 것 같았습니다. 단기에 변호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구하려고 CRM에 관심을 가진 저에게 인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제시한 것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검찰에 있는 동안 인생을 잘 산 사람이 변호사 비즈니스를 잘 할 것이고 변호사가 된 이 후에도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이 변호사 비즈니스를 계속 잘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객관계, 아니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잘하는 것일까요? 인간관계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결론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어갈 것인가 입니다. 저는 요즘 CRM 전문가인 디씨젼의 제원우 대표와 매주 정기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 미팅에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입니다.

   제 : 인간관계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조 : To love and to be loved.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것이 인간관계의 목적인 것 같습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책에서 저자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첫 번째 후회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였더라면’을 꼽고 있습니다.

   제 : 대부분 개인의 전화번호부를 관리할 때 그룹을 나눕니다. 조변호사님은 그룹을 나누는 독특한 기준이 있나요?

   조 : 전에는 고등학교 동창, 대학 동창, 무슨 모임 등으로 나누어 보기도 하고 친한 정도를 몇 단계로 나누어 1,2,3 그룹으로 나누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인간관계는 이런 식으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100여 명의 큰 모임에서 만나 명함을 주고받고 다음으로 10명쯤의 모임에 초대되어 다시 만납니다. 그러다가 서로 의기투합하면 4명쯤 모임을 서로 주선하지요. 여기에서 더 발전하면 1대1일로 만나고 부부간에 만나기도 하고 아이들도 같이하여 가족 간에 만납니다. 이렇듯 모든 인간관계는 우연히 명함을 주고받은 사이가 가족끼리도 친해지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100:1, 10:1, 4:1, 1:1, 2:2, 4:4 그룹으로 나누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 인간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한 지적은 탁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1:1로 만나는 친한 관계라 해도 1:1 그룹에 속하는 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친밀도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또 만나는 주기의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친하다고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친한 고등학교 동창이라 해도 1년에 한 번도 못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그래서 그룹은 친밀도와 미팅 주기를 두 개의 축으로 하여 그루핑을 하면 좋습니다. 친밀도는 To be loved의 문제입니다. 어느 분이 조변호사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것입니다. 미팅 주기는 To love의 문제입니다. 조변호사님이 어느 분을 얼마나 자주 만나고 싶어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친밀도를 기준으로 5단계 그룹으로 나누고, 미팅주기를 기준으로도 5단계 그룹으로 나누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라는 지인이 친밀도 1그룹, 미팅 주기 1그룹에 속한다면 서로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B라는 지인은 친밀도는 1그룹인데 미팅 주기는 5그룹이라면 그분은 조변호사님을 많이 친밀하게 느끼지만 조변호사님은 그분을 위해 시간을 많이 내주지 않으시는 관계라는 설명이 됩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이런 설명이 가능합니다. 조변호사님은 C라는 분과 자주 만나지만 아직 그리 가깝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물론 친밀해지기 위해 자주 만나시는 것일 겁니다.

   제 대표와 저는 이런 식의 토론을 치열하게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 인간관계 나아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사법연수원 부원장 시절 같이 근무하였던 분들과 저녁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런 주제가 화제 거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원장님으로 모셨고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원장님이신 손기식 원장님께서 인간관계에 대해 이런 통찰을 주셨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각자 자신이 가진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명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에게 자신이 가진 생명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모임도 허투루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위해 CRM을 생각했고 CRM을 통해 인간관계를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제의 본질은 자신의 생명을 누군가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여러분의 생명을 누구에게 바치고 계신가요. 또 어느 분이 여러분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 계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2.4.1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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