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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번째 편지 - 아폴론 신전의 신탁, [행복하려면 여행을 많이 하라]

 

지난주는 해외여행을 하는 바람에 월요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펑크를 냈습니다. 죄송합니다.

6박 8일간 그리스를 여행하였습니다. 좋은 동반자들과 아름다운 여행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여행은 최고의 경험입니다. 저는 2016.8.8자 월요편지 [경험을 구입하라]와 2016.8.16자 월요편지 [경험을 구입하라(속편)]에서 행복해지려면 경험을 구입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예로 여행을 꼽았는데 이번에 그 여행을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색다른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면 우연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번 여행은 특히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행복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평소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는데 정작 행복을 연구하는 분을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기회가 우연히 생긴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이 여행객으로 참여하신 것입니다. 최 교수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행복 연구가입니다. 유튜브에 그분의 강연이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저는 최 교수님과 단둘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기회는 여행 3일째 이루어졌습니다. 신탁으로 유명한 델피의 시골 마을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1시간 가까이 최 교수님과 거닐며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행복 연구의 대가와 밤길을 걸으며 행복과 인생을 이야기하니 소요학파의 일원이 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행복하려면 무엇을 하여야 하나요?" 좀 엉뚱하고 당돌한 질문이었지만 최 교수님은 역시 대가답게 준비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대부분 저에게 그렇게 질문하십니다. 행복의 비법 한 가지만 가르쳐 달라고 하시지요. 행복은 재미와 의미의 결합입니다. 재미란 Feeling happy이고 의미란 Happy life입니다. 재미란 순간적인 즐거움이고 의미란 가치 있는 인생을 말합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어떤 것들을 하면 이 재미와 의미가 모두 충족되어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떤 것들을 하면 이 재미와 의미가 부족하여 행복감이 감퇴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제가 강의할 때 [할 것] 3가지(3 Dos)와 [피할 것] 3가지(3 Don'ts)를 말씀드립니다. [할 것] 3가지 중 압도적인 1위는 여행이고 둘째 운동, 셋째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 먹기입니다. 그러면 [피할 것] 3가지는 무엇일까요. 첫째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는 것, 둘째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쓰는 것, 셋째 출퇴근 시간이 긴 것 등입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긴 것이 행복감을 많이 떨어뜨린다고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들어보니 다 일리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여행이 중요한 줄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압도적 1위를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왜 여행이 압도적 1위로 행복감을 주나요?"

"여행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무언가와 떨어져 보는 경험은 상당한 행복감을 줍니다. 행복감을 강하게 주는 활동 중에는 걷기, 놀기, 말하기, 먹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에는 걷기, 놀기, 말하기, 먹기가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행복의 종합 선물 세트 내지는 뷔페입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여행에 두어야 합니다. 조 변호사님 행복하시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여행을 자주 다니십시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페인에서 만났던 자동차 정비사 카를로스가 생각났습니다.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였던 관계로 자주 고장이 났습니다. 그래서 정비사와 친해졌습니다. 그는 삶의 목표가 1년에 한 번 가는 여름휴가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11개월 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1개월 동안 좋은 여행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작 1주일 그것도 다 쓰지 못하고 3일이나 4일만 휴가를 하던 시절의 저로서는 그의 사고방식은 무절제하고 게으른 것이었습니다. 11개월 번 돈을 모아 집도 사고 자산을 축적하여야지 어떻게 여행에 다 써 버리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 교수님의 이야기들 듣고 있노라니 카를로스는 행복의 비법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할 것] 3가지는 가지고 있는데 [피할 것] 3가지는 가지고 있지 못한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나요."

"참 좋은 질문입니다. 학자들이 연구해 본 결과 행복한 활동에는 세 가지 요소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첫째 자유입니다. 사람은 자유로울 때 행복을 느낍니다. 둘째 유능입니다. 무슨 일을 잘할 때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요. 마지막이 관계입니다. 사람은 관계가 강화될 때 행복을 느낍니다. 기억하십시오. 자유, 유능, 관계. 어떤 활동을 할 때 이 세 가지가 많이 들어 있으면 그 활동은 행복감을 줄 것입니다. 반대로 이 세 가지 요소가 빠진 활동은 행복감을 주지 못합니다."

여행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다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행복은 재미와 의미의 결합이라고 했습니다. 여행에 재미가 들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에 의미가 있을까요? 매일 일은 안 하고 여행만 다니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다음 질문을 하게 하였습니다.

"여행이 Happy life, 가치 있는 인생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요즘 그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여행은 원심분리기이다.' 여행을 하면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은 다 떨어져 나갑니다. 잡다한 일들은 다 잊어버리게 되지요. 그러면 무엇만 남을까요? 바로 [자아]만 남습니다. 원심분리기를 돌려도 절대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자아], 나 자신과 직면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이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친구 강신장 대표가 늘 하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다." 여행에서는 그 만나기 힘든 나 자신과 직면하게 됩니다.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Who am I?"(나는 누구인가?) "What is life?"(인생이란 무엇인가?) "How to live?"(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는 델피 마을에서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 옛날 델피의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내리던 여사제 피티아가 지금 살아 있다면 나에게 무슨 신탁을 내렸을까?'

'행복한 삶을 살고 싶으면 자주 여행을 하여라.'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은 신탁을 위해 아폴론 신전을 찾았던 그리스의 수많은 사람을 기억할 것입니다. 과연 그들은 그들이 받은 신탁대로 인생을 살았을까요? 아니면 얼마 안 가 그 신탁을 잊고 일상에 휘둘렸을까요.

저는 신탁을 따르며 살고 싶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9.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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