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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번째 편지 -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전략, '누적'



지난주 월요편지에서 행복의 전략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행복을 극대화하려면 물건을 살 때는 크레센토(점점 강하게) 전략을, 경험을 할 때는 인터벌 전략을 한번 고민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살지, 아니면 경험을 할지를 놓고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현명한 선택일까요? 100만 원으로 ‘핸드백을 사는 경우’와 ‘태국 여행을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핸드백을 사면 3개월 이내에 핸드백에 <적응>이 되어 더 이상 행복감을 못 느끼고 다음번에는 200만 원짜리 핸드백을 원하게 됩니다. 반면 태국 여행을 하면 3개월 후 태국 여행의 <포만>감이 사라져 다시 똑같은 태국 여행을 하고 싶어집니다.

결국 3개월 후 100만 원짜리 핸드백을 다시 사면 행복감은 더 이상 증대되지 않는 반면 100만 원짜리 태국 여행은 다시 해도 행복해집니다. 그러면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물건이 아닌 <경험>입니다.

하버드대학교 긍정심리학 교수 '탈 벤 샤하르'는 베스트셀러 <해피어, Happier>에서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의 교차로에 있다’는 멋진 표현을 했습니다. 지난주 소개해 드린 <행복의 해답, Engineering Happiness>의 저자 '마넬 바우셀'과 '라케시 사린'도 같은 견해를 취합니다. 행복한 삶에는 <재미있는 삶>과 <의미 있는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원문을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삶, a pleasant life : “hedonic well-being,” which are our feelings and mood in general>

<의미 있는 삶, a meaningful life : “eudaimonic well-being,” which involves having a purpose in life, continued personal growth, and good relationships with others>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을 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때의 행복은 의미 있는 삶입니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의 행복은 쾌락 (pleasure), 즉 재미있는 삶입니다.

이래서 행복이라는 개념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철학자 중 누구는 의미를 중심으로 행복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재미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행복에는 <재미>와 <의미>가 다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삶을 위한 행복 전략은 지난주 말씀드린 <적응을 극복하는 크레센도 전략>과 <포만을 극복하는 인터벌 전략>입니다.

그러면 <의미>있는 삶을 위한 행복 전략은 무엇일까요? 하루하루의 삶을 땅에 흘려버리는 물이 아니라 양동이에 채워지는 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삶을 <누적, accumulation>이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지난날을 회상할 때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허무하기도 하지만, 학창 생활이 누적되어 <대학졸업>이 되고, 직장 생활이 누적되어 <정년퇴직>이 되고, 결혼 생활이 누적되어 <가족구성>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바로 그것이 <누적>입니다.

그러나 <누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유명한 이야기로 성당 건축의 벽돌공이 자신의 일을 ‘입에 풀칠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양지차입니다.

그러면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행복 전략, <누적>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여야 할까요? <행복의 해답> 저자들은 누적 활동에는 두 가지 중요한 유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목표>와 <관계>입니다.

먼저 <목표>입니다. 긍정심리학자들은 모두 목표를 세우면 삶의 의미가 생긴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달성'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목표를 위해 매 순간 열심히 일하는 것’과 ‘목표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 긍정적 감정을 활성화하고 두려움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목표는 거창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긍정심리학자들은 ‘악기 배우기’, ‘운동 배우기’, ‘정원 가꾸기’ 등을 대표적인 목표 활동으로 꼽습니다.

물론 인생의 목표도 있습니다. 그것을 달성한 사람은 나이 들어 인생을 돌아보며 행복감에 젖을 것입니다.

다음 <관계>입니다. 가족, 친인척, 친구 등과 가까워지면 사랑과 신뢰의 양동이를 채우게 됩니다. 관계가 누적되고 의미 있는 삶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관계>는 지키고, 아껴주고, 돌보아야 합니다. 전화하고, 만나고, 같이 여행 가는 일을 할 때마다 관계가 누적됩니다.

1937년 하버드 학생 268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인생 종단연구, 그랜트 연구의 책임자로 42년간 일한 하버드 의대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이다."라고 그의 저서 <행복의 조건>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라는 말입니다.

2023년 여러분의 삶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 것인지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사랑해’라고 한마디 하고, 오랫동안 연락을 못 한 옛 친구에 ‘오랜만이네’하고 전화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1.1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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