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721번째 편지 - 휴대용 빔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



지난주 작은 소동을 벌였던 오미크론 증상은 오늘도 자가진단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고 있어 일단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란을 끼쳐 죄송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두 번의 짧은 국내 여행을 하였는데 그 여행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하였습니다.

으레 여행을 가면 저녁 먹고 한자리에 모여 서너 시간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다가 밤 11시 정도 되면 내일 일정을 의식하여 뿔뿔이 각자의 방으로 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휴대용 빔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을 가지고 간 것입니다.

[더 프리스타일]은 대량생산을 하지 않은 탓인지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4월 말에 구입하여 따끈따끈한 신상을 공개하게 된 것입니다. 저도 처음 써 보는 것이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첫 번째 공개는 친구와 같이 한 여행에서였습니다. 흰 벽에 [더 프리스타일]을 쏘니 족히 100인치 정도 되는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오토 스크린 세팅'이라는 화면조정기능이 있어 어느 곳에 빔을 쏘더라도 3초 이내에 화면의 수평과 수직을 맞추어 줍니다. 참 신기한 기능이었습니다. 종전의 다른 프로젝터는 이를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조작을 해야 했는데 이 기기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스피커도 내장되어 있었고 성능도 훌륭했습니다. 화면을 여기저기 쏘아 보았는데 방 천정에 쏘고 침대에서 누워서도 볼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였습니다.

[더 프리스타일]에 대한 세팅을 마치고 이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였습니다. 무선 와이파이가 있는 곳이면 자동으로 넷플릭스도 볼 수 있고 유튜브도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넷플릭스로 같이 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였는데 다들 유튜브로 음악을 듣자고 했습니다.

한 친구는 미스트롯2에 나왔던 김태연의 노래를 듣자고 했습니다. 미스트롯2를 제대로 보지 않은 저는 김태연이 누구인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화면을 보니 어린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김태연에게 폭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 들은 노래는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이라는 노래였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잘하였습니다. 이 곡을 시작으로 김태연의 노래를 서너 곡 들었습니다.

다음 가수는 미스터트롯의 신동 정동원입니다. 정동원이 부르는 노래는 몇 번 들어서 저도 거들었습니다. "정동원이 부르는 진성의 '보릿고개' 참 좋더라. 들어보자." 부모님 세대의 옛 시절을 그린 노래를 13살 어린 친구가 감성을 잘 살려 부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저도 경험하지 못한 그 세월을 정동원은 자신이 직접 겪은 양 천연덕스럽게 부릅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대세이긴 대세인 모양입니다. 이 가수 저 가수 노래를 찾아가며 듣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친구가 "그래도 트롯은 나훈아지" 하는 소리에 저는 나훈아를 검색했습니다.

나훈아의 '테스형'부터 시작하여 '명자', '사내', '어매', '홍시', '공' 등 가슴 시린 노래를 한바탕 들었습니다. 제가 월요편지에서 세 번이나 나훈아 노래를 다룰 정도로 저도 좋아하는 가수이기에 원 없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듣다 보니 가슴이 시려옵니다. 이런 때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듣자고 했더니 누군가 임영웅이 부른 노래를 듣자고 합니다. 1절을 들었는데 왠지 60대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아마추어 가수가 부른 그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틀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이 유튜브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참 유튜브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슈퍼스타 K5에 나왔던 김대성이라는 아마추어 가수가 부른 그 노래입니다. 젊을 때 아내와 사별한 그가 부르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그의 사연 때문에 애절합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언제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가사입니다. 벌써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혹시나 해서 빔프로젝터를 준비하였을 뿐인데 그 기기로 정말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각자 노래에 대한 취향들은 다르지만 시대의 유행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의 포로가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후 같은 모습이 여행지에서 또 재연되었습니다. 저는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더 프리스타일]을 소개하였습니다. "모두 내일 일정을 감안하여 30분만 [더 프리스타일]로 유튜브에서 몇 곡만 들어봅시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절대로 30분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역시 처음 [더 프리스타일]을 틀었던 때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역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대세였습니다. 모두들 가수 이름을 다 꿰고 있었고 그 가수가 나온 유튜브를 각자의 핸드폰에서 검색하여 저에게 신청하였습니다. 저는 졸지에 DJ가 되었습니다.

이 곡 저 곡을 듣다 보니 30분이 1시간이 되고, 결국 1시간 30분이 지나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는 대개 개인적으로 봅니다. 유튜브를 여럿이서 같이 보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더 프리스타일]이라는 디바이스는 유튜브를 여럿이서 함께 보는 문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개인의 취향을 엿보게 하는 경험을 선사하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과연 평소에 어떤 유튜브를 볼까, 내가 보는 유튜브를 보여 주었을 때 반응은 어떨까 등을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놀러 가면 '야전'이라 불리던 야외전축이 최고의 사치품이었습니다. 그 후 소니의 워크맨 시절이 있었고 MP3 플레이어도 한동안 필수품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휴대용 스피커가 대세였습니다. 핸드폰의 음악을 휴대용 스피커로 들으며 즐기던 것이 직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더 프리스타일]이 그 자리를 대체하였습니다. 두 번의 경험으로 [더 프리스타일]이 빠른 속도로 그 자리를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지에서 밤을 즐기는 행위는 동일하지만 어떤 기기를 가지고 즐기느냐는 늘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 휴대용 빔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5.9.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