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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번째 편지 - 코필자냐, 미필자냐



4월 27일 수요일 새벽

잠자리가 편치 않습니다. 계속 뒤척이고 식은땀도 납니다. 꼭 몸살 초기 같습니다. 그러나 더 심하지는 않고 딱 거기까지입니다. 한 5시간 정도 잤을까요. 이부자리가 땀에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4월 27일 수요일 아침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몸의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데 목이 꽉 잠겨 버렸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간신히 캑캑거려 목을 열고 말을 하려 하니 쇳소리가 나옵니다. 목이 완전히 쉰 것입니다.

동생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오미크론에 걸렸던 동생이 제 목소리를 듣더니 “형 오미크론 걸렸네. 내 초기 증세와 똑같아. 얼른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사용해 봐요.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더라도 꼭 PCR 검사를 하세요. 내 경우는 여러 번 자가진단키트도 음성이 나오고 PCR 검사도 음성이 나왔는데 목이 쉰 채로 일주일 가더니 결국 양성이 나왔어요.”

동생은 제 목이 쉰 증상을 듣고는 오미크론 환자로 단정해 버립니다. 제가 생각해도 오미크론 같습니다. 자가진단키트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검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음성>입니다. 그러나 불안하여 딸아이에게 다른 자가진단키트를 사 오라고 하였습니다. 오미크론에 걸린 적이 있는 딸아이도 제 쉰 목소리를 듣고는 바로 진단을 합니다. “아빠, 오미크론 걸리신 것 같아요. 저도 초기에 목이 아프고 쉰 목소리가 났어요. 열은 없으세요. 저는 한 이틀 40도까지 올라갔었어요.”

딸아이가 사다 준 다른 자가진단키트로 또 검사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음성>입니다.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해야겠습니다. 인근 병원에서 PCR 검사를 하였습니다. 결과는 몇 시간 후에 나온답니다.

4월 27일 수요일 점심과 저녁

고등학교 동창과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오미크론에 걸렸던 친구입니다. 제 목소리를 듣더니 그도 저를 오미크론으로 진단을 합니다. 점심 식사 내내 이야기를 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점심 식사 후 외부에서 미팅이 있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참석자 4명 중 3명이 오미크론에 걸렸던 사람들입니다. 그들도 저의 쉰 목소리를 듣고 오미크론이 분명하다며 집단으로 진단을 합니다.

5시 23분 병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조근호 님, 코로나19 RT-PCR 검사 결과 “음성(Negative)입니다.” 그러나 이 음성 결과만으로 오미크론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유경험자들이 검사 결과 음성이라도 일주일 내에 반드시 양성 반응이 나올 거라며 집단 진단을 하고 있기에 이를 물리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4월 28일 목요일

아침 일과처럼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하였습니다. 또 <음성>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양성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미덥지 않습니다.

오늘은 직원들과 인왕산 산행을 하는 날입니다. 간부들은 몸이 편치 않으니 쉬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직원들과 하는 바깥나들이라 동행하겠다고 우겼습니다.

걸어보니 걸을 만합니다. 그러나 저녁 무렵 몸이 나른하여 일정을 마치고 일찍 귀가하였습니다. 몸살이 오는 것처럼 몸이 무겁습니다. 공연히 무리해서 산행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직원들과 같이 야외활동을 해보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밤사이 몸살처럼 앓았습니다. 내일은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4월 29일 금요일

아침 일과가 되어버린 자가진단키트 검사. 아이고 또 <음성>입니다. 이제는 음성이 반갑지 않습니다. 오히려 빨리 양성반응이 나와 이 불확실한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찬 강의에 갔습니다. 20여 명의 동료들을 상대로 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했더니 다들 놀란 눈들입니다. 강의 전 아침 식사 자리에서 모두 한마디씩 합니다. 코필자,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들은 자신만만하게 저와 대화를 나누는데 미필자들은 슬금슬금 저를 피합니다.

오전 10시 평소 다니던 병원에 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목을 진단하시고 많이 부어 있다며 알레르기성 인후염이라고 하셨습니다. 몸 상태가 너무 나쁘니 수액주사를 한 대 맞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침에 바로 미팅이 있어 수액주사는 오후에 맞기로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수액주사를 맞으니 몸이 한결 가볍습니다. 오미크론인지 인후염인지 모르지만 상황이 분명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에는 부부 동반 행사가 있었습니다. 수액주사 덕분인지 버틸만합니다. 목소리도 조금은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쉰 목소리입니다. 이야기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럭저럭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였습니다. 몸은 제법 가볍습니다.

4월 30일 토요일

오늘은 경기도 기흥에 있는 시골집에 해바라기를 심는 날입니다. 제가 아는 농장에서 일손이 없어 파종한 해바라기를 제때 화분에 옮겨 심지 못하는 바람에 버리게 된 겹해바라기 1,000주를 얻었습니다.

하루 종일 동네 사람들과 해바라기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몸은 버틸 만합니다. 오늘은 자기진단키트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양성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약간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5월 1일 일요일

아침에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였습니다. 친구 부부와 1박 2일로 골프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사를 하여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친구 부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고쳐먹고 검사를 하였습니다.

조마조마하였습니다. 또 <음성>입니다. 다행히 일정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됩니다. 제 상황이 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며칠 후 양성으로 판정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 간 곳은 강원도 평창. 이곳은 기온이 서울보다 5도나 낮습니다. 섭씨 12도. 돌풍은 시속 50킬로미터. 초겨울 날씨입니다. 마지막 몇 홀은 정말 춥습니다. 몸이 얼어붙습니다. 멀쩡한 사람도 감기 걸릴 판입니다. 골프를 마치고 나니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5월 2일 월요일 아침

오늘도 목소리는 쉬어 있습니다. 제 오미크론 감염 여부는 어떻게 끝날까요? 이번 주는 가부간에 판정 날 것입니다. 오미크론 유경험자들이 양성반응이 나올 거라고 하던 초기 증상 후 일주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이 되는 내일쯤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저는 코필자가 될까요? 아니면 미필자로 남을까요.

To be continued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5.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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