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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번째 편지 - 국민통합이란?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소감과 기자회견을 통해 당선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 일부입니다.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를 듣고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소감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에서 역대 대통령 당선 소감을 찾았습니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감 중 일부입니다.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국민이 이기는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국민만 보고 바른길로 가겠습니다."

2012년 12월 2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감 중 일부입니다.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고, 국민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감 중 일부입니다.

"저는 국민들에게 매우 겸손한 자세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저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분열된 우리 사회, 사회화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감 중 일부입니다.

"오늘의 이 승리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온 국민 모두의 승리이고, 대한민국의 승리입니다. 7천만 온 겨레가 하나가 되는 대통합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국민통합을 이뤄내겠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5명의 당선 소감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모두 똑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국민을 받들겠다'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라는 각오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받들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던 각오는 얼마나 실현되었을까요. 이번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 당선인들이 입을 모아 외쳤던 <국민통합>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요? 저는 <국민통합>에 주목하면서 제가 과연 <국민통합>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막연하게 들어오던 <국민통합>이라는 단어에 대해 각종 논문을 뒤지고 인터넷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5년 동안도 <국민통합>은 중요한 화두이고 자주 언급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이 단어의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2018년 제주대 오승은 교수 등이 집필한 <우리나라 국민통합 수준 인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국민통합>은 상당히 논란도 많고 내용도 통일되어 있지 않은 개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국민대통합연석회의>,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국민대통합위원회>, 문재인 정부의 <국민통합정책> 등 과거 국민통합기구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첫 번째 이유로 <국민통합>에 대한 통일된 개념이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위 논문의 저자들은 학자들의 수많은 정의를 상호 비교하여 <국민통합>을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이 일정 가치체계를 공유하고,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 공동 협력하고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갈등을 예방하고 상호 격차를 최소화하여 보다 단합된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 또는 그러한 과정"으로 정의하였습니다.

그러면 <국민통합>은 지난 20년 동안 긍정적인 쪽으로 진행되었을까요 아니면 부정적인 쪽으로 진행되었을까요. <국민통합>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많아 일률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졌는지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조사되었습니다.

2016년 KDI에서 발간한 <국민통합지표 정책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이념, 계층, 세대, 지역, 성별, 노사, 환경 갈등 등 사회 전 영역의 갈등'이 2014년에 비해 2016년 현저히 악화되었다고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인식은 현재 더 나빠졌을 것 같습니다.

2014년과 2016년의 비교치는 비단 갈등에 대한 인식 분야만 나빠진 것이 아닙니다. '기회균등, 형평, 안전 등을 다루는 사회포용 지표'도 모두 나빠졌습니다. 또한 '관용, 신뢰, 참여 등을 다루는 사회자본 지표'도 모두 하락하였습니다. 이 수치들이 현재 나아졌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나아가 대기관 신뢰도에서도 '국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법원, 검찰, 정당, 언론 및 방송, 시민단체, 교육기관, 노동조합 등 '군'을 제외한 모든 기관의 신뢰도'가 하락하였습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당사자가 측정된 수치를 알고 있지 않으면 개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격언은 <국민통합>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국민이 <국민통합>에 대한 측정된 수치를 알지 못하면 <국민통합>은 요원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국민통합>을 알맹이 없이 용어만 듣고 살았습니다. 이 개념은 잊을만하면 정치권에서 이따금 끄집어내곤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가 간절하다면 첫째 <국민통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홍보하고, 둘째 측정지표를 정해 몇 가지는 그 등락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셋째 국민들이 <국민통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홍보하고 동참을 권고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후 우리는 21대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감에서만 레토릭으로 <국민통합>을 만날게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3.1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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