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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NEWS MAKER] 서서 일하는 변호사의 유쾌한 사무실 꾸미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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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펌의 이름은 세종, 율촌, 지평지성처럼 딱딱해야 할까. 무채색의 근엄한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라 근심이 많은 의뢰인에게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는 없을까. 30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늘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인생의 중심에 두었던 법무법인 행복마루의 조근호 대표이사가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이번엔 행복의 주체가 직원들과 고객에게로 옮겨 갔고, 사무실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제대로 구형했다.



최근 로펌 업계에서 법무법인 행복마루의 사무실 인테리어는 단연 화젯거리다. 검사 시절부터 늘 호기심 많고 재미있는 일에 도전을 일삼던 조근호 대표가 또 한번 일을 벌인 것이다. 조 대표는 지난 6월 행복마루의 사무실을 서울 서초동 부티크모나코에서 지금의 건물, 서초 지웰타워로 옮기면서 색다른 콘셉트의 공간으로 꾸미기를 원했다. 행복마루(행복이 가장 높은 꼭대기에 위치한다는 의미)라는 이름처럼 로펌 구성원과 의뢰인들의 행복감이 샘 솟는 그런 사무실을 말이다.


" 인테리어 개조 + 비트라 가구 쇼롬... 창의력 샘솟는 '산책하고 싶은 사무실' 구현 "


 지난 8월 11일 방문한 행복마루 사무실. 범상치 않은 실내 인테리어가 로펌이기보다는 광고 혹은 디자인회사에 가까워 보였다. 로펌 특유의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는 온 데 간데 없곳 탁 트인 공간과 그 속에서 각기 조화를 이루는 멋스러운 가구들이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마음을 잡아끌었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천편일률적인 책상들 대신 널찍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집으로 치면 거실이라고 할까. 대학 캠퍼스에서나 볼 법한 계단식 스탠드가 있었고, 한쪽 벽면은 무엇인든 쓸 수 있는 화이트 월(wall)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혹은 서서)담소도 나누고, 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공유하는 공간이자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는 장소였다. 직원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해 천장은 높이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디지털포렌식팀의 공간은 바닥의 높이를 높여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회의실을 완성했다. 사무실 곳곳에 놓인 레드 컬러의 의자는 직원들의 휴식을 책임지고 창의적인 발상을 돕는다.
 조 대표의 방도 독특했다. 그는 전동 모터가 달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시트 스탠딩 책상(seat-standing desk) 앞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서서 일하면 건강에도 좋고, 앉았다 일어서지 않아도 돼 시간도 아끼며 직원들과의 소통도 원활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사무실의 인테리어에 사용된 모든 가구는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의 제품들이다. 조 대표는 이토록 혁신적인 실내 인테리어에 어울릴 만한 가구를 찾던 중 네트 앤 네스트(net & nest)즉, 독립된 업무 단위의 팀들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는 둥지 같은 사무실을 구현해 줄 '비트라'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시도했다.
 "제가 직접 비트라 측에 제안했어요. 행복마루 사무실을 비트라의 가구들로 채워 '비트라 쇼룸'으로 꾸미겠다고요. 외국에는 이렇게 특정 브랜드와 사무실이 협업을 많이 하지만 국내에는 사례가 없습니다. 저는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좋고(웃음), 비트라는 이곳을 쇼룸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윈윈이죠."
 이 프로젝트로 그는 직원들이 산책하고 싶은 사무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땅값 비싼 강남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이렇게 빈 공간을 많이 두어도 되느냐의 지인들의 염러에도 그는 단호했다.
 "산책은 사색으로 이어지고 사색은 창조적 발상으로 이어집니다. 근무 환경이 좋으니 직원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지수도 상승하죠. 요즘엔 집보다 회사에 나오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꽤 됩니다. 이곳을 찾는 의뢰인들도 마찬가지예요. 로펌은 기본적으로 기분이 나쁠 때 찾는 곳인데, 세련되고 화사한 사무실에 들어서면 화가 누그러지지요. 7월 중순에야 완성된 공간이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인 투자 아닌가요."

[ 검사장 시절부터 6년째 쓰는 '월요편지' 5000명 독자에 행복 전파 ]

 조 대표는 서울법대와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1983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공직에서 보냈다. 2011년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행복마루를 개업, 변호사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행복 경영'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유명했다. 2008년 대전지검 검사장 시절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부하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검찰이라는 살벌한 조직에 온기를 불어넣고 싶은 마음에 출발한 일이었다. 2008년 3월부터 매주 월요일 꼬박 편지를 써서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여러분은 걱정이 있고 화가 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진정 사랑한 이와의 이별은 쉽지 않습니다', '크리스털 크리스마스를 꿈꾸십시오' 등의 제목으로 일상에서 얻는 깨달음을 재밌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월요편지 쓰기는 2009년 서울북부지검과 부산고검의 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수신자가 점점 늘어나자 이메일로 일일이 전송하기 불편해 인터넷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게 검찰 조직을 넘어 일반인들에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5,000여명의 독자들이 그의 편지를 받아보고 있다. 조 대표는 2011년 8월 법원연수원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면서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를 책으로 역었다.
 "제가 쓰는 월요편지는 현인들의 좋은 말씀 등이 실려있고 '고도원 아침편지'와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엔 오롯이 내 이야기만 담겨 있거든요. 경영인으로서 조근호의 모습뿐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살아가는 진솔한 내용들이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굉장한 보람이지만 때로는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편지를 읽고 '위화감을 조성한다' 등의 악플을 달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이 사살 좋지만은 않지요."
 그럼에도 그는 편지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죽을 때 덜 후회할까를 고민하고 기록한다. 그러니까 월요편지는 타인에게 깨달음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는 성찰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으면서 문득 몽테뉴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28세 때 공직에 올라 40세까지 판사를 하고 은퇴 후엔 20년간 글을 썼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서다면 몽테뉴는 자신의 스토리를 글로 쓰면서 인생을 관조하고 성찰했습니다. 그것은 훗날 에세이의 시초가 되기도 앴죠. 저 역시 월요편지를 통해 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행복을 가장 위에 두고, 그것이 나를 비롯한 주변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도록 전령사의 역할을 할 거에요."
 조 대표는 편지 쓰기 외에도 강연 전문 기업 마이크임팩트에 소속돼 젊은이들을 위한 인생 멘토를 자청하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 잡지에도 종종 소개되고, 1년에 한 번 지인들을 초청해 성대한 파티도 개최한다. 그러면서도 바쁜 인생 속 '주말 은퇴'라는 개념을 넣어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월요일 오전 9시까지는 경기도 용인의 세컨드 하우스에서 머물며 철저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뭘 그렇게 바쁘고 복잡하게 인생을 살려고 하느냐"고 비아냥대는 지인들에게 그는 "어차피 인생은 도전하는 재미로 사는것"이라고 응수한다.
 "편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인생은 여행이니까요. 똑같이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져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주일과 여행하며 보낸 일주일은 달라요. 많은 경험을 하는 건 인생을 길게 사는 한 방법입니다. 사무실 개조 프로젝트나 월요편지, 강연, 지금 이 인터뷰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면 몇 달은 더 덤으로 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직 채 완성하지 못한 편지를 마저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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