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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5 한국경제 - 한경에세이] [4주차] 국내 포털에선 검색 안 되는 '리걸테크'

최근 한 학술대회를 마치고 발표자들과 뒤풀이하는 자리에서 ‘리걸테크(legaltech)’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네이버에서 리걸테크가 검색이 안 되는데요.”

구글에선 리걸테크 검색 결과가 38만건에 달했다. 미국에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용어인 것이다.

리걸테크는 핀테크(금융+기술)의 법률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법률상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을 이용한 법률서식 작성, 온라인 법률마켓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미국에선 2011년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으며, 2014년 리걸테크 분야 회사에 2억5400만달러가 투자됐다.


특히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리걸테크를 강력히 후원하고 있다. 로스쿨 내에 법학 교수와 컴퓨터공학 교수들이 협업하는 ‘코드엑스(CodeX) 프로젝트 센터’를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한 리걸테크 회사로는 주디카타(Judicata)와 렉스 마키나(Lex Machina), 어토니피(Attorney Fee) 등이 있다.

리걸테크 회사 창업자는 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다. 한국은 매년 로스쿨에서 변호사 2000여명이 배출된다. 그들은 로펌 등 전통적인 법률시장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법이라는 원재료로 고객인 국민을 위해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새로운 기술로 법률 서비스를 재해석해야 한다. 리걸테크가 지금 법조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상당수 해결할 것이다. 젊은 변호사들이 리걸테크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리걸테크 회사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리걸테크 회사가 1100개가 넘는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네이버에서 ‘리걸테크’로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현실에서 리걸테크 회사의 번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학술대회 뒤풀이 자리에 있던 형사정책연구원 고위관계자에게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공대와 손잡고 스탠퍼드대의 코드엑스 같은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해 보시죠.”

법조계에 35년째 몸담고 있는 필자로선 리걸테크를 바라보면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리걸테크란 용어부터 먼저 널리 확산되는 게 급선무다. 이 에세이 이후 네이버에서 ‘리걸테크’가 검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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