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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2 매일경제] CEO가 꼽은 올해 한자(漢字)는? 熱氣(열기)·勇氣(용기)·溫氣(온기)로 경기침체 넘는다

명실상부한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 ‘명실상부’란 수식어를 덧붙이는 것은 ‘음력설’이야말로 진짜 설이란 기분이 들어서다. 차례, 귀성 등 실질적인 세시풍속이 행해지는 것도 음력설 때다. 양력설과 음력설, 이중과세(二重過歲)의 좋은 점은 양력설 때 세우고 흐지부지된 결심일지라도 음력설을 기점으로 다시 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간 작심삼일이 된 결심이 있다면 새 마음으로 ‘새해 다짐’을 되새겨보자. 아직 결심을 세우지 않았다면 스타트라인을 새로 설정해보자. ‘한자(漢字) 한 글자’로 다짐을 간결하고 강력하게 표현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고전번역원은 ‘2016년의 한자’로 ‘살필 성(省)’을 선정, 올해에 ‘반성과 관찰’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살필 성은 자세히 보기 위해 눈(目)을 가늘고 작게 뜸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6년을 대표하는 한자’로 뛸 도(跳)를 선정해, 발로 땀나게 뛰는 한 해가 돼야 함을 제시했다. 뛸 도는 여러 가지 가능성(兆)을 향해 발(足)로 뛰는 것을 뜻한다. 리더들이 2016년을 전망하며 마음에 새기는 한자는 무엇일까. 리더들은 각기 다양한 한자를 꼽았지만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하는 용기, 어려울수록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온기, 지치지 않고 자신을 북돋는 열기가 중요하다는 점으로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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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 인생의 조수석에 앉지 말라, 열정을 다하라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 익힐 습(習) 

‘습(習)’이란 작은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다.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있으되 조급하지 말자’는 것은 내가 가슴에 되새기는 말이고 구하는 인재상이기도 하다. ‘날고 또 날면’ 못 넘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무학자습(無學自習)의 자세로 익히고 또 익혀보자. 

한자풀이 익힐 습은 어린 새가 날개(羽)와 흰 백(白), 스스로 자(自) 혹은 일백 백(百)이 합쳐진 것으로 보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모두 익히다, 반복하다란 뜻에서는 통한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얼마 전 내 일생의 소망인 ‘미용 후학 인재 양성’이란 숙원을 이루고자 ‘비달사순 아카데미’를 아시아 최초로 청담동에 오픈했다. 아카데미 건물에 내가 마음에 새기고 아끼는 글귀들을 각 층마다 명판에 새겨놨다. 방문객, 수강생 모두에게 인기 있는 것이 ‘넘어지는 것은 내 탓이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내 탓이다’란 글귀다. 나의 2016년 한자는 ‘주인 주(主)’다. 주인 주는 2016년만이 아니라 내 삶을 일관해온 키워드다. 

한자풀이 주인 주는 등불이나 촛대 모양(王)에 불똥 주(丶)가 더해진 형상이다. 주인의식이란 결국 자신의 마음에 불씨를 댕기는 것이란 점과 통한다. 

조근호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 달릴 주(走) 

나는 늘 달려온 사람이다. 자기평가표를 통해 아침마다 다짐하며 계획표를 세우고, 피드백하고 반성하며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혹자는 지나친 강박증이라며 멈추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에 한동안 멈추고자 해봤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고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중이 늘고 몸은 무거워졌다. 2016년에는 다시 힘차게 달리려 한다. 인간은 태곳적부터 살기 위해 달려오지 않았는가. 그 원초적 본능이 나에게 외친다. 달리라. 또 달리라. 달려야 살아남는다. 

한자풀이 달릴 주는 팔을 휘저으며 달리는 모양의 상형이다. 

#용기 :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손욱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전 농심 회장 | 감사할 사(謝) 

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자만심이다. 그러기에 ‘감사할 사(謝)’가 더 중요하다. 내가 의미하는 감사는 ‘현실에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하는 수동적, 소극적, 현실 안주의 감사가 아니다. 고난과 위기도 기회로 전환시켜 고마운 일로 바꿀 줄 아는 능동적, 적극적 의미다. 우리는 6·25라는 고난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1998년 IMF 사태 이후 체질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이번 경제위기도 마찬가지다. 고난과 역경을 새로운 창조역량을 개발하는 계기로 삼는 ‘감사원년’ 2016년을 만들었으면 한다. 

한자풀이 감사할 사는 말씀 언(言)과 활쏠 사(射)가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감사의 말을 할 때는 활을 쏠 때처럼 옷깃을 여미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강호 PMG 회장 | 바꿀 역(易) 

나는 2016년 새겨야 할 한자로 ‘바꿀 역(易)’을 꼽고 싶다. 지난해 말 포춘지는 ‘여러분 사업의 모든 부분은 바뀌어야만 한다(Every Aspects of Your Business is about to Change)’라는 제목을 표지 글로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다루면서 모든 산업이나 소득 계층의 격차는 변화하는 자와 변화하지 않는 자에 따라 더욱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화와 혁신은 매년 강조돼왔지만 2016년에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환경은 당장 “바꿈을 실행”해 내지 않으면 어려움이 현실로 닥쳐올 것이다. 서둘러서 모든 부분을 바꿔야 한다. 바꿈을 통해서 성공의 대열에 합류하자. 주역에서도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 해 변화를 통한 이룸을 이야기하는데, 올해는 바꿈(易)이 중심이 되는 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 기업, 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진취적인 바꿈을 이뤄보자! 

한자풀이 바꿀 역의 어원에는 3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머리(曰)에 다리와 꼬리가 달린 도마뱀(勿) 모양의 상형으로 ‘잘 바뀐다’는 뜻, 둘째는 해(日) 아래에 깃발(勿)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뜻, 셋째는 해(日)와 달(月)이 조합된 글자로서 ‘만상(萬象)의 변화’로 보는 것이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 들 야(野) 

알베르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야성이란 틀을 깨는 것이다. 틀을 깸으로써 세상에 충격을 주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대일수록 제도권 트랙에서 ‘남보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새로운 트랙’을 만드는 야성의 본능이 해답이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 2016년을 내 야성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한자풀이 사람이 북적이는 마을(里)과 광활한 수풀(林)의 경계지대가 들 야다. 수풀 쪽으로 지나치면 야만스럽고, 마을에서만 복닥대면 고유의 본성이 퇴화된다. 

이외에 안계환 인류문명연구소장은 ‘어려운 곤경은 스스로 직접 헤쳐가야 한다’는 결의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다할 궁(窮)’을 새해 한자로 꼽았다. 

#온기 : 험한 세상, 손에 손잡고… 

문덕영 AJ그룹 부회장 | 덕 덕(德) 

내가 늘 마음에 새기는 한자는 ‘덕 덕(德)’이다. 할아버님이 내 이름에 덕 자를 넣으신 뒤로 나는 덕을 불변의 가치로 삼으려 노력하고 있다. 덕이란 그 마음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바뀌어도, 바뀔 수 없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이 애정을 변하지 않는 것(無變)으로 삼아 세상의 극심한 변화(萬變)를 제압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덕을 내 마음의 한자로 되새기는 이유다. 

한자풀이 덕은 조금 걸을 척(彳)과 곧을 직(直), 마음 심(心)이 합해진 글자다. 글자 그대로 곧게 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곽숙철 CnE혁신연구소장 | 말씀 담(談) 

‘말씀 담(談)’을 새해의 키워드로 뽑고 구체적 계획을 다음과 같이 세워봤다. 첫째, 새해에는 가족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리라. 둘째, 새해에는 지인들을 자주 만나 더욱 깊은 교류를 해나가리라. 셋째, 새해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온기를 전하리라. 가족, 지인, 도움이 필요한 동료들과 더 많은 온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다. 

한자풀이 말씀 담은 불(炎)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言) 모습을 뜻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 돈대 대(臺) 

‘대(臺)’는 21세기 현대어로 하자면 모든 것을 매개하는 플랫폼이다.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교류하는 개방적 플랫폼은 고대부터 번영하는 공동체의 기본적 특질이었다. 애플, 페이스북, 카카오 등의 사업모델도 플랫폼 개념에 기반하고 있으며, 개인적 차원에서도 플랫폼적 특성을 가진 자가 리더가 되고 있다. 올해는 ‘대’라는 글자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을 매개하는 역할을 다해 사업적 역량과 개인적 영역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한자풀이 돈대란 군사적 방어와 정찰을 위해 흙을 쌓아 올린 평평한 지형을 뜻한다. 돈대 대는 높을 고(高)와 이를 지(至), 갈 지(之)가 합쳐진 글자로, 높은 집에 이르러 위로 갈 수 있는 곳이란 의미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 | 생각 사(思)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라 본다. ‘생각 사(思)’를 2016년 한자로 꼽고자 한다. 생각이란 이성과 감성이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본디 사랑의 어원도 사량(思量), 즉 미리 생각해 헤아려주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누구의 마음을 헤아리는가. 결국 사람이다.
생각은 지식과 이해타산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몸과 마음으로 걸러 내어 얻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통찰이야말로 생각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한자풀이 생각 사는 정수리 신(囟)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다. 고대 중국인들은 생각을 뇌뿐 아니라 심장으로도 한다고 여긴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44·설합본호 (2016.02.03~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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