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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HR Insight - 조직문화] 임원실의 방문을 열어 놓는다면?

임원실의 방문을 열어 놓는다면?

지난주 어느 시중 은행 임원 사무실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필자가 도착하자 그 임원의 안내로 소파에 앉았고, 곧 이어 직원이 들어와 차를 주고 나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직원이 방문을 닫지 않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냥 ‘방문 닫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열린 방문으로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이고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늘 방문이 닫힌 사무실에서 일하고 손님을 맞이하던 필자로서는 약간은 생소한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곧 처음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오픈 사무실 한 편에서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을 열어 놓으니 소통 기회 많어져

대화 내용이 조직에서의 소통 문제로 이어졌다. 이때 그 임원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혹시 제가 방문을 열어 놓고 조 대표님을 맞이하고 있어 불편하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열린 방문은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었다.
“저는 임원이 되기 전에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상사방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상사가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지금 들어가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고, 또 상사의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없어 타이밍을 살피다가 시간을 놓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임원이 되고 나서는 제 사무실 방문을 열어 놓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가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한 것입니다. 직원들은 지나다니며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바쁜지 여유가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저와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저도 방문을 열어 놓고 사니 제 몸가짐을 바르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방문을 닫아 놓으면 사람인 지라 흐트러지기 마련이지요. 반대로 제가 사무실에 없을 때는 방문을 닫아 놓습니다. 제가 부재중인 것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것이지요.“
정말 특이한 발상이었다. 평생 방문을 닫고 살아온 필자로서는 이런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데 하편 생각해보면 직원들은 모두 오픈된 공간에서 근무한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노출되어 있는 채로 말이다.
직원들은 노출된 공간에서 일하고 임원은 폐쇄된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이 고정된 생각이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끼리는 소통이 비교적 쉬운데 임원과 직원, 임원과 임원 사이의 소통은 격식을 갖추게 되고 점점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직원이 동료 직원에게 무슨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에 있는 동료에게 말을 걸거나 뒤를 돌아보고 툭 치기만 하면 된다.
“점심 같이 할까요?”
동료가 선약이 있어 거절당하더라도 동료의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다. 임원은 동료 임원에게 찾아가려면 격식을 갖추게 된다. 윗저고리를 입고 슬리퍼에서 구두로 바꿔 신고, 자리에 있는지 알아보고 시간 약속을 하고 찾아가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될 수 있으면 찾아가지 않으려 하고 전화마저도 여러번 고민하다가 하게 된다. 점심도 며칠 전에 약속해 놓지 않으며 불쑥 당일 약속을 청하기 불편하다. 이런 일이 한 달, 일 년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임원과 임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막이 생기고 점점 멀어지게 된다.

소통이 기업경쟁력을 높인다.

예전에 평검사 시절에는 옆방에 가는 일이 비교적 쉬었다. 슬리퍼를 끌고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묻곤 했다. 검사실은 문이 환하게 열려 잇었기 때문에 화장실을 갔다오다가 동료 검사가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을 보면 들어가 골치 아픈 사건을 상의하기도 하고 오늘 저녁 같이 할 수 있는지 쉽게 물어 봤다. 그러나 부장이 되니 몸이 무거워졌다. 동료 부장실에 가는 것이 큰 행사가 되었다. 부장검사간 소통이 원활해야 부를 지휘하는 노하우를 공유하게 되고 부하를 지도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러나 점점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ㅁ낳아지게 된다. 차장검사는 대부분 혼자이니 검사장실에 보고하러 갈 때 빼고는 달리 갈 방이 없다. 부하인 부장검사 방을 가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검사장은 어떤가. 화장실도 방안에 있으니 출근하며 점심 먹으러 갈 때까지 꼼짝 없이 방에 유폐된다. 점심 먹고 와서는 퇴근할 때까지 또 감옥살이다. 사정이 이러니 소통은 요원한 일이고 검사장이 검찰청 사정에 가장 어둡게 된다. 
일반 회사도 사정은 매 만찬가지다. 임원이 되면 회의때만 만나게 된다. 사적인 교류와 소통이 잦아야 갈등도 해소되고 오해도 풀린다. 그 은행 임원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한 시간 회의를 해도 풀리지 않는 부서간 갈등이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임원끼리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한잔 마시며 속내를 털어 놓다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생기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였습니다. 공식회의 석상에서의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경직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속내를 열고 이야기 하면 별 것도 아닌 문제가 참많더군요.”
“제가 책을 읽은 지 오래되어 회사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긍ㄹ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스웨덴에 있는 어느 회사에 CEO가 새로 부임해 회사를 순시해 보니 직원들이 삼삼오오 자판기 앞에 모여 잡담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할 시간에 모여 낄낄거리는 모습에 화가 난 CEO는 층별로 있는 커피 자판기를 모두 없애 버리고 꼭 쉴 사람을 위한 휴게실을 1층에 만들어 주었습니다. CEO가 예상한대로 직원들이 커피를 먹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이 회사의 실적은 급감하였습니다. 원인을 조사해 보니 직원들 간의 소통이 막혀 문제가 발생해도 전혀 해결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커피 자판기 앞에서 나눈 이야기는 잡담이 아니라 업무였다는 사실을 이 CEO는 미처 알지 못하였던 것이지요.”
이 임원께서 자신의 방문을 오픈한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소통 철학의 소산이었다. 필자는 방문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면서 실리콘 밸리에 있는 IT기업의 젊은 CEO들이 자신의 방을 가지지 않고 사무실 중간에 자신의 부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수긍이 갔다. 소통은 이처럼 어려운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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