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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번째 편지 - 구글을 방문하여 느끼고 배운 것

구글을 방문하여 느끼고 배운 것

  저는 지난주 미국 출장 중에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에 있는 구글을 견학 갔습니다. 구글은 너무나도 유명한 회사라 과연 구글 직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다행히 구글에 근무하는 한국인 임원 한분의 도움으로 구글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들린 곳은 안드로이드 폰의 운영체계(삼성의 갤럭시S도 안드로이드 폰의 하나이지요.)인 ‘안드로이드 OS’를 만드는 연구소였습니다. 건물 앞에는 안드로이드 OS의 각 버전 별 코드명에 따른 과자 대형 모형이 서 있었습니다.

  조금 전문적이지만 잘 들어보시면 매우 쉽습니다. 안드로이드 1.5버전은 Cupcake(컵케이크), 1.6버전은 Donut(도우넛), 2.0~2.1버전은 Eclair(이클레어, 프랑스 과자), 2.2버전은 Froyo(프로요, 얼린 요구르트), 2.3버전은 Gingerbread(진저브레드, 생강빵), 3.0~3.1버전은 Honeycomb(허니콤, 벌집) 등입니다. 삼성의 갤럭시S2는 2.3버전 Gingerbread를 사용하고 있고, 삼성에서 새로 출시할 10.1인치 갤럭시 탭은 3.0버전 Honeycomb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치 채셨나요. 모두 과자이름이고 알파벳 순입니다. 그러니 Honeycomb의 다음 버전은 I로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서 개발 중인 다음버전의 코드명은 Icecream sandwich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길게 드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구글의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구글 직원들은 자신들을 가장 흥미로운 사람들이라고 여긴답니다. 잘 놀고 잘 일하는 사람들, 바로 구글 직원들입니다. 과자이름으로 제품 별칭을 만들고 그 모형을 회사 앞에 세워 놓고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 들어가서는 크게 놀랐습니다. 제가 상상하였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던 구글 사무실의 모습은 화려하고 신기한 것들로 꽉 차 있었지만 제가 들어간 건물의 사무실과 회의실은 매우 평범하였고 전혀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뉴욕에서 들른 블룸버그 빌딩, 뉴욕타임즈 빌딩, 타임워너 빌딩의 럭셔리한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흔한 강당 하나 없었습니다. 강당에 해당하는 곳이 대형 식당이었습니다. 이 식당은 평소에는 식당으로 사용되다가 매주 금요일에는 창업주 두 사람이 나와 직원들과 한 주간의 회사의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하였습니다. 누구나 질문할 수 있고 심지어 갓 들어온 신입직원도 이들에게 공개비난하기도 하는 것이 이 회의 분위기라고 소개하였습니다.

  다만 직원의 복지는 최고로 챙긴다고 하였습니다. 10개가 넘는 구내식당은 모두 무료로 운영되고 최고의 음식들이 제공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식당 이름은 ‘Long Life Cafe''''''''입니다. 구글답습니다. 주로 동양 음식이 나온답니다.

  어느 건물에 들어서다가 재미난 사진판을 만났습니다. 구글을 방문한 유명인사의 사진들을 모아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에는 한결 같이 어떤 사람이 함께 찍혀 있었습니다. 사연을 들었더니 그 사람은 구글의 엔지니어 Tan Chade-Meng이랍니다. 2003년 카터 대통령이 구글을 방문하였을 때 같이 사진 찍은 것을 계기로 유명인사만 방문하면 어떻게 해서든 사진을 같이 찍었답니다. 이것이 회사 내에 소문나자 회사에서 아예 그를 위한 사진판을 제공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일 안하고 사진만 찍으러 다닌다고 야단맞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거꾸로 유명인사가 구글을 들르면 Tan을 찾아 사진을 찍는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문화로 만들어 권장하는 회사, 바로 구글입니다.

  한국인 임원의 설명에 의하면 안드로이드 연구소의 연구원은 200명에 불과하답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의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안드로이드 폰의 OS를 만든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언제든지 최고 책임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번은 자신이 갤럭시S2를 살펴보고 있는데 안드로이드 OS의 아버지로 불리는y Rubin 부사장이 지나가다 보고는 한번 보자고 하면서 버튼을 눌러 보고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더랍니다. 부사장과의 대화가 어느 곳에서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 바로 구글입니다.

  짧은 시간에 둘러보았기 때문에 구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구글이 지향하는 회사는 ‘직원 스스로 일하고 싶어지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근무시간임에도 많은 직원들이 카페나 야외 파라솔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심지어는 당구나 탁구도 친다고 하였습니다. 출근시간도 자유롭고 재택근무도 가능한 회사. 이렇게 하면 어떻게 회사가 운영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구글은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2004년 구글이 기업을 공개하기 전 창업자 Sergey Brin과 Larry Page는 구글 주주 희망자에게 보낸 ‘창업자가 드리는 편지’를 이렇게 시작하였습니다. “구글은 전통적인 의미의 회사와는 다릅니다. 앞으로도 그런 회사는 되지 않겠습니다.” 그들의 꿈은 완벽하게 달성되어 있었습니다.

  법무연수원은 구글과는 물론 다른 조직입니다. 정부조직이고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기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두 가지 만은 꼭 배우고 싶습니다. 첫째는 직원 최우선 경영입니다. 직원들이 근무하고 싶고, 직원들이 재미있어 하는 조직, 저의 소망입니다. 둘째는 최고 경영자와 직원간의 소통입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소탈하게 다가가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원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저에게 다가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조직, 제가 꿈꾸는 법무연수원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5.2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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