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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번째 편지 - 법무연수원장 취임사를 다시 읽어 봅니다.

법무연수원장 취임사를 다시 읽어 봅니다.

  법무연수원에 벚꽃이 뒤늦게 활짝 폈습니다. 연수원 뒷산 산책로는 자신의 자태를 한참 뽐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벚꽃나무는 키가 야트막한데 연수원의 벚꽃나무는 장대보다도 더 큽니다. 산책로 양쪽 길가의 벚꽃나무는 하늘에서 서로 손을 잡아 자연스레 높다란 벚꽃 터널을 만들어 줍니다. 이 길을 걷다가 보면 벚꽃부대가 벚꽃가지로 만든 칼을 높이 들고 사열해 주는 듯합니다. 하늘 저만치에 고고하게 피어 있는 벚꽃과 하늘이 만드는 한 폭의 그림은 법무인재 양성의 높은 이상을 상징하는 듯 하여 저에게는 살갑게 느껴집니다.

  저는 2월 1일 취임을 하였으니 법무연수원장이 된지도 벌써 세 달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사무실에 단 30분도 앉아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며 연수원을 바꾸자고 독전하였습니다. 이제 교육 오신 분들이 법무연수원의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장으로 취임하던 날의 생각과 오늘 생각이 얼마나 일치하고 또 얼마나 다를까?’ 그래서 오늘 그 비교를 해보려 합니다.

  방법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취임하던 그날 제가 직접 쓰고 읽었던 취임사를 오늘 다시 읽어 보려 합니다.

  취임사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와 법무연수원의 인연을 강조하며 교육에 문외한이 아님을 애써 강조합니다.

  “법무연수원 가족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법무연수원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정상명 검찰총장님의 명을 받아 교육혁신을 추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만든 기본 원칙이 지금 법무연수원 교육에 적용되고 있는 집합교육 최소화와 사이버교육 최대화이었습니다.”

  이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저는 법무연수원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왜 ‘교육’하면 쉬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교육을 기업처럼 자기개발의 기회라고 인식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교육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한 외부 컨설턴트는 검찰을 일컬어 ‘방전형 조직’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검찰에서는 우수한 검사나 직원은 현업이 바빠 교육받을 시간이 없고 그나마 교육을 받으러 가는 사람도 교육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솔직히 이야기 하기는 싫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저는 이런 법무연수원의 이미지를 바꿔 보고 싶었습니다. 법무연수원을 최고의 인재육성기관으로 변모시키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일을 규정합시다. ‘교육’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각오로 일하느냐에 따라 법무조직이 최고의 조직이 될 수도 2류, 3류의 조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GE의 잭웰치 회장은 1981년 취임직후 연수원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리더양성교육기관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그후 GE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되었고 글로벌기업 교육기관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저는 법무연수원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개혁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문제를 제기 하십니다. 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수없이 있어 왔지만 저는 이 문제를 달리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검찰을 비롯한 법무기관에 대해 이런 저런 불만을 제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 해답을 법무연수원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는 법무연수원 가족들에게 희망을 불러 넣었습니다. 이어 제가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오시고 앞으로 해나가실 일에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저는 여러분께서 일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교육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여러분과 나누며 신나게 일하고 싶습니다. 단 하나라도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명품과정을 만들어 봅시다. 교육생들이 듣고 싶어 줄을 서고 외부교육기관에서 벤치마킹하러 잇달아 오는 그런 과정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배웁시다. 벤치마킹 만큼 좋은 공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글로벌기업의 인재개발센터, 주요대학, 민간교육기관 및 공무원교육기관을 방문하여 보고 배웁시다.”

  그리고 끝으로 교육과 행복경영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교육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십시오. 영국의 신경제재단이 연구한 행복비밀 5가지 중 하나가 ‘Keep learning’이었습니다. 공부하면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법무공무원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교육을 통해 법무공무원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면서 다행히 우리가 이 취임사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다는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석 달이 지났습니다. 취임사에서 꿈꾸었던 것을 하나둘씩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이루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방향입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였던 방향을 향해 계속 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가고 있느냐 입니다. 저는 그 방향을 향해 석 달을 달렸습니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링컨이 말하였듯이 이렇게 가지고 싶습니다.

  “나는 천천히 걷지만 절대로 뒤로 걷지는 않는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4.2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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