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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번째 편지 - 수료식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수료식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법무연수원은 1년에 12,000명의 교육생을 집합 교육시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교육과정을 소화하려니 미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저는 부임이후 모든 과정에 손길이 미치게 하고, 매 손길마다 더 따뜻하고 정감 어리게 하자고 법무연수원 가족들을 독려하였습니다. 당연히 법무연수원 직원들은 종전보다 몇 곱절 더 바빠졌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어야만 하였습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4월15일)로 예정된 1차 신임검사 교육과정 수료식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신임검사들에게 기억에 남는 수료식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POSCO에서는 신입사원 수료식 날 신입직원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두세 명의 신입직원 가족을 인터뷰하여 틀어주는데 감동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참고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수료식 당일 노일석 계장이 밤 새워 만든 동영상이 방영되었습니다. 5주간의 교육과정이 입교식부터 하나하나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수원지검 이진희 검사의 여동생 이은희씨의 인터뷰가 소개되었습니다. “오빠가 늘 하고 싶었던 것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초심 잃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오빠의 검사 임관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신임검사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환호하였습니다.

  몇 장의 사진이 지나간 후 의정부지검 박신영 검사의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합숙 1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식을 하여 서로 끈끈한 정이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라고 교육기간을 회상하였습니다. 이어 서울동부지검 김민석 검사는 “원장님께서 식사시간에 국을 퍼주신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었고 감동적이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하였습니다.

  인터뷰하는 검사들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객석은 환호성으로 뒤 덥혔습니다. 이번에는 안산지청 김현수 검사의 여동생 김현아씨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도움을 주고 많이 보살펴준 엄마 같은 언니입니다. 늘 고맙고...” 이 대목에서 김현아씨는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언니가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였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인사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매의 진한 사랑을 느끼고 한순간 숙연해졌습니다.

 

  영상녹화 실습에 대한 동영상에서 피의자 역할을 한 검사들의 모습이 비춰지자 신임검사들은 지난 교육시간을 떠올리며 재미있어 하였습니다. 수원지검 권영주 검사는 “제가 조사한 과정을 녹화하고 피의자 입장에 서 보면서 제가 어떤 많은 실수를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라고 자신이 배운 점을 회상하였습니다.

  직장상사 메시지 코너에서는 마침 이날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남부지검 김봉경 검사의 상사인 김경태 부장검사가 전하는 메시지가 소개되었습니다. “우리가 사건 당사자에게 권위적으로 되기 쉬운데 그들에게 친절하고 공정하게 대한다면 검찰신뢰가 높아질 것이고 국민도 검찰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시간에 있었던 생일잔치 사진과 천안함을 방문한 동영상에 이어 서울남부지검 유상배 검사의 상사인 박경춘 부장검사의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내가 검찰총장이라는 마음으로 사건을 보고 세상을 보면 분명히 달리 보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검사실 가족의 메시지 코너에서 양진선 검사실의 박창현 수사관은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수양하시면 훌륭한 검사님이 되실 것입니다.”라고 검사들이 놓치기 쉬운 점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이 동영상은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의 검사로 나섭니다.’로 시작되는 검사선서의 자막이 나레이션과 함께 올라가고 그 왼편에 60명 검사의 사진이 한 사람씩 소개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떨리고 벅찬 가슴으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신임검사 본인 인터뷰는 물론, 가족, 부장, 수사관의 인터뷰 모두가 가슴을 울리고 검사들에게 소중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수료식은 이어 최우수상 시상, 2명의 신임검사의 교육소감 발표 그리고 원장의 격려사 순으로 공식행사를 이어갔습니다. 보통의 수료식은 이것으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이 날은 달랐습니다. 신임검사들의 깜짝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5명의 남자 신임검사들이 흰 와이셔츠 차림에 기타를 들고 등장하였습니다. 저는 25명의 남자 신임검사 중 5명이나 공연할 정도로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기타 연주에 맞추어 두곡을 불렀습니다. 두 번째 곡은 대전지검 직원들이 저의 환송식장에서 불러주었다고 강의 시간에 소개한 ‘너에겐 난, 나에겐 넌’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선곡의 센스에 놀랐습니다. 준비된 두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앵콜이 연호되었습니다. 그들의 앵콜 송은 법무부 로고송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들의 재치에 감탄하였습니다.

  이번에는 16명의 신임검사들이 합창을 하기 위해 무대에 섰습니다. 그들은 뮤지컬의 한 대목을 준비하였습니다. 첫 번째 곡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모아 만든 뮤지컬 ‘All Shook Up’중 ‘Can''t help falling in love’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연습 하였을텐데 화음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신임검사들은 공부 말고도 재주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들려준 두 번째 곡은 뮤지컬 ‘Grease’중 ‘Summer Nights’을 ‘우린 초임검사’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바꾼 곡이었습니다. 이 한 곡에 신임검사 5주간의 교육과정을 회상하는 배꼽을 잡을 내용부터 뭉클한 내용까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5주 지나고 우린 이제 전국각지로/ 끈끈한 우리의 우정 든든한 교수님 지도/ 우리는 초임검사 우린 시작이 야/ 대한민국 검찰 만세’ 그들이 부른 마지막 가사였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화와 같이 박수를 쳤습니다. 모두 앵콜을 외쳤습니다. 합창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의 지휘자 박칼린의 카리스마를 능가한다 하여 ‘진칼린’으로 불리우는 지휘자 대구지검 김진 검사가 “원장님과 교수님들이 저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셨는지 알기에 저희가 그 마음을 받아 이번 공연을 준비하였습니다.”라는 말로 인사함으로 이 공연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는 사무실로 돌아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교육기관 어떤 과정의 수료식이 이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 있을까? 가르치는 우리나 배우는 신임 검사나 모두 가슴에 간직하고 있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였습니다. 제가 법무연수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계속 외쳤던 행복교육의 첫 열매를 따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여야 법무연수원 직원과 교육생 가슴에 잠자고 있는 끼를 오늘처럼 계속 끄집어 낼 수 있을지 말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4.18.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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