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가슴속에는 무슨 색깔이 감춰져 있나요.
전 직원 모두 합심하여 준비해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월요편지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데 행사의 성공에는 우리가 1개월여 고생하여 법무연수원 일부 시설을 리모델링한 것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원 모두가 검정색과 빨간색을 보고는 모두 검정색은 상가집 분위기를 낸다며 싫어하고 빨간색은 생동감이 있다며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나머지 인테리어도 무채색 계열이 아닌 원색 계열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하였습니다. 저는 난감하였습니다. 과연 빨갛고 노랗고 파란 색깔을 칠한 법무연수원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평가할까? 혹시 원장이 정신 나갔다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수없이 공사현장을 다니며 과연 밝은 색을 써도 좋을지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려 과감히 원색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 참석한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이 선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 줄지 긴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최고의 찬사를 해주시고 오찬 석상에서는 전임 원장이신 박용석 대검차장께서 ‘변화’에 경의를 표하시며 원장인 저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박수까지 유도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리둥절합니다. 물론 우리는 노력하여 법무연수원을 바꾸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대표적 결과물인 원색의 카페식 휴게실은 검찰답기보다는 오히려 반대이지요.
저는 이번에 우리 검찰인 가슴속에 무채색 말고도 다른 색이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찰 공무원이 된 이래 우리는 검정색 양복과 구두, 흰색 와이셔츠, 튀지 않는 넥타이를 입고 신을 것을 요구받았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위엄과 권위는 얻었지만 다양성과 친근함은 얻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에는 빨간색도 노란색도 파란색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다만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외칠 기회를 얻지 못하였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법무연수원 리모델링을 계기로 그 색깔들이 살아나 우리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나도 이런 색을 좋아하였지. 나에게도 열정의 빨간색이 살아 있었고, 도전의 노란색, 창의력의 파란색도 아직 죽지 않고 있었구나.’ 이렇게 다시 살아난 색깔들은 단번에 우리를 변화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꿈꾸게 하고 있습니다.
회의 중간 휴식시간에 카페식 휴게실의 주황색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검사장들께서는 마치 휴양지 콘도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라며 일어나기 싫어하였습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색깔을 가슴에 감추고 사는 것 같습니다. 만약 연수원을 리모델링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빨간색을 우리 스스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색깔을 좋아하시나요. 혹시 그 취향이 조직의 논리로 강제화된 것은 아닌가요. 그렇다면 여러분 가슴속에는 여러분 자신도 모르는 어떤 색깔이 숨 쉬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이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4.4.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