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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번째 편지 - 디지털 기계나 교육이나 터치가 중요합니다

디지털 기계나 교육이나 터치가 중요합니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왜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성공하였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리버라는 한국 mp3 기기가 성능이나 음질면에서는 아이팟보다 훨씬 우수하였음에도 아이팟의 등장으로 한번에 몰락하였는데 그 원인을 디자인에서 찾는 사람도 있으나 애플의 성공비결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애플은 조그 셔틀이라는 입력기를 통해 ‘터치(Touch)’라는 문화적 경험을 디지털 기기에 구현하였습니다. 종전의 디지털 기기 입력방식은 컴퓨터 자판처럼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즉 두드린다는 매우 공격적인 방식이었는데 애플은 버튼을 부드럽게 만지는 입력방식을 창안해 냈습니다. 뇌 생리학자인 와일드 펜필드의 Homunculus 모형에 의하면 우리 신체중 뇌가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부위가 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만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 인간의 만지는 본능, 터치하는 본능을 디지털 기기에 살려낸 것입니다. 애니콜도 누르는 방식이었으나 아이폰은 부드럽게 만지는 터치 방식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를 터치라는 형식으로 재편집하였습니다.”

  저는 강의를 듣고 100% 공감하였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보지 못한 애플 성공의 문화사적 맥락을 잘 짚어내었습니다.

  여러분이 ‘터치’의 의미를 더 시각적으로 느끼실 수 있게 몇 장의 사진을 소개하겠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나오는 하나님이 아담을 만지는 터치의 순간입니다. 이 장면에서 천지창조의 경이를 봅니다.

 
  색소폰 연주자가 연주하기에 앞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색소폰을 어루만집니다. 색소폰에게 연주를 잘 부탁한다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어머니가 전쟁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떠나는 운구차량에 손을 대고 흐느낍니다. 진한 모성애가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흑인과 백인 소년이 손을 잡고 어루만지는 모습은 인종문제는 서로 손을 잡는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할머니의 코를 만지는 손자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지고 행복만이 느껴집니다. 행복은 터치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영접 나온 어린 소년의 머리에 손 끝을 살짝 갔다댄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터치는 우리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터치’라는 개념이 디지털 기기에만 적용될까요. 이 개념은 오늘날의 문화적 화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이 개념을 좀 더 확장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도 이 터치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대화할 때 서로 이야기 하고 싶어 합니다. 즉 말로 상대방을 두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다가 다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그 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요. 성질이 급한 사람은 중간에서 자르고 자신의 말을 퍼 붇지요.

  그런데 이 행위는 디지털 입력방식으로 이야기하면 두드리는 행위이지요. 어떤 경우에는 두드리다 못해 칼로 찌르기 까지 하지요. 이것이 우리들 대화의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상대방이 이런 행위를 좋아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허전하고 공허합니다. 무엇인가 불편합니다. 서로 공격을 하고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만약 우리가 말로 두드리는 공격을 하지 말고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부드럽게 바라보고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우호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사정이 어떻게 바뀔까요.

이것은 아이팟의 조그셔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나아가 상대방의 이야기에서 금을 캐내는 심정으로 바라보다가 공감하는 대목에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면 ‘터치’는 최고조에 달할 것입니다. 경청을 터치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확실히 경청을 바라보는 지평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교육은 또 어떨까요. 우리는 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교육내용이라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그래서 강의중심 학습이 문제중심 학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덧붙여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교육생과의 관계에서 ‘터치’의 개념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교육에 정성을 쏟자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교육생에게 입교식을 해주고 합창단이 노래를 불러주고 밥퍼를 하고 생일잔치를 해주고 강의실과 휴게실을 단장하는 등 교육내용이외의 것에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교수들과 직원들의 부가업무가 많이 늘었습니다. 개중에는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반대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말씀드렸듯이 사람과 기계가 소통하는 방식도 두드리는 단계에서 부드럽게 만지는 터치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나아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방식도 터치에 해당하는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이 널리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을 교육하는 우리 연수원에서도 당연히 교육생을 부드럽게 만지는 터치가 절실하지 않을까요. 정성으로 교육과정 곳곳에서 교육생을 터치한다면 교육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분 좋은 경험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효과도 당연히 높아질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3.1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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