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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번째 편지 -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아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아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저는 지난 금·토·일 3일간 인간관계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하였습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되는 제 생애 받은 각종 교육 중에 가장 힘든 교육이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받아보고 좋다고 등록을 해버려 등록비가 아까워 어쩔 수 없이 금요일 하루를 휴가를 내고 참석하였습니다. 수많은 내용이 있었는데 그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강점이 오히려 자신을 구속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고정된 방식을 만들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상처 준 사람에게 나누어 그간의 상처를 치유해 주어야 한다.”

  약간 이해하시기 어려우십니까. 그 세미나에서는 위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에게 이에 대한 편지를 쓸 것을 과제로 내주었습니다. 오늘 월요편지는 그 과제로 제가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나 혹시 여러분 중 누군가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관련된 대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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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딸, 대학교 4학년) 정민(아들, 고등학교 1학년)에게

  아빠의 강점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지. 한마디로 완벽주의인 것 같아. 비전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상력도 많아 남들과 다른 것을 꿈꾸지. 그리고 아이디어도 많이 쏟아내고 어얼리 어댑터라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개방적이지. 다른 사람에게 꿈을 불러 넣는데도 일가견이 있지. 자! 이런 것이 아빠의 강점인 것 같다. 더 있지만 이 이상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왜냐하면 이미 너희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질려버렸을 테니까.

  그런데 이 강점을 나열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지. 이런 강점을 가진 사람이 부하나 자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만약 상사이거나 아버지이거나 아내라면 어떨까?

  물론 아빠는 이런 강점이 가진 문제점을 잘 알고 3년 전부터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행복경영을 하면서 직원이나 가족 등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아빠의 고객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모시고 있지.

  그래서 요즘은 너희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세월 아빠의 이런 강점이 너희들을 힘들게 하고 혹시라도 아직까지 너희들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지 않을까 하여 이 편지를 쓴다.

  문제는 아빠의 강점이 아빠의 고정된 존재방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특권의식, 선민의식, 과도한 엘리트주의 등 이 모든 것이 아빠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아빠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들을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이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치려 들지.” 이것이 아빠의 고정된 존재방식인 것 같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아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빠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분노하였지.

  윤아야, 네가 대학 입시에 떨어졌을 때 아빠가 많은 상처를 준 것 같구나. 아빠가 너의 한없이 착하고 밝은 성품에는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고 그저 공부만을 기준으로 너를 평가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마. 네가 미국에 유학가서 열심히 공부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 아빠의 너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성급하고 잘못된 것인지 잘 알 수 있지.


  정민아, 아빠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여 너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사과하마. 누나가 못해준 학업의 성취를 네가 해주어 미국의 최고 일류 대학에 들어가 주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욕심이지. 이것이 너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단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만약 네가 그런 일류대학을 떨어지면 아빠는 너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누나에게 주었던 상처를 또 주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더구나. 그래서 이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타인을 진정하게 나와 똑같이 존엄성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타인을 그가 가진 인격, 능력, 재산, 지위로 평가하여 내가 설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존중하고 낮으면 무시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열심히 사는데 자신의 방식으로 살기 때문에 내 눈에는 열심히 살지 않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또 실제로 열심히 살지 않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므로 고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부득이 하게 조언을 하게 되더라도 조심스럽게 ‘조언하는 내 행위가 진정 그를 위한 것인지 혹시 방식이 그를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하고 그를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만 입을 열어야 한다.”

  윤아, 정민아. 이제 아빠가 너희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려고 한다. 아니 세상을 보는 태도를 바꾸려고 한다. 한 번에 바꾸어지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련다. 상처를 주는 아빠는 그 상처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모르지만 상처를 입은 가족들은 그것으로 죽을 수도,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앞으로 아빠를 믿고 지켜보아다오. 그러다가 아빠가 너희들에게 또 상처를 주려 하면 이야기해 다오.  ‘아빠, 지금 아빠의 완벽주의 칼에 찔렸어요. 피가 나요.’라고 말이다.

  이 편지가 우리 가족을 재탄생시키는 아름다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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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 강점이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상처주는 일은 없으신지요. 저 뿐이길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2.28.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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