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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번째 편지 - 교육에 올인하는 기업을 보고 생각나는 것들

교육에 올인하는 기업을 보고 생각나는 것들

  법무연수원에서의 첫 일주일이 지나갔습니다. 업무를 보고받고 제 생각을 전달하느라 정신없이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2006년 대검 혁신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된 교육혁신에 관여한 적이 있어 교육업무는 낯설지 않은 업무입니다.

  또 2007년 사법연수원생을 교육하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내 이래저래 교육과 적지 않은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고를 받아보니 법무연수원은 2006년 교육혁신 이래 꾸준히 변화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다고들 말합니다만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무연수원의 주요고객인 검찰 구성원들은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 교육에 신경을 쏟을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장 현업에 쫒기는 부장검사들이나 일반직 과장들께서는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우선이지 부하직원들을 교육시키는 데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저도 부산고검장 시절까지 현업에 있었으니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법무연수원 입장에서는 교육에 들어와 열의를 내지 못하는 교육생을 답답해 하고 교육생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교육생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는 교육내용을 탓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검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번 금융위기 때 글로벌 기업들이 제일 먼저 삭감한 예산이 광고 예산이고 그 다음이 교육 예산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즉, 교육에 대한 관심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이지요.

  교육은 콩나물시루에 물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물이 아래로 빠져 당장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콩나물은 자라고 있습니다. 교육도 이렇습니다.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교육효과는 몸에 스며들어 몇 년 후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글로벌기업 중에는 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기업이 GE입니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가 취임 후 모든 부문의 예산은 줄이면서 크로톤빌 연수원 리모델링에는 500억원을 썼다는 일화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 이멜트 회장도 교육을 매우 강조한다고 합니다.

  “GE에서 15년 동안 일한다면 그중 1년은 ‘교육’만 받습니다. GE가 교육에 쏟아 붓는 돈은 연간 1조원이 넘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매주 한 번씩 빼놓지 않고 임원교육기관인 ‘크로톤빌 연수원’을 꼭 찾습니다. 기업을 매일 조금씩 앞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GE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MBA보다 낫습니다. 그래서 크로톤빌에서 교육받으면 승진이 보장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상은 GE의 임원교육 총책임자 카렌 오도넬이 2010.5.13.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법무연수원 가족 여러분, 어떠신가요. 우리와 사정이 전혀 다른 글로벌기업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무시하실 건가요. 아니면 우리도 노력하여 법무연수원을 크로톤빌 연수원에 버금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각오가 드시나요.

  말이 나온 김에 요즘 교육으로 GE보다 더 뜨고 있는 인도 기업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인도의 MS라고 알려진 아웃소싱 회사 인포시스입니다.

  1981년 7명이 250불로 시작하여 30년 만에 종업원 10만명, 연 매출 50억불의 회사로 성장을 하였습니다. 인포시스의 전 CEO 미라야마 무르티는 ‘사업은 사람 장사이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인재육성과 교육에 올인 하였습니다.

  2005년 1억2000만불을 들여 만든 세계최대 규모의 인재양성시설, Global Education Center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고 볼링장, 수영장, 헬스장, 3개의 극장, 미장원 등을 갖추고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합니다.

  14주간의 신입직원 교육에 1인당 5000불씩 투자하고, 이들은 하루 8시간씩 공부하여 중간에 쓰러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존 직원도 매년 10일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습니다.

  인포시스는 “똑똑한 인재를 선발하기 보다는 선발된 인재를 똑똑하게 만든다.”라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무연수원 가족 여러분, 교육에 올인 하는 기업들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여러분들이 교육에 대해 어떤 비전과 자부심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콘텐츠를 교육하느냐에 따라 조직이 바뀝니다. 국가의 운명이 바뀝니다.

  톨스토이는 「신이 이름 붙인 아이」라는 소설에서 화톳불의 비유를 들어서 가르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른가지가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생나무 가지를 불 위에 올려놓으면 생나무는 뿌지직 소리를 내면서 밑불을 꺼뜨린다. 소거간꾼들의 화톳불도 불기운이 강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생나무가 탔던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 마음이 뜨겁게 타올랐을 때 타인의 마음에도 불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는 마른가지와 같은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 활활 타올라야 합니다. 준비되셨나요. 타오를 준비 말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GE의 카렌 오도넬 말처럼 ‘교육은 조직을 매일 조금씩 앞으로 옮긴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한걸음씩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2.1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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