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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번째 편지 - 인생을 고상하게 사는 법, 생각해 보셨나요.

          인생을 고상하게 사는 법, 생각해 보셨나요.

  지난주 목요일 거창지청과 진주지청을 지도방문하는 기회에 시간을 내어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를 방문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그 팔만대장경과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장경판전은 일체가 되어 국보 52호로 지정되어 있고 1995.12.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해인사 보존국장이신 성안스님의 안내를 받아 장경판전과 그 안에 모셔진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안스님은 자신이 대장경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이 말할 수 없는 생애의 큰 영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분의 얼굴과 눈빛에는 직분에 대한 기쁨과 자부심이 충만하였습니다. 대장경을 설명하는 그 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대장경을 어루만지는 그 분의 손길 하나 하나에는 경건함과 정성이 흠뻑 배어 있었습니다. 갈 길을 재촉하는 직원의 성화에 못 이기어 일어나려 하자 5분만 더 있다 가시라며 발길을 붙잡고 대장경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고려는 당시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임을 자랑하기 위해 국력을 모아 대장경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오늘날 선진국이 최고 기술을 집약하여 자동차, 핸드폰 등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부족함을 아쉬워하며 꽃피는 봄날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저는 대장경을 평생 사랑하며 지내는 성안스님의 모습에서 고귀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직분을 일이 아니라 소명으로 받드는 40대 후반의 젊은 스님의 모습에서 먼 훗날 큰 스님의 모습을 읽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 초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고귀해질 수 없을까. 아니 좀 더 고상해질 수는 없을까. 그런데 고상한 인생을 생각하면 수도와 고행을 연상하게 되어 우리네 일상생활을 포기하여야 하는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성안스님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을 끔찍이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고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세월이 흐르면 자신의 일을 가벼이 여기고 곁눈질을 시작합니다.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느끼고 끝내는 부러워하고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요.

  성안스님과 헤어져 오는 길에 그 전날 검찰출신 변호사 초청 오찬자리에서 어느 변호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검찰에 있을 때 독하게 일을 하였습니다. 욕을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하도 법정에서 공판 활동을 독하게 하여 학교 후배인 상대방 변호사와 지금도 불편하게 지낼 정도입니다. 그러나 저는 검사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제가 애국하는 길은 검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이 국가에 충성하는 길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검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백발이 성성하신 70대 노 변호사님의 일갈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지 반성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목요일 저녁 진주지청 소속 직원 30여명과 함께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여러분, 사법시험에서 떨어진 사람이 갈망한 등수는 1등이 아니라 꼴등인 천등입니다. 꼴지라도 합격하기를 원하였을 것입니다. 검사는 그중 또 선발되었습니다. 검찰직원이 되려면 100: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합니다. 우리는 불합격한 사람들의 몫까지 일하여야 합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일해야 합니다. 그들이 ‘내가 합격하였더라면 지금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텐데.’하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애국하는 길, 고상해 지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직분에 충실하는 것, 우리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하시고 있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것, 그것이 자신을 고상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 다음날 성안스님은 그렇게 배웅한 것이 못내 아쉬우셨는지 유네스코 해인사라는 동영상과 함께 해인사의 설경을 담은 사진 한 묶음을 이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워 혼자 볼 수 없어 저작권 위반을 각오하고 몇 장을 이번 편지에 소개합니다. 스님의 넓으신 혜량 부탁드립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1.17.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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