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67번째 편지 - 우리들의 회식은 권위형인가요 참여형인가요.

          우리들의 회식은 권위형인가요 참여형인가요.

  여러분 요즘 회식을 많이 하시게 되시죠. 직장에서나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모임이 많은 연말입니다. 얼마 전 부산고검 소속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에 응한 직원들 대부분은 회식은 단순한 음주가무 형보다는 문화 형, 레저 형이 좋다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음주는 곁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 경우 폭탄주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 잔만 그것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하였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다수를 이루었습니다.

  우리가 예상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특히 조직원 중 여성이 많아져 회식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이 설문을 토대로 금주 중 고검에서 회의를 거쳐 회식문화를 비롯한 검찰문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떤 형태의 회식을 하던 마지막에는 여럿이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게 됩니다. 이 경우 검찰의 전통적인 모습은 자리를 주재하는 상사가 대부분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상례이었습니다. 저는 이 모습도 이번에 재고해보았으면 합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시죠. 그런 자리에 참석하여 말석에서 상사의 이야기를 한두 시간 동안 듣고 폭탄주 몇 잔을 먹으면서 폭탄사로 용비어천가를 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전하였던 기억이 없으신가요. 저에게도 그런 기억이 적지 않게 있으면서도 제가 주재하는 자리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과거 사법연수원 부원장 시절 같이 근무하였던 교수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습니다. 만나서 30분 동안은 종전처럼 제가 주로 이야기 하고 나머지 분들은 제 이야기를 듣거나 가까이 있는 분들과 한두 마디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이 방식을 바꾸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참석자들이 5분정도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끝에 폭탄주를 한잔 자신의 양껏 하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의 업무이야기, 자녀이야기 등 개개인의 신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분들이 일 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년에는 어떤 각오로 살아가려 하는지 편린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참석자중 한사람인 서부지검 이영주 부장은 ‘이렇게 하니 너무 좋습니다. 그전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말석에 앉아 있다가 가곤하였는데 모두가 한마디씩 이야기하니 정말 의미있습니다.’라고 새로운 방식에 찬성하였고 나머지 참석자들도 대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회식 문화마저도 권위적이었던 모양입니다. 회식을 문화 형으로 바꾸든 레저 형으로 바꾸든 관계없이 모두에게 한마디씩 할 기회를 주는 참여형 회식문화로 바꾸는 것 한번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

  사적인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 모임도 가보면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요. 입담 좋은 한두 사람이 이야기를 독점하고 나머지는 대개 듣고 말지요. 그렇게 모임을 수 차례 하여도 듣고만 있던 친구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른 친구들이 알 수 없습니다. 모임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소외되고 있는 셈이지요. 공적인 모임이나 사적인 모임 모두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형태의 모임, 제가 진정 바라는 모임입니다. 이것도 행복경영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안하는 한마디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벌 받듯 하는 한마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어지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하는 한마디를 말합니다.

  이번에 한 설문조사에는 회식문화 말고도 접대골프 문제와 전별금 문제 등 검찰에서 반드시 짚어 보아야 하는 문제들을 망라하였습니다. 문화는 한 번에 바뀔 수 없고 우리 모두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생각이 있어도 개인 혼자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문화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결론이 나면 여러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를 가지겠습니다. 검찰문화는 고검장의 것도 아니고 간부 몇 사람의 것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12.20.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