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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번째 편지 - 컴패션의 회계와 감사 시스템에 얻은 교훈

 

지난주 월요편지 '데이지와의 만남'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과테말라 비전트립을 통해 제가 감동을 받은 것은 어린이 양육 프로그램만은 아니었습니다. 컴패션의 회계와 감사 시스템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를 소개해 드릴 계제가 마땅치 않아 그 경험을 나누지 못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아쉬웠는데 오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는 4월 10일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감사를 주제로 특강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강의를 주관하는 실무자가 수강 임원들에게 프린트물로 제공할 무엇인가를 요구하여 고민 끝에 글을 하나 작성하였습니다. 그 글 내용에 컴패션의 시스템을 소개하였습니다. 오늘 그 글을 공개합니다.

 

 

 

제가 이번 강의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업에 ‘감사 부서’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회사가 설립되어 성장하는 초기에는 가장 중요한 조직은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하는 부서와 이를 판매하는 영업 부서입니다.

그러니 감사 부서를 둘 여력이 없습니다. 다행히 회사가 급성장합니다. 회사 부서가 늘고 인력도 많아집니다. 회사의 목표는 매출 증대와 이윤 극대화에 모아집니다. 회사의 DNA는 오로지 목표 지향적이 됩니다. 임직원들도 그런 성향에 길들여집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탈세, 리베이트 지급, 분식 등 부정 비리에 대해 무감각해지면 일부 임직원들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회사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탈 행위를 서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회사의 급성장으로 경력직이 많이 유입되고 신규채용이 늘면 타 회사의 부정적 문화가 쉽게 스며듭니다. 회사 자체가 윤리경영에 철저하면 타 회사의 부정적 문화가 자리 잡을 여지가 거의 없지만 회사 자체가 윤리경영에 무관심하면 독버섯처럼 부정적 문화가 번집니다.

암세포는 매일 생긴다고 합니다. 몸의 면역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면 그 암세포를 킬러 세포 등이 잡아먹습니다. 그러나 면역체계가 부실하면 그 암세포는 매일 자랍니다. 어떤 암세포는 단기간에 급성장하기도 하지만 어떤 암세포는 20년이 걸려 1센티미터 이상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회사의 부정 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임직원은 입사 몇 달 만에 부정 비리를 저지르지만 대부분은 상당 기간 근무하다가 조금씩 마음이 바뀌고 천천히 작은 비리부터 시작하여 큰 비리를 저지르게 됩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부정 비리에 연루되어 감사를 받을 것입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들이 회사에 입사할 때는 여러분과 똑같은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구의 아들딸이고 누구의 배우자인 그들은 어떻게 해서 부정 비리에 연루되었을까요.

회사가 철저하게 윤리경영을 실시하고 있어 그들이 부정 비리를 저지를 토양 자체가 없었다면 그들은 부정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고 회사의 방침을 따라 보통의 회사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회사원이 부정 비리 관련자가 되는 데는 회사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몸에 암이 생기면 암이 생긴 장기만을 나무랄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암이 생기도록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감사 부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회사는 부정 비리가 발생하면 그 해당자만 책임을 묻습니다. 회사 자신은 아무런 변화를 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무슨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이것은 마치 폐암 환자가 암세포가 있는 한쪽 폐를 절제 수술한 후에도 폐암의 원인이 되었던 흡연을 계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얼마 안 가 암은 재발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직원의 부정 비리가 한 건 발생하면 그것은 회사의 토양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후입니다. 바로 회사를 조사하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파악하여야 합니다. 마치 암 환자가 수술 후 생활 습관을 철저히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컴패션이라는 국제 어린이 양육기관이 주최하는 비전트립을 다녀왔습니다. 그 과정에 미국 덴버에 있는 컴패션 국제본부와 과테말라 컴패션 센터, 그리고 4군데 지역 컴패션 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특히 지역 컴패션 센터라는 곳은 극빈층이 사는 지역에 설립된 교회의 일부 조직이고 근무하는 사람 전원이 그 극빈층 출신 자원봉사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이 관리하는 장부였습니다.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모든 장부가 작성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국제본부에서 지급되는 돈을 관리하는 장부, 이를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증빙을 붙인 장부, 양육되는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별로 언제 돈을 얼마 지급하고 언제 병원비로 얼마를 지불하였는지 등이 세세하게 기록되고 증빙이 붙어 있는 장부, 프로그램별로 기록되어 있는 장부 등 개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장부가 비치되어 있고 우리의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우리 앞에 제시되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많은 회사들을 감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하게 증빙이 붙어 있는 각종의 장부를 서로 크로스 체크하게 구비하여 운영되는 회사를 많이 보지 못하였습니다.

컴패션 국제본부는 극빈층 지역에서 어린이 양육을 하는 자원봉사기구에 이런 시스템을 요구하였고 그들은 컴패션의 지도를 받아 이를 학습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를 수시로 받고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부모나 형제들은 대부분 범법자들입니다. 그들은 매우 가난합니다. 매일 범죄를 보고 자랍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은 갱단의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지는 지역에 있는 조그마한 컴패션 지역본부를 범죄 청정지대로 만들어 운영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컴패션이 가지고 있는 회계 시스템과 감사 시스템의 힘입니다.

컴패션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미국에 있는 국제 본부에서 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전 세계 25개 빈민국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감사 부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거창한 학문적 설명보다도 이 살아있는 사례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젊을 때는 정기건강검진이 필요 없고 생활습관병을 걱정할 염려가 별로 없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비대해 지면 누구나 예외 없이 이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수가 오래되거나 규모가 커지면 구성원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감사 부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제 기능을 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정기건강검진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처럼 감사 부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입니다. 특히 과테말라 오지의 지역 컴패션 센터도 부정과 비리를 막기 위해 회계 및 감사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회사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답은 분명해집니다.

 

 

 

오늘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4.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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