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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번재 편지 - 마음의 미래


지난 5월4일 휴가를 즐기신 분들이 계신가요. 저도 휴가를 보냈습니다. 노동절인 5월1일부터 쉰 분들은 5일간의 긴 휴가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그 동안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5월2일부터 5일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책 한 권과 씨름 하였습니다. 뉴욕시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이론물리학의 세계적 석학인 미치오 카쿠가 쓴 신간 <마음의 미래>가 바로 그 책입니다. 535페이지의 뇌에 관한 최근 과학이론을 담고 있어 도전하기 만만치 않은 책입니다. 그런데 서점에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의외로 너무 쉽게 읽혀 오랜만에 과학 서적 읽기에 도전하였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그간 과학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였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가진 과학에 대한 지식은 고교 시절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무려 40년 전이지요. 그간 간혹 이런 저런 책도 읽고 뉴스도 접하고 다큐멘터리도 보아서 조각 지식은 제법 들어 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과학적 통찰이 없어 무슨 문제에 봉착하면 여전히 고교 시절 배운 과학 지식에 근거하여 사고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절감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중 우리가 알고 있으면 좋을 듯한 지식을 중심으로 몇 구절을 발췌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최근 10년간 뇌의 구조를 해독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다고 언급합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10년 사이에 다양한 최첨단 장비를 도입하여 신경과학의 발전을 크게 앞당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경두개 자기 스캐너>와 <뇌자도측정기>, <근적외선분광기> 그리고 <광유전학>을 들 수 있다.'

복잡한 장비의 명칭이나 기능을 알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CT나 MRI로 뱃속 장기를 들여다 보듯 뇌 속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뇌과학자들의 최종 목적은 개개의 뉴런을 식별하고 이들 사이의 연결망을 보여주는 미래형 MRI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래의 MRI는 뉴런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직접 추적하여 인간의 사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의식과 동물의 의식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스스로 답합니다. "인간은 동물의 왕국에서 유일하게 내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우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자문한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다음 주는? 다음 달은? 내년은? 10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그래서 나는 미래예측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의식을 인간의 의식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즉,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능력 입니다.

'자아인식이란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하는 행위이다.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어찌나 왕성한지 그것을 멈추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흔히 명상을 하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잡념이란 주로 미래예측 시뮬레이션을 뜻한다.'

저자는 기억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인간의 뇌에 기억이 저장되고 복구 되는 과정은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고 전제하고는 기억은 컴퓨터 메모리처럼 순차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항목 별로 분할 저장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감정과 관련한 기억은 편도체(아미그달라)에 저장되고, 새로운 단어는 측두엽에 저장되는 식이다. 그밖에 시각과 색상과 관련한 기억은 후두엽에 저장되고 촉각과 움직임은 두정엽에 저장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과일, 채소, 식물, 동물, 신체 부위, 색상, 숫자, 글자, 명사, 동사, 이름 표정 그리고 다양한 감정과 소리가 저장되는 두뇌 부위를 20곳까지 발견했다.'

이 사실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1999년 조셉 첸 박사는 쥐의 기억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유전자를 발견하여 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합니다. 똑똑해진 쥐들을 TV 드라마 속 천재소년 두기의 이름을 따서 <두기 마우스>라고 불렀습니다. 10년 후인 2009년 첸 박사는 한층 더 똑똑한 쥐들을 탄생 시켰습니다. 만화 캐릭터 이름을 딴 <하비제이>입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이 있습니다.

'똑똑한 쥐들 중 일부가 보통 쥐들보다 눈에 띄게 겁 많고 소심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기억력이 좋아지면 과거의 실수나 심리적 상처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행동이 그만큼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녀를 키울 때 기억력이 좋고 공부 잘 하기를 바라지만 기억력이 좋다고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것과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 간에 반듯이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것과 일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기억과 관련하여 CREB 활성제라는 유전자를 발견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족하면 장기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즉 이 유전자는 뇌가 기억 작용을 할 때 소비되었다가 휴식을 취하면 재생산 된다고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 CREB 활성제가 빠르게 소진되어 무언가를 더 습득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주기적으로 내용을 습득하여 단기기억이 아닌 장기기억 창고에 저장해 두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공부 방법을 어떻게 지도하여야 하는지 해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최신 과학 이론을 알고 있어야 한다니 쉽지 않은 일이네요.

나이가 들면 새롭게 무엇 인가를 공부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읽어도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무엇 하러 공부 하냐고 말들 합니다. 또 누군가는 늙어서도 공부를 하면 뇌 기능이 좋아진다고 하지요. 과연 어느 말이 맞을까요?

'두뇌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한 가지 사실 만은 분명해졌다. 인간의 뇌는 무엇 인가를 배울 때마다 변한다는 것이다. 두뇌피질에 세포가 추가되진 않지만 무언가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뉴런들 사이의 연결 상태가 달라진다. 이것은 노년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기억 문제에 이어 지능 문제도 다릅니다. 혹시 IQ가 몇 점이었는지 기억나시나요. 초등학교 때 IQ가 높게 나와 천재 소리를 들으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낮게 나와 불쾌하였던 기억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IQ 테스트는 1916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이 만든 것입니다. 그는 지능은 타고난 능력으로 측정 가능하며,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었습니다. 과연 그의 믿음은 옳았을까요? 수십 년이 지난 후 IQ가 높은 학생들과 낮은 학생들 간에 사회적 성공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그의 이론은 신뢰하기 어려운 가설로 판명되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고 IQ가 높았던 소년이 성장 후 평범하게 사는 사례에 대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사람의 어떤 능력이 삶의 성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요? 저자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만족지연능력>이 성공과 가장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여러분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 아시나요.

'1972년 스탠퍼드 대학교 월터 미셀 박사는 4-6세 어린아이 600명에게 마시멜로를 주면서 "지금 먹고 싶으면 먹어도 좋다. 그러나 지금 참았다가 20분 후에 먹는다면 마시멜로를 두 개 주겠다"고 제안하였다. 16년 후인 1988년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을 분석한 후 "나중에 먹겠다고 한 아이들, 즉 만족감을 뒤로 미룬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유능한 성인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위스콘신 대학교 리처드 데이비드슨 박사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결론 지었다. "학교성적과 수능시험성적은 사회적 성공 여부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타인과 협동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 그리고 쾌락을 뒤로 미루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성적이 나쁜 학생들을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에 입각하여 내린 결론이다.'

우리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무슨 능력을 키워오고 있었던가, 아이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무슨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던가,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처럼 바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도 제법 있고 훨씬 무거운 주제도 많이 있습니다.

임사체험은 과연 무엇일까? 의식이 육체를 이탈할 수 있을까? 영생이 가능한가? 노화란 무엇인가? 외계인은 왜 지구를 방문하지 않는가?

이런 주제에 들어서면 과학의 주제가 아니라 철학과 종교의 논의로 번지게 됩니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많아집니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니 세상을 보는 인식의 지평이 한층 넓고 깊어진 것 같았습니다.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현대 과학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과학은 우리가 가진 상식보다 훨씬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5.5.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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