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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째 편지 - 변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변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자축을 하여야겠습니다. 지난주 대검에서는 총장님께서 취임이후 추진하고 계신 변모 프로젝트에 대한 일선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우수 청을 선발하여 포상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서류심사를 거쳐 총 12개청이 선정되었고 그 12개청은 화상심사를 통해 대검차장님을 위원장으로, 대검부장님들을 위원으로 한 심사위원회에서 각 청의 기획검사가 5분간 사례발표를 하고 각 차장검사들께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순서로 심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심사대상 12개청에 부산고검과 부산지검, 창원지검 그리고 울산지검 등 4개 고지검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사결과는 부산고검, 부산지검, 창원지검을 포함하여 모두 6개청이 포상을 받았습니다. 울산지검은 아쉽게 탈락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모두 6개청이 포상을 받는데 부산고검 산하가 절반인 3개청을 차지하였습니다. 정말 놀랄 일이고 당연히 자축하여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포상금도 역대 최고액수인 청별로 일천만원이었습니다.

  변모 프로젝트로 포상을 받는 것을 보니 ‘혁신’이 떠오릅니다. 우리 검찰은 혁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혁신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은 김종빈 총장님이 취임하시고 2005년 4월 혁신추진단을 대검에 설치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때 제가 초대 혁신추진단장을 맡아 2년간 일을 하였습니다.

  여러분, 혹시 6시그마라는 것 기억나십니까. 그 당시 제가 검찰에 도입한 기업혁신방법론이지요. 처음에는 검찰에서 혁신을 하자고 하였더니 모두 다 검찰은 수사만 잘하면 되는데 무슨 혁신이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수사와 혁신을 별도로 이해한 것이지요. 지금도 그렇게 이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것입니다. ‘변모는 무슨 변모야. 수사만 잘하면 되지.’ 얼핏 들으면 일리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개혁, 혁신, 변모는 모두 수사를 잘 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점을 꼭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저는 당장 걷어 칠 것입니다. 총장님께서도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변모를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혁신을 이야기 할 때 제가 흔히 드는 우화입니다. 목수 5명씩 두 조로 나누어 큰 나무를 베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조는 5명이 모두 쉬지 않고 톱질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조는 4명만 톱질을 하고 1명은 4명의 톱날을 교대로 숫돌에 갈아 주었습니다. 어느 팀이 이겼을까요. 쉬지 않고 톱질을 하던 조는 이내 톱날이 무디어져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야기를 할까요. 중세 유럽에서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무기상이 한 나라의 신하에게 기관단총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위력에 반한 신하가 왕에게 건의를 하였습니다. ‘폐하, 이 무기를 구입하시면 적군을 단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왕은 이렇게 답변하였다고 합니다. ‘그 무기를 검토할 시간이 어디 있어 지금 전쟁 중이잖아.’ 결국 그 나라는 전쟁에서 패하고 멸망하였습니다.

  혹시 우리 검찰의 현실은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너무 일이 많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토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닐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해도 마지못해 대충대충 검토하고 있지 않나 걱정됩니다.

  기업은 늘 일정비율의 인원을 혁신에 배정합니다. 그 비율이 높을수록 우수한 성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도 공조직과 사정이 같아 어느 부서장도 우수한 직원을 현업에서 뽑아 혁신 팀에 내 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GE의 잭 웰치는 우수 직원을 내놓지 않는 부서장을 파면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약 30%의 인력을 혁신에 배정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 LG, POSCO 등도 20%의 인력을 혁신에 배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LG전자는 실적부진으로 CEO가 교체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구본준 부회장은 혁신 팀을 새로이 정비하고 러시아 법인에 나가 있는 6시그마 전문가인 임원에게 귀국명령을 내렸습니다. 실적부진을 돌파하는 데는 혁신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기업은 혁신에 사활을 겁니다.

  여러분, 며칠 전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의장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신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20위권 내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서비스는 과연 전 세계에서 몇 위나 할까. 20위권 안일까, 밖일까? 부정부패 척결 면에서는 우리 검찰이 전직 대통령도 여러 명을 수사하여 처벌하였기 때문에 아마도 전 세계 10위권이내일 것입니다. 거의 상위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통상업무에 대해서는 과연 그 순위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또한 우리가 매일 작성하고 있는 검찰의 결정문인 공소장과 불기소장은 영어로 번역하여 전 세계 검찰의 결정문과  수준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나 될까. 이 역시 궁금하였습니다. 1년에 백여 명의 검사들이 해외연수를 나갑니다. 저는 그 검사들이 외국제도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요 국가의 중요 사건을 연구하여 결정문을 번역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작성하는 문서의 수준이 세계적인지 아니면 우물 안 개구리인지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런 의문에서 변화는 출발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의 경쟁자들은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축하려던 것이 여러분에게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말았네요.

  그러나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11.1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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