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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째 편지 - 당신의 시간을 누가 통제하나요.

              당신의 시간을 누가 통제하나요.


  혹시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을 아시나요. 1990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출간되었다가 2000년에 절판된 책입니다. 이 책은 소련의 저명한 과학자 류비세프의 일생을 소설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류비세프는 자신 특유의 시간관리 통계법을 고안하여 일생동안 자신의 활동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통계를 내어 철저하게 시간을 관리한 실존 인물입니다.

  류비세프는 자신의 활동을 제1부류(과학연구)와 제2부류(나머지)로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1965년 8월 제1부류 업무는 기본과학 연구 59시간 45분, 곤충 분류학 20시간 55분, 부가적 업무 50시간 25분, 조직 활동 5시간 40분 등 합계 136시간 45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본과학 연구’ 59시간 45분은 분류법에 대한 보고서 작성 6시간 25분, 잡무 1시간, 다도노파에 대한 논문 교정 30분, 수학 공부 16시간 40분, 일상 참고서 랴프노프 55분, 일상 참고서 생물학 12시간, 학술 통신 11시간 55분, 학술 메모 3시간 25분, 도서 색인 6시간 55분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시간 정리는 결국 그의 철저한 메모 및 일기 습관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시간 통계법을 시행하기로 결심한 뒤 5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하루 동안 한 일과 그것에 걸린 시간을 분 단위로 정확하게 기록했습니다.
통상적인 일기가 아니라 일종의 시간 명세서인 셈입니다.

  책에 인용된 세네카의 말입니다. “모든 것이 죄다 우리의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라오. 오로지 시간만이 우리 자신의 재산이라오. 시간이란 다시 찾을 수 없는 유일한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조금도 시간을 아낄 줄 모르고 있다오.”

  류비세프는 생물학, 곤충학, 과학사에 정통하고 철학, 문학, 역사에서도 전문가를 능가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70권의 전문서적과 원고지 12,500장 분량의 논문과 글을 남겼으며 13,000마리의 곤충표본과 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보통사람으로서는 흉내도 못 낼 일입니다.

  류비세프의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과연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셨을 것입니다. 저도 이렇게 살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시간을 어느 정도는 통제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소개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 월요일 저녁부터 3박4일 동안 종교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캠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 캠프에 들어가는 순간 참석자들은 시계와 핸드폰을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그 캠프는 실내에서 진행되었는데 창문을 모두 가려 시간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게 하였습니다. 시간을 알 수 없게 되자 모든 사람들이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만약 시간을 알았더라면 ‘1시인데 왜 점심을 안주냐.’ ‘밤 12시가 넘었는데 왜 재우지 않냐.’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을 텐데 시간을 모르니 모두 노예처럼 양손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시간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통제할 경우 얼마나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지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좀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한 류비세프와는 정반대로 시간을 빼앗기고 완벽하게 통제되었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이렇게 산다면 우리는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자신의 시간을 통제하고 있을까요. 겉으로는 자신이 통제하는 듯이 생각되어도 멍청하게 몇 시간 동안 텔레비전을 보면서 텔레비전에 의해 통제당하고, 친구들과 별다른 의미 없이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에 의해 통제당하며, 몇 시간동안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컴퓨터에 의해 통제당하는 등 우리의 하루 상당부분을 그 무엇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류비세프처럼 살 수는 없어도 자신의 시간을 다른 그 무엇에 빼앗기고 살아 갈 수는 없는 일 아닐까요. 저의 3박4일의 경험상 시간을 빼앗긴 삶은 나의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이라는 사실을 절감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 통제하고 있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8.1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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