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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번째 편지 - 다시 행복경영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시 행복경영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새로이 부임하신 검사님들을 환영합니다. 부산고검에서 여러분의 새로운 검찰인생이 시작되실 것입니다. 각 청마다 특별한 것들이 있지만 부산고검에는 특별한 청 운영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행복경영입니다.

  행복경영은 고검장인 제가 대전지검장 시절부터 부르짖고 있는 경영철학입니다.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성과 극대화가 아닌 (조직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경영은 기업경영에서 출발한 이론입니다. 따라서 기업을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그 성과가 바로 이윤이겠지요. 그러나 이윤극대화를 추진하다 보면 장기적 이윤과 단기적 이윤이 충돌합니다. 단기적 이윤에 집착하다 보면 직원교육, 신기술투자, 사회적 평판 구축 등과 같은 장기적 이윤과 관련된 일에 소홀하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이윤을 위해 부도덕한 행위를 한다든가 주주의 이윤을 위해 소비자나 직원을 희생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기업은 도덕적 존재기반을 잃게 됩니다.

 

 검찰의 예로 설명해 볼까요. 단기적 수사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장기적 관점의 일들을 등한히 하게 됩니다. 검사나 직원들이 교육을 받으러 가게 되면 소속 상사들이 싫어하지요. 일할 사람을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교육을 받지 않고 계속 일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 사람은 신지식이 부족하여 효용가치가 떨어집니다. 사회적 평판을 쌓기 위해 검사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강의를 한다든가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여야 하나 그런 일을 하다 보면 단기적으로 미제가 너무 많이 쌓여 포기하고 맙니다. 미래의 검찰을 연구하기 위해 미래기획단을 만들어 운용하지만 현업이 바빠지면 미래기획단 소속 검사들을 하나 둘씩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단기 수사성과를 무리하게 내기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간혹 발생하고 심지어 피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스폰서 사건과 같은 유의 사건은 검찰의 사회적 평판을 급격히 저하시킵니다.

  그 결과 검찰은 크고 작은 수많은 수사성과를 거두었지만 검찰을 제외한 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는 검찰에 대해 비판하고 불만을 터트립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를 보면 검찰을 무장해제 시켜 극도로 무력화 시키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주장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 원인의 일정부분을 우리 검찰이 제공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제 해법이 바로 행복경영입니다.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 수단, 방법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추구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찰 식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검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목적, 수단, 방법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추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행복경영의 고안자들은 이해관계자중 가장 중요한 사람을 고객이 아닌 직원으로 봅니다. 직원이 행복해지면 행복해진 직원은 고객행복을 위해 최고의 제품과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직원과 고객이 힘을 합해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의 행복에도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오랫동안 수사성과에 집착하였고 그 부작용으로 사건당사자들과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게 되자 고객의 인권에 주목하여 대친절운동 같은 것을 전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여건에 짓눌린 검사와 직원들이 진정으로 고객의 인권을 고려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즉, 검사와 직원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야기합니다. 검사와 직원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이 검사장의 할 일이라구요.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사건관계자인 고객들의 인권과 행복을 진심으로 고민해 주십시오. 

  검찰이 너무 많이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고리를 어떻게 하든 끊어야 합니다. 행복경영도 그 방안 중 하나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8.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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