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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번째 편지 - 2기 부산고검 생활을 리셋인생으로 여기렵니다.

          2기 부산고검 생활을 리셋인생으로 여기렵니다.


  저는 이번 검찰인사 발령에서 유임되었습니다. 사실 인사이동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여러분들과 송별 간담회도 다 마친 터라 유임 소식에 다소 뻘줌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과의 인연이 1년으로 부족하니 계속 이어가라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겼습니다. 아무튼 저는 여러분과 2기 부산고검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마치고는 내가 다시 한번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다닌다면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공부하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검찰에 들어와서 임지를 여러 번 옮길 때마다 이루지 못한 일과 저지르지 말았어야 하는 실수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교차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처럼 우리네 인생은 후회의 연속입니다. 다시 한번 똑같은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정말 잘 할 텐데 다짐하지만, 그러나 세월은 그런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고 앞으로 내달음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산고검 생활을 다시 한번하게 된 것입니다. 항상 후회하면서 꿈꾸던 리셋 인생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하루하루를 어떻게 값지게 보내야 할까요. 또다시 1년을 마치고 떠날 때 정말 후회하지 않게 살 수 있을까요.

  시인 나닌 스테어는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렇게 살라고 조언합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 그리고 좀더 우둔해지리라. / 가급적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하고 / 더 자주 석양을 구경하리라. / 산에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게 되겠지만 / 상상 속의 고통은 가급적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 하루하루를 좀더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리라. /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좀더 많이 가지리라. / 그리고 실제적인 순간들 외의 / 다른 무의미한 시간들을 갖지 않으려 애쓰리라. /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대신에 / 오직 이 순간만을 즐기면서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 이보다 한결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에 나서리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 무도회장에도 자주 나가리라. /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으리라.

  그런가 하면 칼럼니스트 엘마 봄벡은 이렇게 읊조립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조금만 말하고 대신 더 많이 듣겠습니다. / 카펫에 얼룩이 지고 소파가 낡아도 / 친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겠습니다. / 즐거운 마음으로 거실에서 팝콘도 먹고 / 누군가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자 할 때에도 / 거실이 더러워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을 내어 할아버지가 당신의 어린 시절을 / 회고하는 말씀을 들어드리겠습니다. / 여름날 머리손질 한 것이 흐트러질까봐 /

 자동차 창문을 올리자고 고집부리지 않겠습니다. / 장미처럼 조각된 분홍색 양초 한 자루를 / 창고에 처박아 녹이기보다는 불을 붙여 태우겠습니다. / 아이들과 잔디밭에 앉아서 놀 때에는 / 잔디가 망가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텔레비전을 볼 때에는 덜 울고 덜 웃겠습니다. / 그러나 내 인생을 생각할 때에는 / 더 울고 더 웃겠습니다.

  남편이 짊어진 책임을 더 나눠지겠습니다. / 지금까지는 몸이 아파도 / 내가 결근하면 세상이 멈춰버릴 것 같아 / 억지로 직장에 갔지만 / 다시 인생을 산다면 침대에 누워 쉬겠습니다. / 실용적이라, 더러워지지 않아서, 평생 보증한다는 /장사꾼의 말만으로 물건을 사지 않겠습니다.

  9개월간의 임신기간을 그냥 보내기보다 /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 내 몸 안에서 자라는 놀라움이 / 하느님을 도와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 내 아이들이 나에게 키스를 하자고 덤비면 /“나중에 하자. 어서 씻고 밥 먹자”라는 말로 /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사랑해”그리고“미안해”/ 이런 말을 더 많이 하겠습니다. /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다시 인생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 순간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결코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저는 2기 부산고검 생활을 리셋인생으로 여기고 살렵니다.

  나머지 인생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하렵니다. 건강, 친구, 신앙에 대해 집중하겠습니다. 그러나 욕심을 적게 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하게 이룩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매일매일 주어지는 24시간이 새로운 리셋인생이지요. 아침에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의 그 태양이고 기지개를 하는 내 자신도 어제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을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늘 하루도 그저 그렇게 낭비하고 무의미하게 보냈다고 후회하진 않으셨나요.

  여러분은 오늘이라는 이 새로운 리셋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실 계획인가요. 오늘 잠자리에 들 때 또 후회하시렵니까.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7.1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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