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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마지막 편지입니다. (2008년 1월 12일)

검찰 인사가 있어 이제 여러분과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월요편지는 50번을 채우지 못하고 42번째에서 마감하겠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계속된 숙제를 마치는 심정으로 짐을 내려놓습니다.

 

겁 없이 덤벼든 월요편지가 어떤 때는 짐이 되었고, 어떤 때는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전지검에 와서 한 일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월편지라고 답하겠습니다.

 

저는 이 편지를 통해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제가 평소 하지 못하는 아쉬운 일을 이 글 속에 담았고, 이 편지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습다. 저는 여러분도 이 편지를 통해 크고 작은 변화를 겪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월요편지를 썼습니다. 대전지검이 2008년 거둔 그 찬란한 성과는 어느 면에서는 이 편지의 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인도의 성자 나나크데프에게 한 사람이 찾아와 물었습니다.

“사람의 참된 가치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나나크데프는 그에게 눈부신 보석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는 “이 보석을 가지고 시장에 가서 값을 물어보시오. 아무리 비싸게 준다고 하여도 팔지 말고 가격만 물어보시오.”

 

그 사람은 과일가게에 들렀습니다. 과일가게 주인은 오렌지 두 개를 쳐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감자가게 주인은 감자 네 근을, 대장장이는 철근 10kg을 쳐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보석가게에 들렀습니다. 보석가게마다 값이 점점 올라가더니 마지막 가게에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손님이 가지고 계신 보석은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지요. 파실 생각이라면 저에게 파십시오.”

 

그 사람은 나나크데프에게 돌아와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사람의 가치 역시 이 보석과 같이 오렌지 두 개에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값어치까지 나뉘지요. 문제는 자신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생각보다 적게 매기는 것 같습니다.이미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특정 직급에 있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잠시 밀렸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치를 적게 매기거나 가치 매기는 일조차 포기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충분히 변신할 수 있습니다. 지난 1년간의 대전지검의 생활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97년 <최후의 만찬>을 완성하였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와 12제자의 성격과 활동을 면밀히 연구하여 그들의 모든 특성을 그림 속에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예수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모습을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델을 찾기에 고심하던 중 밀라노대성당 성가대에서 환하면서도 엄숙하고 거룩하면서도 따사롭고 고결하면서도 기쁨이 충만한 가운데 찬양하는 한 청년을 발견하고 그에게서 느낀 감동을 토대로 예수의 모습을 그려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다의 모습을 그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어스름한 저녁, 길거리에서 한 청년을 보았습니다. 그 눈은 쥐구멍에서 내다보는 쥐 눈 같이 반들반들하고 교활하고 야비한 눈빛이었습니다. 그 청년에게서 배신자 유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에게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였더니 돈을 요구하였습니다. 며칠동안 그를 모델로 유다를 그리면서 다빈치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빈치는 그에게 ‘혹시 2년 전 밀라노대성당에서 성가대를 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느냐고 하였습니다. 그가 바로 예수의 모델이었던 그 청년이었습니다. 세월이 예수를 유다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다에서 예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변화가 있습니다. 흔히 영문자 B와 D사이에 C가 있다고 합니다. 즉,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에 Change(변화) 또는 Chance(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는 것 이상으로는 절대로 이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어야만 이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늘 꿈꾸십시오.

그리고 행복하십시오.

저는 여러분을 기억할 것입니다.

기억은 영어로 ‘Remember’입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Re’ + ‘Member’ 즉 동료가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러분과 대전지검에서 평생 검찰동지로 만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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