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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난 한 해를 돌아 보며 반성해봅니다.(2008년 12월 29일)

제가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하고 13일째 되던 2008년 3월 24일 처음 발송한 월요편지가 이번 주로 40회를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글을 모아 적당히 내 이야기를 섞어 쓰면 되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부담감이 더해갔습니다.

다음주 편지를 금요일에 미리 써 놓았을 때는 주말이 편안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주말에는 일요일 밤 1~2시까지 컴퓨터 앞에서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어떤 예화를 넣을까 등으로 씨름을 하였습니다. 편지를 써서 집사람에게 읽어주었을 때 반응이 좋으면 편지를 보낼 때 훨씬 마음이 가벼웠고, 반응이 그저 그러면 부담이 되고는 하였습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답장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고, 그 답장을 읽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에 나만큼 행복한 검사가 또 있을까 하는 감상에 젖기도 하였습니다.

 

월요편지의 가장 큰 수혜는 바로 저 자신일 것입니다. 보고서는 그런대로 써 보았지만 연애편지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내가 검사장이 되어 전 직원을 상대로 감성적인 편지쓰기에 도전한다는 것,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2008년에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는 순간 저의 감정은 가장 평안한 상태로 돌아가 우리 230명 직원 모두에게 이번 주에는 어떤 내용으로 감동을 줄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그들과 하나하나 대화하는 심정으로 한 자 한 자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제가 한 주 동안 한 일을 반성하고 돌아오는 주를 어떻게 지낼까 각오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혹시 지난 한 주 가슴에 상처를 준 직원은 없었는지 회상해 보고는 하였습니다.

 

오늘 쓰는 2008년의 마지막 편지는 지난 9개월을 돌이켜보는 반성문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저의 한 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겠습니다.

행복경영을 외친 것이 진정 직원들을 위한 행복경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행복경영은 아니었는지.

검사 한 사람 한 사람,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 어린 말 한 마디라도 더 건넸어야 하는데 게으름과 무관심으로 그러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검찰을 지휘 하닌 ‘경영’하겠다며 무모하고 부적합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난 9개월간 검찰의 전통을 무시하고 대전지검을 잘못 운영한 것은 아닌지.

 

대전지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혁신을 외치며 전략과제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과제 수를 너무 욕심낸 것은 아닌지.

 

대전지검 전체의 통계별 기대치를 설정하고 검사 개개인에게 실적표를 만들어 독려한 것이 검사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지나치게 경쟁체제로 만든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이룩한 성과가 크다 하여도 행복경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름에도 성급하게 검찰 내외부에 행복경영의 성과를 자만하며 과대선전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진행한 많은 행사의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거나 아예 효과가 없어 준비한 직원들만 고생한 것은 아닌지.

 

직원들의 진정한 바람은 다른 곳에 있는데 검사장인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청을 운영한 것은 아닌지.

 

직원들이 보내준 검사장에 대한 찬사에 취해 나의 약점이나 한계를 되돌아보고 보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지.

 

저는 진정 다시 한번 고민하고 반성하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완벽한 논리에 따라 올바른 행동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잘못의 양과 정도를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싶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는 이 모든 질문에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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