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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일 (2008년 12월 15일)

저의 옛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1970년 3월 저는 부산 동래초등학교에서 서울 우이초등학교 6학년으로 전학하였습니다. 부산 촌놈이 서울 학교에 다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집안 사정상 5학년 2학기를 다니지 못하고 6학년을 시작하여야 하였습니다. 서울로 전학한데다 한 학기를 다니지 못한 탓에 저는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 같은 저의 사정 이야기를 들으신 담임선생님은 아마도 저의 사기를 올려 주기로 작정하신 모양이었습니다. 어느 날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저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동명’이라는 학생이 한산섬을 여행하고 이순신 장군과 한산섬에 관한 이야기를 삼촌에게 편지를 써 보낸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그저 그렇게 읽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최고의 성우인 구민(지금으로 보면 성우 배한성 정도?)보다 더 실감나게 잘 읽었다며.’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 칭찬은 그 후 제가 학창시절을 보내는 데 큰 버팀목이 되었고, 그 선생님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십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 아니 범위를 좁혀 검찰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사는 누구입니까?

 

지난 주 저는 검찰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10명의 여직원과 함께 그분들의 검찰 재직을 축하하는 오찬을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분들께 ‘모신 검사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어떤 분이냐?’고 질문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기억에 남는 검사님과의 일화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부장실에 근무하던 시절, 화장실에서 컵을 씻어 부장실 쪽으로 가고 있는데 부장님께서 멀리서 이를 보시고 제가 문에 다가갈 때까지 문을 잡고 계셨던 일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부장실 여직원의 일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부를 위해 많이 희생 한다고 다른 직원들에게 말씀하실 때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야근이 길어지면 밤길에 혼자 귀가하는 것이 위험하다며 번번이 집까지 데려다주신 검사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결재서류를 들고 부장실에 들어갔는데 의외로 부장님께서 서류를 검토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잠깐 앉아 TV를 보고 있으라며 자상하게 말씀해 주시던 순간이 눈에 선합니다.”

 

“야근하고 늦어지자 검사님 가족은 물론, 계장님과 우리 가족까지 모두 나오라고 하여 세 식구가 함께 회식한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한결같이 친정오빠처럼 인간미 있고 여직원의 사정을 따뜻하게 헤아려 배려해 주신 검사님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였습니다.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람들의 7가지 공통점>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사이토 시게타는 사람들 중에는 언제나 조용하면서도 그저 빙긋이 미소 지을 뿐인데 아침에 듣는 음악처럼 잔잔하게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을 7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1.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

2. 마음이 열린 사람

3.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사람

4. 화해를 잘하는 사람

5.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

6.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

7. 어린아이 같은 사람

 

여러분 공감이 가십니까?

미국의 4대 대통령 제임스 메디슨의 아내 돌리 메디슨은 미국 역사상 대중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영부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기자가 그녀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대답하였습니다. “저에게 인기를 얻는 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을 사랑할 뿐입니다.”

 

2008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분에게 기억되셨나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것, 2008년에 남은 할 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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