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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번째 편지 - 우리 검찰의 핵심력량은 무엇인가요

  1990년 미시간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프라할라드 교수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게리 하멜 교수는 기업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기업 내부를 연구하였습니다. 경쟁과 기술의 신속한 변화로 시장에 대한 예측이 날로 어려워지자 기업의 외부환경에 중점을 두던 경영전략을 기업 내부로 관심을 돌려 기업 성공의 비밀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결과 그들이 발견한 개념이 그 유명한 ‘핵심역량’이라는 개념입니다. 오늘날은 모든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어 핵심역량이라는 개념이 진부해진 면이 있지만 실제로 그 개념이 만들어지기는 채 2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핵심역량이란 무엇일까요. 핵심역량이란 단순히 어느 기업이 잘하는 활동을 의미하지 않고 경쟁기업에 비해 훨씬 우월한 능력, 즉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 기업의 능력을 말합니다. 기업의 일반적인 기술이나 전략은 경쟁사가 모방하거나 뺏기 쉬운 것이나 핵심역량은 모방이 어렵고 쉽게 뺏을 수 없는 그 기업에 내재된 고유한 것을 말합니다. 아울러 핵심역량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 우위를 주는 것이지만 다른 분야로의 진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너무 설명이 강의식이 되었나요. 아무튼 핵심역량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은 이와 같습니다. 이를 카메라로 유명한 캐논사의 예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캐논사의 핵심역량은 ‘광학기술’입니다. 캐논은 1937년 설립된 이래 사무기기 제조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광학기술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쌓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광학기술’은 캐논사의 핵심역량이 되었고 다른 기업에서 모방하기 어렵고 모방하더라도 캐논사와 같은 기술력을 구현하지 못하였습니다. 캐논사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복사기에서 시작하여 프린터, 복합기, 전자계산기, 전자사전, 프로젝터, 전자칠판 등 모든 사무기기로 영역을 확장하였고 광학기술의 핵심이 되는 렌즈가공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이처럼 1937년부터 축적된 ‘광학기술’은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 핵심역량인 것입니다.

  우리 검찰의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나아가 여러분 개인의 핵심역량은 무엇입니까. 야간 밤샘 수사가 한창일 때는 우스개 소리로 검찰의 핵심역량은 밤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수사’입니다. 범죄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여 물적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사람을 조사하여 사실을 확정한 다음 이에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이중 어느 것이 핵심역량일까요? 저는 단연 ‘사람에 대한 조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수사도 이것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 검사와 수사관들은 사람 조사에 대해 특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핵심역량이라고 하면 다른 조직이 이를 쉽게 모방할 수 없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다른 분야로 진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사람 조사’에 대해 검찰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 반대로 다른 수사기관에서 손쉽게 사람 조사를 하고 있고 심지어 각종 위원회에서도 진상규명을 이유로 사람 조사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검찰이 사람 조사에서 타 기관에 비해 우월한 특별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다 보니 검찰의 권위로 수사를 하던 시대에서 개방된 수사 환경에서 오로지 실력으로만 수사를 하는 시대로 바뀐 오늘날 검찰은 때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검사와 수사관 여러분,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관련 우리는 사람 조사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연구해 오고 있나요. 우리들 중에 사람 조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검사나 수사관이 얼마나 있나요. 과연 있기나 한가요. ‘사람 조사’를 우리는 과학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나요. 아니면 단순한 경험의 영역으로 생각하나요. 우리는 의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책을 통해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선배 의사의 경험을 복제하고 있지요. 그런데 ‘사람 조사’는 어떤가요. 검사가 되는 날부터, 수사관으로 검사실에 배속된 날부터 그저 같은 방 동료가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워 

가며 조사하지 않았나요. 누군가 조사가 정신분석학, 심리학, 상담학 등 각종 학문이 겹쳐진 과학의 분야라고 가르쳐 준 적이 있나요. 저는 분명 이 분야가 학문의 영역으로 다루어 질 때 사람 조사가 검찰의 핵심역량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조사가 아무나 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하는 분야로 바뀌게 되고 조사 자격증 제도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조사를 과학의 영역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진술을 위주로 하는 뇌물사건 등에서 검찰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검찰은 당사자의 입만 바라보고 그가 진술을 바꿀 때마다 중요사건에서 휘청거리게 될 것입니다.

  다행이 이번에 법무연수원 김종률 부장검사팀이 ‘조사 신문 핵심원리 실무 매뉴얼’을 펴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검찰에서 발간되는 수많은 책 중의 하나가 아니라 검찰의 핵심역량을 만드는 기초가 될 책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핵심역량 하나 없는 그저 평범한 조직으로 남기를 원하시나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핵심역량에 대한 연구를 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여러분 자신의 핵심역량에 대해서도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4.1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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