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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검찰에서 친절은 무엇인가요 (2008년 6월 30일)

첫 번째 이야기

 

비바람 몰아치는 밤, 미국의 어떤 지방 호텔에 부부가 들어와 “혹시 방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호텔 직원은 자기네 호텔에는 방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호텔에 연락해보았습니다. 어느 호텔에도 방이 없었습니다. 그 직원은 “객실은 없습니다만, 비도 오고 새벽 1시이니, 괜찮으시다면 누추하지만 제 방에서 주무시면 어떨지요?”라며 자신의 방을 내주었습니다.

다음날 신사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미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의 사장이 되어야 할 분 같군요.”

그 직원은 정중한 인사와 함께 그냥 웃었습니다.

2년 후, 그 신사는 그 호텔 직원에게 뉴욕행 비행기표와 함께 자기를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가 뉴욕에 도착하자 그 신사는 뉴욕 중심가에 대리석으로 만든 궁전 같은 호텔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호텔은 당신이 경영하도록 내가 지은 것입니다.”

 

그 호텔이 바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입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한국 대통령이 뉴욕에 가면 묵는 바로 그 호텔입니다. 그리고 그 신사는 바로 호텔 주인 윌리엄 월도프 아스토였습니다. 종업원의 이름은 조지 볼트였습니다. 그는 이 호텔의 첫 지배인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피츠버그의 가구회사 점원으로 일하던 크리멘트 스톤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어느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상점 안으로 모셔와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다른 종업원들은 할머니를 거들ᄄᅠᆸㅗ지도 않았지만 클리멘트 스톤은 차를 대접하며 할머니를 따뜻하게 모셨습니다.

 

얼마 후 그는 강철왕 카네기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할머니가 바로 카네기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카네기의 스코틀랜드 별장 가구 일체를 주문받아 제작하여 일대 선풍을 일으켰으며, 또한 많은 사람이 클리멘트 스톤 상점에 가구를 주문하여 그는 마침내 거부가 되었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이렇게 상상할 수 없는 큰 행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우리 검찰에서는 ‘대친절운동’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운동은 우리 가슴속에 파고들지 못하였습니다. 검찰에서 친절은 수사에 대한 무력감으로 희화되고는 하였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절도범을 신무하면서 ‘물건을 훔치셨습니까.’라고 해야 하느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친절운동을 고객 관점에서 보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검찰청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지만, 사실 어떤 고객은 친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것입니다. 즉, 신속과 공정입니다.

 

신속과 공정이라는 형사사법 가치를 사건에 따라 적절하게 행사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친절한 검찰권 행사가 아닐까요?

 

간단한 사건일 경우 당사자들은 신속과 공정 중에서 신속을 더 바랄 것이고, 복잡한 사건에서는 공정을 더 바랄 것입니다. 이처럼 사건에 따라 당사자, 즉 고객이 바라는 가치는 다를 것임에도 우리는 대친절운동에서 이를 일률적으로 친절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여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 청에서는 6워 9일부터 형사부를 개편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형사부 5명의 검사가 각각 한 달에 200여 건을 배당받아 수사 하였습니다. 10년 된 고참 검사나 금년에 임관한 초임검사나 모두 간단한 약식사건부터 복잡한 고소사건까지 고루 배당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200여 건 중 소위 말하는 ‘깡치사건(사안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한두 건 끼어 있으면 그 검사실은 마사 젖혀놓고 그 사건에 매달리게 되어 결국 쉬운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미제로 쌓이고는 한 경험이 모두 있을 것입니다.

 

개편 후에는 각 형사부 검사 중 고참 검사를 선임검사실ㅇ라 명명하고, 그 방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에게 매월 250건씩 배당한 후 그 검사들에게 배당받은 사건 중 복잡한 사건 13건을 선임검사실로 재배당할 권한을 부여하였습니다. 즉, 선임검사실은 한 달에 복잡한 사건 50건만 후배검사로부터 재배당받아 처리하도록 하고, 그 검사실에는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4명의 계장을 배치하였습니다.

 

우리 청에서 시범 실시하는 선임검사실제는 대한민국 형사부 수사 시스템의 역사를 바꿀 것이니다.

 

첫재, 복잡한 사건과 간단한 사건의 수사 시스템을 달리하였다는 점에서 중죄와 경죄로 수사 시스템을 나누려는 검찰의 오랜 숙원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간단한 사건은 ‘신속’의 이념에 따라 조기 처리하고, 복잡한 사건은 ‘공정’의 이념에 따라 충분히 조사하여 처리함에 따라 고객의 요구에 맞는 친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형사부에서 오래 근무한 고참 검사들에게 자신의 형사사건 노하우를 활용할 공간을 마련해 주어 명실상부한 형사통 검사를 육성할 수 있게 되었고, 검찰의 기본인 형사부 검사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되찾게 해줄 수 있을것입니다.

 

여러분, 검찰에서의 친절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그 무엇을 주는 것입니다. 민원실을 방문한 민원인에게는 문자 그대로 친절을, 간단한 사건 당사자에게는 신속을, 복잡한 사건 당사자에게는 공정을 제공하는 것이 검찰의 진정한 대친절운동입니다.

 

선임검사실제는 검찰의 친절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저는 선임검사실제가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형사부가 되살아나야 검찰이 활력을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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